Basis Debut Turn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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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s Debut Turntable
  • 김기인
  • 승인 2018.06.01 00:00
  • 2018년 6월호 (55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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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30여 년 전인 1990년도에 필자의 친구가 새로 턴테이블을 들여왔으니 와서 평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가 보자, 그래험(Graham Engineering)의 1.5 유니피봇형 암에 고에츠 로즈우드 카트리지가 장착되어 있는 시커먼 아크릴의 베이시스 데뷔 턴테이블이었다. 당시 이 턴테이블은 초 하이엔드로 무게가 40kg에 육박하는 거함급 고가품이어서(당시 턴테이블 가격만 약 2천만원) 책에서 구경만 했지 실물을 보는 것은 필자로서도 처음이었다. 특히 무공진재인 아크릴로 플래터를 포함한 모든 부품을 설계한 제품은 더욱 보기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처음 소리를 들었을 때 지금까지 듣던 어떤 턴테이블과도 다른 투명함과 명료함, 다이내믹감과 함께 저역의 에지가 두툼하면서도 명확히 정리된 사운드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상판과 플래터가 스프링에 매달려 공중에 떠서 도는 듯한 유연함이 카트리지 주행 아래서 살랑이고 있었다. 플로팅 구조가 이렇게 섬세하다니 살짝 건드려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미세한 스프링으로 상판 턴테이블 베이스를 매달고 있는 독특한 구조에서 오는 안정성 때문이었다. 그래험 암과 고에츠 카트리지 모든 것이 시각적으로나 사운드적으로 매칭이 훌륭한 인상이었다.

그러다 최근 이 턴테이블이 필자의 손에 들어왔다. 당시로서는 고가여서 엄두도 못 냈던 턴테이블인데 이제는 구입할 만한 가격대의 중고품으로 필자의 시선을 다시 끌었던 것이다. 그래험 암 대신 SME의 오라클 특주 암(SME 310 업그레이드 튜닝형)이 장착되어 있었다.
오자마자 턴테이블을 모두 분해해 클리닝과 미세 조정에 들어갔다. 모터는 24V DC 구동의 BLDC(Brushless 직류 모터)형으로 하부 베이스에 안착되어 있고, 저전압 저속 저진동형임에도 불구하고 상부 베이스로는 진동이 전혀 전달되지 않도록 구조에 만전을 기하였다. 모터 자체의 스피드 컨트롤 파트 역시 모터 구동부 옆에 장착되어 쉽게 스피드를 컨트롤하되 외부 전원 박스에서는 단순히 안정된 24V DC 전압만 공급되도록 했다. 49cm×2, 즉 98cm 저탄성 플랫 벨트로 구동하는 벨트 드라이브 턴테이블이다. 스피드는 33과 45 회전 두 종류뿐이다.

플래터는 납과 충진재, 그리고 아크릴의 3중 연합체로 무게가 11.8kg이나 된다. 플래터 에지가 서 있어 플래터를 들어낼 때 손가락이 끼면 다칠 염려가 있는데, 플래터 탈착 시에는 턴테이블 전체를 옆으로 세워서 작업하는 것이 좋다. 암 베이스 역시 플래터와 같은 3중 재질 구조로 무게가 5kg 정도 되는데, 별도의 고정 나사가 없는 구조로 밑에서 밀면 그대로 탈착되어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 암 베이스는 각 톤암에 맞는 별도 옵션 판매품이 있어 편리한데, 특히 암 장착 시 유리하다. 하부의 전체 수평 조정용 다리가 네 군데 모두 높이 조정이 되며, 상부 돌림 나사 역시 다시 플래터의 수평을 조절할 수 있도록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사용자 위주로 견고하게 설계되어 있다. 원래 더스트 커버가 없이 발매되어 덮개 형식의 투명 아크릴 커버를 별도로 제작했는데, 디자인적으로 잘 어울려 만족하게 사용하고 있다.

고에츠 오닉스(아버지 스가노 요시아키 작)와 클리어오디오 골드핑거를 번갈아가며 시청한 결과 전체적 뉘앙스와 중역 두께, 음색, 음악성, 임장감은 오닉스가 좋고 다이내믹스는 역시 골드핑거가 좋았으나 두 카트리지 모두 이 턴테이블과 대단히 좋은 상성이라는 판단이다.
중량급이어서 다루기가 쉽지 않았지만 익숙해지자 어느 시스템에 매칭시켜도 초 하이엔드의 음색 경향을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어서 기본적으로 플래터가 무거워야만 되는 턴테이블의 충실한 단순함이 턴테이블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원칙을 새삼 깨우쳐 준 명기이다.

특히 하부 베이스와 상부 베이스 사이에 아크릴 스페이서 3개만 끼워 넣으면 쉽게 플로팅에서 리지드 타입으로 전환되어 필자로서는 두 가지 음색 모두를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턴테이블로 만족스럽다. 사실 저역 양은 증가할지 모르지만 에지가 부족하고 저역의 떨어지는 무게감이 불만족스러워 플로팅 타입 턴테이블을 선호하지 않는 필자에게 이런 종류의 턴테이블은 거의 행운에 가깝다. 역시 리지드로 고정하면 저역의 무게감이 만족스러워 계속 리지드 타입으로 사용하고 있다. 만약 데뷔를 가지고 있다면 높이 28mm, 직경 약 30mm 정도의 흑색 아크릴을 가공해 3점 지지로 하부 베이스와 상부 베이스 사이를 받혀 보기를 바란다. 음색의 변화가 미묘한데,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리지드가 필자의 취향이다. 어떻든 완성도가 대단히 높고 취미성도 높은 이 시대 몇 안 되는 하이엔드 턴테이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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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6월호 - 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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