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gers Power Amp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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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ers Power Amp London
  • 김기인
  • 승인 2018.03.01 00:00
  • 2018년 3월호 (54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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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피커들, 즉 탄노이, 굿맨, 로저스, 로더, 스텐토리안 등의 구형 빈티지 스피커를 울리려다 보면 누구나 궁극으로 영국 빈티지 진공관 앰프에 도달하게 된다. 이것은 독일 빈티지 스피커들에는 독일 빈티지, 또는 미국 빈티지 스피커에는 미국 빈티지에 도착하게 되는 매칭 여정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영국 빈티지 스피커의 최종 매칭은 그 시절 영국 앰프로, 내부 부품이나 진공관류를 당시 오리지널로 섭렵한 뒤 연결 스피커 선재까지도 당대의 것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일 때가 많다. 말하자면 ‘그때의 스피커는 그 시절 그 나라 앰프와 선재로’가 필자의 빈티지 매칭 모토이다.

영국 빈티지 진공관 앰프를 따라가다 보면 독일 앰프나 미국 앰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빈약한 구성에 한탄을 하는데 비해 의외로 거래 가격은 고가인 것이 많다. Lowther, PYE, Tannoy, Dynatron, Quad, EMI, Leak, Radford, Pamphonic, Rogers, Decca, BTH 등 결국 10개 내외에서 영국 앰프 브랜드가 총망라된다. 이 중에서 Lowther, Tannoy, Quad, Rogers, EMI 등은 앰프와 스피커를 함께 생산해 오디오 종합 메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영국 빈티지 앰프들이 귀한 이유 중에 하나는 독일 앰프나 미국 앰프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지고 섀시 등이 빈약해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한 것이 첫째 이유이고, 기본적으로 고급품 위주가 아니고 실용적인 보급품 위주가 영국의 오디오 상품 철학이기 때문에 내구성이 길지 않아 또한 살아남지 못했다. 영국의 빈티지 앰프들은 비교적 소출력에 외형에는 신경 쓰지 않은 검소한 제품이 많다. 그러나 그 소리는 비교적 타국 제품에 비해 음악성이 강하고 사실적인 질감을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애호가층도 그만큼 두껍다. 특히 빈티지 영국제 스피커를 소유하고 있다면 이점이 있는 영국제 앰프와의 매칭이 결국 타깃이 된다.

로저스 앰프도 이 빈약하지만 소리는 좋은 영국 제품 중의 하나다. 그들의 앰프들은 특히 소출력 ECL86이나 EL84, 기껏해야 EL34관을 채택한 것들이 대부분인데, 거래 가격은 높지 않지만 사용해 보면 의외로 영국 특유의 오서독스한 음색 뉘앙스가 잘 드러나 매력적이다. 물론 출력이 작기 때문에 가능한 고능률 구형 빈티지 스피커와 매칭시켜야 결과가 좋다.
로저스 런던은 EL84(6BQ5) PP로 정류관 EZ80(6V4) 또는 EZ81(6CA4)과 드라이브관 ECC83(12AX7)을 사용하는 모노블록 파워 앰프다. 리크와 동일하게 파트리지 출력 트랜스와 전원 트랜스, 초크 트랜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뒤편에는 로저스 프리앰프에 전원을 공급하는 파워 서플라이 소켓이 장착되어 있다.

대부분의 영국 진공관 앰프들은 파워 앰프에 비해 프리앰프는 상대적으로 더욱 빈약하게 만들어져 있다. 프리앰프는 파워 앰프의 부속 증폭부 정도로 설계해 프리앰프 자체 전원도 없이 파워 앰프에서 전원 공급을 받도록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결국 프리 증폭율도 낮아 파워 감도가 미국제보다는 높게 설정되어 있는데, 결과적으로 영국제 파워 앰프에 미국제 프리앰프를 연결하면 볼륨 초단부에서 이미 과입력되어 소리도 크고 잘못하면 음이 찌그러진다. 이럴 때는 파워의 감도를 줄이기 위해 입력된 +와 –에 100㏀ 내외의 저항을 병렬로 연결해 감도를 낮추어 매칭시켜야 볼륨 커브가 적절해진다. 런던에는 약 170㏀의 저항을 병렬로 달아 감도를 상당히 다운시키자 마란츠 7C와 적절한 매칭이 되었다.

런던은 전체적으로 두꺼운 톤과 수수한 음색을 지닌 파워 앰프로 파트리지 고유의 온화하고 스테이징이 좋은 음장감이 일품이다. 원래는 모두 영국 뮬라드관이 장착되어 있었으나 모두 텔레풍켄 각인관으로 교체하는 것이 상쾌한 고역과 투명도를 향상시켜 탄노이 골드 12인치 채스워스와의 매칭에서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프리앰프와의 인터 케이블 매칭에도 예민했는데, 결국 W.E. 1937년 실크 케이블로 낙찰되었다. 순 주석 도금선은 고역이 둔하고, 주석과 특수 강선의 2중 도체인 W.E. 실크 케이블이 베스트라는 인상이었다. EL84 PP에 비해서는 출력 트랜스나 파워 트랜스 용량이 충분해 풀 출력 시에도 스피커 핸들링 능력이 탁월하고 여유 있다는 인상이었다. 정면에서 보아 오른쪽 사각 케이스 안에 초크와 전원 평활 콘덴서를 내장해 전체적으로 깔끔한 디자인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마감해 놓았다.
굿맨 엑시옴 150 MKⅡ와도 상성이 괜찮은 편이나 역시 로저스 LS3/5a 등과는 아직 역부족. 그 외의 탄노이 15인치 빈티지 스피커들과도 가정 음향에서는 부족함이 크게 없을 정도로 무난한 실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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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3월호 - 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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