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SCA-750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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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SCA-7500K
  • 김편
  • 승인 2017.12.01 00:00
  • 2017년 12월호 (45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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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비용으로 바쿤 사운드를 즐기는 지름길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은 중앙에 핀 포인트로 맺힌 팀파니의 묵직한 연타가 솔깃하다. 통통거리는 탄력감도 좋다. 정교한 이미지와 드넓은 사운드 스테이지, 빠른 스피드, 여기에 피아니시모 파트에서의 여린 음들에 대한 섬세한 터치까지. 260만원짜리 앰프 한 대로, 그것도 프리앰프도 없이 이런 재생음의 경지를 얻는다면 사실 지금까지 수많은 바꿈질을 해온 오디오파일들에게는 반칙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일본 바쿤(Bakoon Products)의 소리는 언제나 놀라움을 안겼다. 2014년 초 SCA-7511 MK3을 처음 들었을 때 ‘15W에서 나오는 이 맑고 투명한 소리와 엄청난 구동력은 뭐지?’ 싶었다. AMP-5521로 업그레이드했을 때는 중앙에 핀 포인트로 맺히는 살벌한 이미징과 포커싱에, 그리고 올해 애니버서리 모델인 AMP-7511A 때는 그 완숙한 정제미에 놀랐다. 세 모델 모두 기본적으로 볼륨(게인)이 달려 있는 파워 앰프라서, PRE-7610이나 PRE-5410 같은 프리앰프를 붙이면 무대 안길이와 공간감, 해상력, 디테일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환상을 체험했다.
최근 새 모델 SCA-7500K를 들었다. 바쿤을 대표하던 기존 엔트리 모델 SCA-7511 MK3과 동일한 15W의 출력인데도 68만원이나 더 싸다. 좀더 많은 애호가들에게 바쿤의 소리를 들려주고픈 보급형 모델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수입사인 바쿤매니아는 이러한 목표로 지난 1년 동안 일본 바쿤 제작자 나가이 아키라 씨와 수많은 협의를 거쳤다고 한다. 회로를 5-6번, PCB를 3-4번이나 바꿨다. 모델에 붙은 K(Korea)는 한국 판매용임을 뜻한다.
외관을 본다. SCA-7511 MK3에 동일한 사이즈와 무게에 입력단만 차이가 난다. RCA 입력만 2개로, SCA-7511 MK3에 있던 BNC 입력이 사라졌다. 따라서 바쿤의 또 다른 상징과도 같았던 전류 입력이 불가능해진 점은 아쉽다. 전면 패널 구성은 왼쪽부터 입력 선택 토글스위치, 게인 노브, 헤드폰 출력 잭, 전원 토글스위치로 동일. 섀시 역시 크리스털 분체 도장의 알루미늄인데, 처음에는 원가 절감을 위해 아노다이징 처리만 한 알루미늄을 쓰려고 했으나, 바쿤 앰프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내부를 본다. R 코어 트랜스포머 전원부를 비롯한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SCA-7511 MK3이나 PRE-7610과 동일하지만, 증폭부는 좌우 채널 PCB가 완전히 분리되어서 좌우 채널의 신호 간섭을 완전히 없앴다. 바쿤의 핵심인 사트리 회로(Satri Circuit)의 경우 커런트 미러 칩인 SATRI-IC-V9.3이 채널당 N형(화이트)과 P형(샴페인 골드) 2개씩 채택됐다.

따라서 한국에서만 판매되는 SCA-7500K는 14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SATRI-IC-V9.3이 채택돼 더 넓은 대역과 안정성, 정밀도를 확보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입력 버퍼단에 고가의 J-FET을 채용, 입력 임피던스를 100㏀으로 높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출력 임피던스가 높은 진공관 소스기기나 프리앰프를 앞단에 달 경우 임피던스 매칭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 입력 버퍼단을 생략한 일본 내수용 및 해외용은 입력 임피던스가 1㏀에 그친다. 커패시터 역시 음질 특성이 더 우수한 OS-CON을 한국형에만 투입했다. 바이어스 터보 회로를 투입, 바이어스 안정화 시간을 10초 이내로 줄인 점도 편의성 면에서 돋보인다.
SCA-7500K를 자택에서 일주일 동안 집중 시청했다. 볼륨단(일본 동경 광음 전파 제품) 성능까지 온전하게 파악하기 위해 인티앰프로만 활용, 감도 87dB 2웨이 북셀프 스피커, 그리고 90dB의 3웨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 물려봤다. 듀크 엘링턴의 ‘Blues In Blueprint’에서는 확실한 좌우 분리와 무대의 안길이 표현에 ‘역시!’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일체의 노이즈나 왜곡, 끈적거림 없이 샘물처럼 맑고 투명한 음의 촉감 또한 바쿤스럽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캐치될 만큼 칠흑 같은 정숙성도 쉽게 느껴진다.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은 중앙에 핀 포인트로 맺힌 팀파니의 묵직한 연타가 솔깃하다. 통통거리는 탄력감도 좋다. 정교한 이미지와 드넓은 사운드 스테이지, 빠른 스피드, 여기에 피아니시모 파트에서의 여린 음들에 대한 섬세한 터치까지. 260만원짜리 앰프 한 대로, 그것도 프리앰프도 없이 이런 재생음의 경지를 얻는다면 사실 지금까지 수많은 바꿈질을 해온 오디오파일들에게는 반칙이다. SCA-7500K로 처음 본격적인 오디오 생활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다른 앰프들도 이럴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위험(?)도 있다.

필자의 최애곡 중 하나인 안네 소피 폰 오터의 ‘Baby Plays Around’에서는 소름부터 돋았다. 너무나 생생히 그녀가 필자 앞에 출몰했기 때문. 하이엔드 분리형 앰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그 섬세한 이미징과 뉘앙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파악된 것이다. 동사의 같은 출력의 SCA-7511 MK3과의 음질적 차이를 꼽자면, SCA-7500K가 음에 좀더 온기가 붙었고, 윤곽선이 조금 굵어졌다는 것. 또한 저역을 단단하게 뽑아내는 능력과 스피커에 대한 댐핑력은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다. 재즈 베이스가 3대가 투입된 레이 브라운의 ‘Brown Funk’를 들어보면 이러한 성향이 더 잘 드러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앰프 가격에 낙담한 선량한 음악 애호가들, 분리형 앰프 바꿈질에 지쳐버린 오디오파일들에 일청을 권한다. SCA-7500K는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바쿤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지름길이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260만원   실효 출력 15W(8Ω)   아날로그 입력 RCA×2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24×8×30cm   무게 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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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2월호 - 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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