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pson Prestige Facet 2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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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pson Prestige Facet 24F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8.02.01 00:00
  • 2018년 2월호 (54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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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대 스피커의 멋진 귀환

 

참, 대단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에 엘립손의 스피커를 처음 만난 후, 이제야 리뷰다운 리뷰를 하게 되었다. 그 사이 나도 많이 변했지만, 이 회사 역시 많이 변했다. 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처음 엘립손을 접한 것은, 1980년대 말, 청담동에 위치한 전시실이었다. 당시 그곳엔 윌슨 오디오와 마크 레빈슨이라는, 꿈의 오디오가 세팅되어 있어서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가득 사로잡고 있었다. 그 한편에, 마치 숨어 있는 듯, 길고 얇은, 참 허망하게 생긴 스피커를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그 스피커를 시청하게 되었는데, 엘레강스하면서 고품위한 음은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디자인이 너무 파격적이어서 구매 의욕은 영 생기지 않았다.
나중에 파리를 방문하고, 샹젤리제 한가운데에 있는 버진 레코드숍의 오디오 부문에 엘립손이 당당히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또 오디오숍에 가봐도 엘립손부터 눈에 띄었다. 그렇다. 쉽게 말해, 엘립손은 프랑스의 국대 스피커였던 것이다.
그러나 한동안 시장에서 이 브랜드를 만날 수 없었다. 문득 몇 년 전에 동그랗게 생긴 재미있는 모양의 스피커를 만난 후, 그게 엘립손의 플래닛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척 반가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2008년에 필립 카레라는 분이 엘립손을 매입하면서 새로운 디자인 팀을 구성하고 발표한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이 제품은 나중에 사운드트리랄지 여러 흥미로운 모델로 발전되어, 비단 오디오 시장뿐 아니라 인테리어 쪽에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 성과에 비하면, 국내에선 아직도 이 회사의 존재감이 약하기는 약하다.

그런 차에 만난 프레스티지 파셋 24F라는 모델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그간 나는 좀 형태가 색다른 엘립손의 제품만 만났는데, 이번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전통적인 사각형 박스로 단단히 무장하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원산지가 어딘가? 축구를 해도 아트 사커를 하고, 요리와 와인은 세계 최고 아닌가? 엘립손의 신작 역시 겉보기와 다르다.
사실 이 프레스티지 시리즈는 저 멀리 1975년에 런칭되었다. 참 역사가 길다. 전체적으로 프레스티지를 일별해보면, 홈시어터 시장을 함께 아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데 엘립손의 초기 개척자인 조셉 레옹 씨가 처음에 극장용 스피커의 개발에 관여했음을 안다면, 이런 콘셉트의 제품을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단, 본격적인 하이파이용 스피커로도 손색이 없는 것이 바로 이번에 만난 24F다.
우선 유닛 구성을 보면, 맨 상단에 2.5cm 구경의 트위터, 그 밑으로 17cm 구경의 미드레인지가 보인다. 우퍼는 21cm짜리 두 발이 장착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전형적인 3웨이 구성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메이커는 3.5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두 발의 우퍼 중 하나는 미드레인지부터 초 저역까지 담당하고, 또 하나는 저역 일부를 보강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은 저역이 너무 거하지 않으면서 요소요소 방점을 찍을 때 매우 유용하다. 특히, 스피커의 사이즈가 작고, 쳄버가 적을 경우, 이런 접근법은 매우 효과적이다.

실제로 저역이 28Hz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면, 매우 와이드 레인지한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고역은 25kHz까지 뻗는다. 감도가 6Ω에 93dB이니, 매칭 앰프는 그리 가리지 않는다. 정말로 오랜만에 엘립손의 신작을 만나 상당히 가슴이 설렌다. 시청에 동원된 앰프는 플리니우스의 카이타키 프리앰프 및 P10 파워 앰프 세트이고, 소스기는 데논의 DCD-1600NE를 사용했다.
첫 곡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액트 2. 위태로운 바이올린군의 트레몰로 사이로, 비장하고, 아름다운 테마가 흘러나온다. 무희가 허공에 다리를 들고 우아하게 턴을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다 본격적인 연주로 치달을 때엔 과연 저역의 양감과 펀치력이 멋지게 터진다. 정말 장엄하고 강력하다.
이어서 엘튼 존의 ‘Daniel’. 애수를 띤 오르간을 배경으로, 젊고 싱싱한 존의 보컬이 또렷이 나온다. 드럼의 단순한 리듬은 박력이 넘치고, 베이스 라인은 두툼하다. 여러 악기가 오소독스하게 잘 어우러져 있다. 확실히 덩치 값을 한다고 할까? 그러나 힘만 갖고 덤비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
마지막으로 퀸시 존스의 ‘Soul Bossa Nova’. 흥겨운 빅 밴드의 물결이 출렁이고, 다이내믹스가 대단하다. 세련된 어레인지가 엮여져서, 뜨거운 세션 한 판이 벌어진다. 브라스군의 돌출은 스피커를 찢고 나올 정도로 기백이 좋고, 드럼의 질주는 바닥을 쿵쿵 울린다. 그러면서 밸런스가 좋고, 전체적인 음색도 우아하다. 과연 엘립손이 대표로 내세울 만한 시리즈라 보인다.


 

수입원 다담인터내셔널 (02)705-0708
가격 300만원
구성 3.5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21cm, 미드·우퍼 17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28Hz-25kHz(±3dB)
임피던스
출력음압레벨 93dB/W/m
파워 핸들링 250W
크기(WHD) 27.4×113.7×38.3cm
무게 2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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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2월호 - 5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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