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산보(音酒散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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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산보(音酒散步)
  • 이승재 기자
  • 승인 2017.09.01 00:00
  • 2017년 9월호 (54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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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천천히 음악 한 잔 저녁 산보

뱅뱅사거리 인근에 있는 이곳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상상했던 공간과는 너무도 다른 곳이었고 간판도 무척 자그마했기에 눈에 들어오지 않아 그만 지나치고 말았다. 큰 빌딩 뒤에 있는 1층짜리 아담한 건물에 이번에 방문한 ‘음주산보’가 있었는데, 이곳은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볼 수 있었던 단독 건물의 좌석의 수가 작은 아담한 가게로, 시끄럽고 번잡한 강남에 이런 분한 분위기의 공간이 있어서 별세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장소는 꽃집으로 시작해 5년간 영업해 온 곳이라고 한다. 그러다 밤에는 꽃집이 영업하지 않으니 꽃집 주인의 남편이 맥주 장사를 해 보겠다 해서 밤에는 이곳에서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맥주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 남편이 바로 현재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조봉찬 씨(사진)의 직장 선배다. 그런데 조봉찬 씨가 가게를 맡게 된 사정(?)이 독특하다. 건물주가 건물을 올린다고 가게를 비워 달라 해서 옮기게 되었고, 이사할 곳의 인테리어까지 다 끝났는데, 결국 건축할 수 없게 되어 그 직장 선배가 네가 저녁에 나와서 해 보라고 해서 인수하고 새롭게 단장해 8월 1일부터 음주산보가 시작된 것이다.

음주산보라는 이름이 독특해서 그에게 의미를 물어봤는데, 슈퍼에서 술을 사서 집에서 먹는 것보 비싸기에 술집에서 술을 먹으려면 특별한 여흥이 있어야 되며, 음주산보에서는 그것이 음악이고 가게 이름에 음(音)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주(酒)는 특별한 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곳은 벨기에 수도원 맥주를 전문으로 취급하며, 싱글몰트 위스키와 맛있는 와인도 갖추고 있다. 산보는 산보 나가 듯 방문할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하며, 산책보다 산보가 특이해서 붙였다고.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가 음주산보를 오픈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오디오였다. 그동안 인테리어 잘 되어 있는 여러 좋은 음식점에 갔을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이 소리가 산만하고 귀가 아플 정도로 음질이 나쁜 몇 만원짜리 중국산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있는 것이었다. 현재 음주산보에서 사용하고 있는 오디오는 피에가 Coax 311 스피커와 신세시스 A50토러스 진공관 앰프이며, 지고 있는 음반을 전부 리핑해 PC에 넣고 PC 파이로 음악을 재생하고 있었다. 북셀프 스피커가 웬만해서는 좋은 음악이 나오질 않아 피에가를 선택했는데, 트위터가 워낙 좋아 소리가 산만하지 않아서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요즘 이 시스템으로 음악을 틀고 있는데 사람들이 듣고 깜짝 놀라며 나갈 때 ‘음악이 너무 좋네요’ 하며 명함 달라고 할 정도라며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보 이런 곳에서는 가요면 가요, 재즈면 재즈 한 종류의 음악만 트는데 음주산보에서는 초반에 클래식을 튼다고 한다. 음악을 아는 사람은 풍류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소음이기에 이곳을 왁자지껄한 치킨집 분위기가 아닌 2차로 와서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며 술 한 잔과 함께 잔잔히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콘셉트가 들었다 놨다 라고 할 정도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은 곡을 선곡해 들려 드리고 있다.

음주산보의 주인 조봉찬 씨는 현재 CF 프로덕션 감독이자 한신대학교에서 겸임 교수로 영상을 가르치고 있으며, 음주산보는 저녁에 나와서 운영하고 있다. 그가 만든 광고 중 음악으로 히트친 것이 여럿 있을 정도로 그는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조수미 씨의 곡인 챔피언스를 편곡해서 사용한 국정홍보처 공익 광고인 다이내믹 코리아 광고(??년 뒤 이 아이는 ??가 됩니다)가 그가 만든 작품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광고 대행사를 다녔다. 그곳에는 특이한 사람이 많았는데, 많이 하는 취미가 사진과 오디오였고, 시간만 있으면 모여서 오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한 번 명동에 있는 오디오 숍에 따라갔는데, 음악을 들어 보니 소리가 완전히 달라 오디오를 시작하게 되었다. 클립시의 벨 클립시와 진공관 인티앰프로 오디오를 처음 시작했고, 그러다 유학을 가게 되었다. 갔다 와서 이사하는 기념으로 오디오를 바꾸자 해서 벨 클립시를 팔고 B&W 802를 사게 되었고, 그 후에는 소누스 파베르 아마티 애니버사리오를 사용하다 작년 12월부터 마르텐 밍거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VAC 프리앰프와 캐리 CAD-211 모노블록 파워 앰프와 매칭해 음악을 듣고 있다. 사무실에서도 오디오 음악을 듣고 있는데, 북셀프 스피커는 정말 여러 가지 바꿔서 사용해 봤다고 한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분위기 있게 한 잔 할 수 있는 좋은 가게에 가서 좋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대화하고 음악을 듣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좋은 사람과 함께 이번에 소개한 음주산보를 방문하면 색다른 공간에서 독특한 술과 좋은 곡을 즐기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요일은 쉬니 참고하시길.
문의 : 010-9075-8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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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9월호 - 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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