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L Acoustics M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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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L Acoustics M88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8.01.02 00:00
  • 2018년 1월호 (54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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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모가 드러난 TDL 어쿠스틱스의 신작

일단 묵직하고 진솔한 저역이 시청실을 감싼다. 전인권의 풋풋한 보컬은 생기발랄하며, 적절한 까칠함도 갖고 있다. 전체적으로 럭셔리하다고 할까? 마치 고급 세단을 타는 듯한 느낌이다. 음에 여유가 있고, 확실하게 스피커를 제압하면서 또 음악적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제품이 도착했다. 그간 소문만 무성하던 진공관 앰프의 실체가 이제 내 눈앞에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디자인 하나만으로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어찌 보면 무뚝뚝한 사각형 우드 케이스 안에, 두 개의 미터가 전면에 장착된 외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순간, 빠르게 바우하우스 운동을 주창한 발터 그로피우스의 선언이 생각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아주 간단명료한 디자인 철학이다. 바로 그런 부분이 본 기 TDL 어쿠스틱스 M88에 정확히 반영되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목요연하게 모든 기능이 정리되어 있고, 미터의 레이 아웃이나 노브의 크기 등이 모두 제 사이즈로 처리되었다. 그래서 처음 볼 땐 뭔가 쨍하고 다가오는 느낌이 없지만, 이런저런 불필요한 장식을 모두 제거하고 오로지 순수한 기능미만 추구했기에 절대로 질리지 않는다.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아무리 유행이 변해도, 본 기는 계속 사랑받을 것 같다. 이런 것을 슈퍼 노멀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이 우드 케이스는, 만드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대량 생산으로 대충 조달할 수도 있고, 목공 장인의 섬세한 손끝으로 마치 예술작품처럼 공급받기도 한다. 본 기에 투입된 것은, 알아주는 장인의 솜씨가 단단히 발휘되어 있다. 사진상으로 보면 그냥 평범한 목재같지만, 실제 살펴보면 질리지 않는 색감이다. 불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반사하는 부분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본 기에 얼마나 많은 고려와 노력이 들어갔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이미 지난 호에, 본 기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가 이뤄진 터라, 새삼스럽게 스펙에 대한 부분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간단히 정리하면, 순 A클래스 방식을 채택하되 일정한 출력이 필요함으로 푸시풀 방식을 도입했다. 이래서 8Ω에 25W의 출력을 얻고 있다. 또 기본 장착관은 KT88이지만, 6550, KT90, EL34 등으로 교체 가능하다. 제품 하나로 네 가지 출력관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교체 방식이 무척 간단하다. 전면에서 보면 우드 케이스로 섀시를 만들었기 때문에, 일일이 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듯싶다. 그러나 상단을 보면, 별도의 철망이 있어서, 이것을 들어내면 바로 출력관뿐 아니라, 초단관, 드라이브관 등의 교체가 가능하다. 또 하단에도 철망 처리가 되어 있어서, 발열을 도울 뿐 아니라, 간단한 수리도 할 수 있게 해놓았다. 정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편의성을 세밀하게 배려한 것이다.
하긴 본 기의 설계자는 진공관 앰프 이력만 30여 년을 헤아린다. 처음에는 자작 정도로 시작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의 진공관 앰프를 수입하면서 직접 수리를 하고 또 아이디어를 개진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자신의 브랜드명을 내건 제품을 만든 것이다. 일절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지만 확실하게 계통을 밟아가며 실력을 쌓아온 것이다. 그렇게 집적된 노하우가 이제 자연스럽게 만개한 것이다.
덕분에 음을 들어보면 상당히 음악적이다. 이것은 설계자가 어지간한 음악 애호가가 아니면 안 되는 경지다. 대개의 엔지니어들이 스펙 중심으로, 과도 특성을 좋게 하고, 주파수 대응을 평탄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는 데 반해, TDL 어쿠스틱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은 전작 TDL-18CD로 입증된 부분도 있다. 참고로 이 CD 플레이어는 오랫동안 많은 제품을 리뷰할 때 동원되어 톡톡히 자기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디지털 기기지만 아날로그적인 맛이 일품이었다. 이미 이때부터 TDL 어쿠스틱스의 존재를 의식한 애호가들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본 기는 그 기대에 걸맞은 제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본 기의 시청에 이 CD 플레이어의 매칭은 당연한 일. 스피커는 하베스의 최신작 HL 콤팩트 7 MK3으로 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 일단 묵직하고 진솔한 저역이 시청실을 감싼다. 전인권의 풋풋한 보컬은 생기발랄하며, 적절한 까칠함도 갖고 있다. 전체적으로 럭셔리하다고 할까? 마치 고급 세단을 타는 듯한 느낌이다. 음에 여유가 있고, 확실하게 스피커를 제압하면서 또 음악적이다. 처녀작치고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아니, 깜짝 놀랐다. 괜히 30년 내공이 아닌 것이다.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의 ‘'S Wonderful’. 두툼한 더블 베이스 라인과 드럼의 박력이 잘 어우러진 가운데, 고상하면서 매력적인 보컬이 확고하게 드러난다. 그러고 보면, 중역대의 밀도감이 높은 스피커, 이를테면 브리티시 계열의 스피커와 좋은 조합이 될 듯싶다. 또 한편으로는 이탈리아쪽 스피커도 떠오른다. 절대로 고역이 아무렇게나 날리지 않고, 쓸데없이 쨍하지 않다. 진공관 특유의 인간적이고, 깊은 맛이 잘 배어 있다. 겉만 화려한 체인점 음식이 아니라, 숨어 있는 맛집에서 즐기는 요리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 다소 격한 록 넘버지만, 여기서는 그런 활력을 잃지 않으면서 더 세련되고,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다. 뭐, 이런 맛도 괜찮다. 혹, 더 강력한 음을 원한다면, 본 기에 마련된 라우드니스 버튼을 올리면 된다. 그럼 더 박력과 야성미가 살아난다. 그러고 보면, 이 라우드니스 꽤 유용하다. 아주 로우 레벨로 작게 들을 때에도 유용하고, 팝과 록에도 발군이다. 하나의 앰프로 두 개의 음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출사표는 던져졌다. 올 겨울, 아주 훈훈한 선물이 TDL 어쿠스틱스에서 왔다. 특히, 엔트리 클래스의 진공관 앰프를 쓰는 분들에겐 더없이 유혹적인 옵션이다. 만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면, 굳이 망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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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8년 1월호 - 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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