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ma Audio Revo DA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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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 Audio Revo DAC-1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11.01 00:00
  • 2017년 11월호 (54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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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감 풍부한 매혹적인 미음, 크레모나산 DAC의 매력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일단 첼로의 당당한 울림이 인상적이다. 서서히 기지개를 켜듯, 여기저기서 악기군이 등장하고, 차츰 음량이 커지면서 강력한 폭발로 이어진다. 그 흐름이 일목요연하다. 숱한 음성 정보를 정확히 컨트롤하면서, 매우 자연스럽고, 아날로그적인 음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요즘 조금씩 한국형 살롱 문화가 정착해가는 느낌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일종의 하우스 콘서트 개념으로 해서, 자기 집에 여러 지인을 초대하고는 현악4중주 정도의 연주회를 갖는 것이다. 당연히 다과나 뷔페가 제공되고, 와인이 빠지는 일이 없다. 이렇게 클래식과 와인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악과 문화, 그리고 역사가 등장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탈리아는 빼놓을 수 없는 테마가 된다.
개인적으로 수차례 이탈리아를 방문했고, 밀라노만 해도 열 번이 넘게 드나들었다. 덕분에 주변 도시를 하나씩 점거(?)해가고 있는데,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곳이 바로 크레모나다. 크레모나! 현악기의 도시.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아마티 등이 다 이곳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수법을 이용해서 만든 스피커가 바로 소누스 파베르이고, 이게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현재까지 상주 인구가 고작 7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이 찬란한 유산을 계승한 노르마(Norma)라는 회사는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로 앰프와 소스기를 만드는데, 오로지 미적 감각만 갖고 만드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정확한 계측과 검증을 통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이 기술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평범한 진리를 잊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 도시 크레모나에서 만들어지는 가장 과학적인 노르마의 제품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번에 만난 것은 레보 DAC-1이라는 제품이다. 1이란 형번은, 아무래도 시리즈의 처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라는 의미도 아울러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제품의 출사표는 최고의 표현력을 갖춘 DAC다. 그냥 최고가 아니라, 표현에 있어서, 말하자면 재생음에 담긴 예술혼을 최고로 전달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소개할 스펙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정보를 위한 것이고, 그 진짜는 실제로 들어봐야 알 수 있다. 이번 시청을 통해 상당한 가능성이 엿보인 만큼, 기회가 되면 꼭 들어보라 권하고 싶다.
일단 스펙부터 확인하면, 총 다섯 개의 디지털 입력이 가능하다. 코액셜이 두 개이고, USB B, 옵티컬, AES/EBU 등이 더해진다. 말하자면 흔히 사용하는 디지털 디바이스의 대부분을 커버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아날로그 출력은 RCA 및 밸런스가 각각 갖춰져 있다. 기본적으로 어느 환경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입·출력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제공되는 DAC는 24비트 사양의 PCM 1704 칩이 두 개고, 필터의 롤 오프는 샤프 혹은 슬로우 중 선택 가능하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재생되는 음의 성격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셈이다. 의외로 와이드 밴드를 실현해서 무려 2MHz 이상이나 된다. 기본적으로 PC를 중심으로 고음질 파일을 즐기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이런 광대역은 필수라 하겠다.

전기적인 안정성이나 메커니즘의 기본기가 무척 충실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단에 별도의 파워 서플라이를 넣는 것은 기본이고, 각각의 스테이지를 세심하게 나눠서 이 역시 독자적인 전원 공급을 이루고 있다. 덕분에 총 13개의 전원 레귤레이션이 동원되고 있다. 섀시는 풀 알루미늄으로, 완전한 비자성체 성분. 거기에 오디오용 토로이달 트랜스를 제대로 투입하고 있다. 참고로 동사의 마더 컴퍼니는 오팔 일렉트로닉스로, 전자제품의 계측기 제조로 유명하다. 따라서 제품 하나하나에 얼마나 충실한 테스트와 점검이 이뤄질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 양질의 볼륨단이 제공되니, DAC·프리라는 콘셉트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PMC의 최신작을 동원했고, 앰프는 페록스의 225i 인티앰프를 매칭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일단 첼로의 당당한 울림이 인상적이다. 서서히 기지개를 켜듯, 여기저기서 악기군이 등장하고, 차츰 음량이 커지면서 강력한 폭발로 이어진다. 그 흐름이 일목요연하다. 숱한 음성 정보를 정확히 컨트롤하면서, 매우 자연스럽고, 아날로그적인 음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이어서 로스트로포비치 연주,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1악장. 특유의 고상하고, 서정적인 테마가 등장한다. 아날로그 녹음 특유의 히스 음이 여기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러고 보면 잘 조율된 턴테이블의 음과 통하는 바도 있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풍요로우면서, 인간적이다. 진공관 앰프를 듣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노래하듯 연주하는 로스트로포비치의 비르투오소가 아낌없이 드러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퀸의 ‘You're My Best Friend’. 화려한 신디사이저의 출현에 묵직한 드럼의 어택. 그런데 보컬을 들으면 무척 달콤하고 또 서정적이다. 힘을 과시하거나 고역에서 소리치는 음이 아니라, 정말 맛깔난 노래를 들려준다. 그런 감성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고, 질감이 풍부하며, 매혹적인 미음을 들려준다. 과연 크레모나산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고품위한 재생음은 상당히 유혹적이다.

수입원 SP-오디오 (02)2156-7590
가격 515만원   DAC PCM 1704 24비트   오버샘플링 DF 1706 8×디지털 필터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2, Optical×1, USB B×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0-2MHz(±3dB)   출력 전압 3V(RCA), 6V(XLR)   출력 임피던스 200Ω   크기(WHD) 43×7.5×35cm   무게 1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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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1월호 - 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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