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co Direkt Eink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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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o Direkt Einklang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10.01 00:00
  • 2017년 10월호 (54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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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먼 오디오의 레전드, 헤코의 진가

일단 포인트 소스의 강점이 잘 드러난다. 두 악기의 위치가 명료하고, 정확한 시간축으로 이쪽에 다가온다. 음 자체는 845 관의 음색이 잘 반영되어, 투명하고, 고우면서, 명징하다. 특히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묘사가 훌륭하다. 두 악기의 음색과 질감의 표현만으로 가벼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새천년에 들어와서, 독일 쪽 오디오의 약진이 눈부시다. 덕분에 그전에 몰랐던 많은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차례로 소개되어, 이제는 영미권 못지않은 영역을 확보한 상태다. 그런데 우리는 2차대전 이전의 화려한 저먼 오디오의 레전드, 그러니까 클랑필름이나 지멘스 등에 대해서 좀 알지만,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 과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로라하는 톱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렇게 중간에 발생하는 50년의 갭이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그러다 이번에 헤코(Heco)라는 브랜드를 만나고서는 무릎을 탁 쳤다. 그럼 그렇지.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 시기에도 여러 뛰어난 브랜드가 활동했던 것이다. 그중 헤코는 매우 이색적인 콘셉트와 만듦새를 자랑한다. 한 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헤코의 창립 연도는 1949년이다. 즉, 2차대전 이전, 화려하게 만개한 저먼 오디오의 영광이 끝난 후, 전후의 참사에서 조금씩 부흥의 몸부림을 칠 무렵, 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조용히 성립된 메이커인 것이다. 그런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다이렉트 아인클랑(Direkt Einklang)이라는 이름이 붙은 본 기는 매우 특별한 외관과 콘셉트를 갖고 있다.
일단 인클로저를 보자. 두께가 그리 두툼하지 않은 가운데, 양쪽으로 확 펼쳐져 있다. 요즘 추세가 프런트 패널을 되도록 좁히는 대신, 안길이를 늘리는 쪽인데, 본 기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바로 인클로저라는 존재다. 이것은 드라이버를 부착하고, 활발하게 동작하게 만드는 틀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공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숙명도 갖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한 고안 중 하나가 흔히 무한 배플(Open Baffle)이라 부르는 방식이다. 즉, 프런트 패널을 넓고 크게 제작하고, 그 중간에 드라이버만 배치하는 것이다. 옆과 뒤를 다 비워두는 것이다. 이 경우 드라이버의 뒤쪽에 발생하는 음이 자연스럽게 허공에 사라진다. 상당히 합리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한데 만일 무한 배플로 제작한다고 하면, 드라이버가 둘이나 세 개보다는 한 개가 적합하다. 그 경우 배플의 면적을 적게 할 수도 있다. 본 기는 바로 이런 콘셉트를 배경으로, 놀랍게도 풀레인지 드라이버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특이하다. 바로 센터 캡 혹은 더스트 캡이라 부르는 부분에 종이로 된 나팔을 부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이 트위터이고, 그 주변으로 미드·베이스가 감싼 형태의, 즉 동축형 방식이 아닐까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본 드라이버는 엄연히 풀레인지다. 나팔도 페이퍼고, 진동판도 같은 소재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무한 배플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인클로저 내부에 뒤로 빠지는 음을 컨트롤하는 장치를 심은 것이다. 그리고 밑으로 난 두 개의 덕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저음이 빠지도록 했다. 말하자면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의 장점도 아울러 취득한 것이다. 참 다양한 고안이 들어간 제품인 것이다.
한편 본 풀레인지 드라이버가 담당하는 주파수 대역을 보고 또 놀랐다. 8인치 구경으로 무려 32Hz에서 19.2kHz까지 커버한다. 8인치라는 구경도 생소하고, 센터 캡에 혼을 단 것도 특이한데, 이런 광대역한 주파수 특성은 경이롭기까지 한다. 실제로 음을 들어보면 일체의 이음새를 느낄 수 없으면서, 전 대역이 정확히 반응하는, 풀레인지 특유의 일체감을 경험할 수 있다. 입력 감도도 좋아서, 무려 94dB이나 한다. 메이커에서는 5W 정도의 출력으로도 충분히 구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따라서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정공법으로 만들어진 SET 계열을 선택했다. 바로 마스터 사운드의 콤팩트 845인데, 채널당 30W의 출력을 낸다. 당연히 구동에 일체 아쉬움이 없다. 참고로 소스기기는 에소테릭의 K-03X. 첫 곡으로 들은 것은, 그리모와 가베타가 함께 한 슈만의 3개의 환상 소품 중 첫 번째. 일단 포인트 소스의 강점이 잘 드러난다. 두 악기의 위치가 명료하고, 정확한 시간축으로 이쪽에 다가온다. 음 자체는 845 관의 음색이 잘 반영되어, 투명하고, 고우면서, 명징하다. 특히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의 묘사가 훌륭하다. 두 악기의 음색과 질감의 표현만으로 가벼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어서 칼 뵘이 지휘하는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Kyrie’. 운명적인 테마가 연주되는데, 바이올린 군이 예리하게 공간을 가르는 부분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빠르고, 정교치밀하다. 관악기의 스산한 울림도 가감 없이 다가온다. 그 후 본격적으로 코러스가 가세하는데, 일체 뭉침이나 혼탁함이 없다. 소프라노가 출현해서 중앙에 자리 잡고 노래할 땐, 그 빼어난 존재감이 멋지게 포착된다.
마지막으로 올맨 브라더스의 전성기 라이브 트랙 ‘Melissa’. 그렉 올맨이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가운데, 디키 베츠의 화려한 일렉트릭 기타가 맛깔나게 더해진다. 기본적으로 대편성이라, 두 대의 드럼과 여러 개의 악기가 화려하게 몰아친다. 그러나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고, 일체 군더더기가 없다. 킥 드럼과 베이스의 어택감도 양호하다. 감도가 높은 덕분에 다이내믹스의 표현도 발군이다. 모양새가 좀 특이할 뿐, 음에 있어서는 상당히 만족도가 높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290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풀레인지 20.3cm   재생주파수대역 32Hz-19.2kHz   임피던스 4-8Ω   출력음압레벨 94dB   권장 앰프 출력 5-180W   크기(WHD) 38.2×84.2×19.6cm   무게 19kg

 

543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7년 10월호 - 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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