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 Twenty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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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Twenty5.22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11.01 00:00
  • 2017년 11월호 (54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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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한 PMC의 놀라운 내공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행진. 일단 시원시원하다. 스피커의 사이즈를 넘는 광대역에 전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모두 보인다. 저역은 단단하면서 빠르고, 중역대는 밀도가 높으며, 고역은 상쾌하다. 현악군이 고역으로 치달을 때의 에너지라던가, 다양한 관악기의 향연 등이 호화찬란하게 펼쳐진다. 눈을 감으면 중형기 정도의 스피커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지난 7월 말경이다. 오랜만에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갔다. 이즈음에 열리는 오디오 쇼의 참관을 위해서다. 로컬 쇼인 만큼, 부스가 많거나, 대규모의 판촉이 이뤄지지 않지만, 그래도 A급 브랜드가 다수 참전하고, 관람객들의 열기가 높아서 무척 내실이 좋은 쇼이기도 하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었으므로, 오랜만에 마음 터놓고 이 부스, 저 부스 다니면서 음을 들었다. 그 가운데 홈시어터와 병행해서 어마어마한 물량 투입이 이뤄진 PMC의 부스는 단연코 압권이었다. 특히, 2채널 하이파이 시연 때엔, 마치 공연장에 온 듯한 박력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과연 이런 음을 집에서 낼 수 있을까? 계속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음을 들었다.
영국에는 기라성 같은 스피커 회사가 많다. 특히, 실용성이 뛰어나 우리네 가정 형편에도 어울리는 가격대와 사이즈의 제품이 무척 많다. 이른바 브리티시 사운드라는 독자적인 계보도 갖고 있고, 몇몇 특정 메이커에는 아예 종교 집단 못지않은 충성도를 보이기도 한다. 역사가 80년도 넘는 회사도 있고, 오디오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일도 흔하다. 그러므로 신생 스피커 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무척 높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1991년 혜성처럼 등장한 PMC의 약진은 무척 고무적이다. BBC 출신의 엔지니어 피터 토마스의 독자적인 스피커 이론에 기반해서, 작은 사이즈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저역의 에너지와 스피드를 이끌어낸 부분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다시 말해, 전술한 오디오 쇼에서 들은 음을 내 집의 형편에 맞게 재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동사에서는 코르(cor)라는 인티앰프를 발표했다. 잘못 하면 카(Car)로 읽을 수 있어서, 카 오디오용 제품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엄연한 하이파이 용이다. 사실 동사의 몇몇 대형기엔 A라는 형번이 붙어 있고, 이것은 다시 말해, 액티브 타입을 뜻한다. 특히,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려면 액티브는 필수. 즉, 스피커를 만든 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앰프를 만들어왔다는 뜻인데, 그러므로 이번 인티앰프의 출시는 여러모로 환영할 만하다.

스펙을 보면 8Ω에 95W라는 출력을 낸다. 본 기의 출사표가 PMC의 여러 스피커를 울린다는 콘셉트이다. 이번에 만난 Twenty5.22라는 제품을 보면, 확실히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렇다. PMC는 Twenty5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더 앰프 친화적인 제품으로 변모한 것이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PMC의 북셀프를 좋아하는 편이다. 저 멀리 TB1까지 갈 필요도 없다. 그냥 본 기를 들어보면 왜 그런지 충분히 납득이 될 것이다. 무게라고는 10kg에 불과하고, 사이즈도 작지만, 무려 39Hz에 달하는 저역 리스폰스 능력을 갖고 있다. 45Hz만 해도 양호한 북셀프의 현실을 고려하면 정말 무시무시한 스펙이다. 게다가 고역은 25kHz까지 쭉쭉 뻗는다. 불과 6.5인치짜리 미드·베이스의 구경에 1인치가 좀 넘는 소프트 돔 트위터를 갖춘 편성으로 어떻게 이런 광대역이 가능하단 말인가?
바로 여기에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테크놀로지가 바로 ATL이다. ‘Advanced Transmission Line’의 약자로, 인클로저의 안에 긴 통로를 만들어서 저역의 양감과 대역을 놀랍도록 확장시키는 방식이다. 이것은 밀폐형으로 오로지 드라이버의 능력에 의존하는 방식과는 정반대 입장인데, 어떤 쪽이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어떤 성과를 보여주는가에 대한 문제라 본다. 그 점에서 본 기의 광대역은 여러모로 교훈적이라 하겠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페록스의 225i 인티앰프를 걸고, 소스기는 노르마의 레보 DAC-1을 중심으로 들었다. 첫 곡으로 들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행진. 일단 시원시원하다. 스피커의 사이즈를 넘는 광대역에 전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모두 보인다. 저역은 단단하면서 빠르고, 중역대는 밀도가 높으며, 고역은 상쾌하다. 현악군이 고역으로 치달을 때의 에너지라던가, 다양한 관악기의 향연 등이 호화찬란하게 펼쳐진다. 눈을 감으면 중형기 정도의 스피커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이어서 듀크 엘링턴의 ‘The Star-Crossed Lovers’. 전설적인 파리 공연 실황인데, 리얼하게 다가오는 공연장 분위기가 압권이다. 피아노의 유려하면서 노련한 터치로 인트로가 시작하는 가운데, 기분 좋게 빅 밴드가 출렁거리고, 이윽고 자니 호지스의 관능적인 테너 색소폰이 등장한다. 저 좋았던 시절의 로맨티시즘이 멋지게 펼쳐진다. 전성기의 양키스 라인업을 방불케 하는 단원들의 면면이 일체 누락되는 법 없이 드러난다. 관악기군이 정신없이 몰아칠 때엔 그냥 짜릿짜릿하다. 과연 PMC구나!
마지막으로 퀸의 ‘You're My Best Friend’. 일단 신디사이저가 전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가운데, 강력한 드럼의 출현이 인상적이다. 10인치 이상의 우퍼가 별도로 배치된 듯한 박력이 가슴을 뛰게 한다. 가만히 들어보면, 상당히 디테일하면서, 자연스럽다. 또 모니터적인 따분함을 벗어나, 더 하이파이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그 사이 시간도 흐르고, 설계자의 내공은 차곡차곡 늘어났다. 그 진수를 이 작은 몸체에서 아낌없이 보는 듯하다.

 

수입원 다빈월드 (02)780-3116
가격 38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ATL, 2m   사용유닛 우퍼 17cm Long-throw g-weave, 트위터 2.7cm SONOLEX   재생주파수대역 39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1.8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9dB/W/m   권장 앰프 출력 30-200W   크기(WHD) 19.2×41×37.3cm   무게 10kg

544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7년 11월호 - 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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