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MA-80 6L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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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MA-80 6L6
  • 김남
  • 승인 2017.06.01 00:00
  • 2017년 6월호 (53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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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L6의 매력에 더해 EL34와 KT88도 장착할 수 있는 신통방통한 앰프

반도체 앰프가 단정한 차림새의 회사원이라고 한다면 진공관 앰프 사운드는 한 잔 걸치고 화장기가 약간 있는 소릿결이 느껴진다. 중역의 소리는 비슷해도 배음에서 매끄러움이 있고 보컬의 농염함, 교태미가 있다. 현의 움직임이 좀더 구체적이며, 사용 진공관의 특징이지만 해상력도 좋고 파워 능력도 상당하다.

 

히말라야 산맥 근처의 작은 나라 부탄은 크기가 남한의 1/3 정도이고 인구는 100만도 안 되는 소국이다. 경제력도 보잘 것 없어 1인당 국내 총생산이 우리나라의 10분의 1 정도이다. 그러나 이 나라는 행복지수 세계 1위이다. 행복지수란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수치가 아니고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수치를 갤럽이나 UN에서 조사하는 방식인데, 물론 순위는 매년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 이 나라는 국가적으로 4대 시책을 정해 놨다. 심플, 스몰, 스마일, 슬로우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이다. 그리고 어지간하면 전자 장치 대신 손으로 직접 작동하며 벌목을 제한하고 사냥 같은 것은 없다. 고유문화도 중하게 여긴다. 오디오 제품이 보급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시청기를 보고 듣고 나니까 불현듯 이 국가가 생각난다. 특히 심플, 스몰이라는 단어에서 한참 동안 생각이 머물렀다. 그것이야말로 공통적으로 모든 오디오가 지향해야 할 공통 지수인데, 그런 방향에서 사용자들의 행복지수라는 결과를 믹스한다면 우리나라 애호가들의 행복지수라는 것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근래 세계 오디오 시장에서 케인이라는 레이블의 성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일부 호사가들의 사치스러운 장비라는 오디오 기기들의 신비와 아성을 삽시간에 초토화시켜 버린 선두 주자이기 때문이다. 케인은 100-200만원대의 가격대이면서도 스마트하며 멋진 인테리어, 표준급 이상의 부품들, 증빙된 내구성, 수준을 상회하는 음질, 이런 조화력을 갖춘 진공관 인티앰프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 저렴한 가격 때문에 사용을 주저한다는 평가도 있다. 좀 비싼 걸 들여놔야 폼이 난다는 생각 때문이겠다. 우리나라 민족의 뿌리 깊은 허세 의식에 진저리를 내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허세 의식은 우리의 국민성을 대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시청기를 들으면 왜 많은 사람들이 오디오의 콤플렉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지 잠시나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이 정도면 됐다’ 라는 수준에서 1mm만 올라가려면 전혀 다른 고난의 길이 열린다. 그걸 잘 알면서도 그 눈곱만한 차이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케인이라는 레이블이 대단한 것은 ‘이만하면 됐다’는 보편타당성이 있는 제품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며, 그러한 정신이 사회 정신으로 승화될 때 사회의 행복지수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청기는 이미 초창기 때부터 케인이 내놓은 5극 진공관 인티앰프의 새 버전인데, 여러 면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 품위를 느낄 수 있는 깔끔하게 잘 정돈된 이미지, 간결한 사용법, 수준급 부품의 배합 등 그런 외형은 비슷하지만, 처음부터 그야말로 ‘Simple is Best’라는 구호를 걸고 기존의 제품들에 들어가 있던 잡다한 편의성을 과감히 벗어던져 버렸기 때문이다. 가장 단순함이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는 구호 아래 음악성만을 목표로 개발되었다는 설명이다.

기존 제품에 달려 있던 3극, 5극 변환 장치가 우선 없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는 이 장치가 필요 없다는 쪽에 한 표이다. 음악 듣기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인데, 이것을 놓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음악이 아니라 소리만 듣는 함정으로 입장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시청기는 토글 스위치 조정만으로 EL34뿐 아니라 KT88을 장착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 KT88을 사용하면 출력이 소폭 증가한다(40W). 소리도 물론 달라진다. 좀더 호쾌하게 변한다. 그럼에도 보통 80W까지 올라갈 수 있는 출력을 40W 미만으로 줄였다는 것은 시청기가 출력보다는 음질에 더 신경을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공관 앰프의 핵심인 출력관은 러시아 스베틀라나의 6L6이 장착되어 있다. 이 진공관은 저가격임에도 저음 대역과 구동력 향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출력관이다. 초단과 드라이브 관으로는 12AX7과 12AU7을 2개씩 사용하고 있다. 볼륨이나 트랜스 등은 이미 케인의 부품들이 그러하듯 모두 잘 알려지고 성능 검증이 끝난 제품들이 투입되어 있고, 채널별로 바이어스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도 장점. 4개의 입력 단자가 있다.
시청기를 이번 호 시청기인 마그낫 템푸스 33 스피커, 크릭 CD 플레이어로 연결해 본다. 흔히 말하는 진공관 사운드의 특징이라는 것이 쉽게 드러난다. 반도체 앰프가 단정한 차림새의 회사원이라고 한다면 진공관 앰프 사운드는 한 잔 걸치고 화장기가 약간 있는 소릿결이 느껴진다. 중역의 소리는 비슷해도 배음에서 매끄러움이 있고 보컬의 농염함, 교태미가 있다. 현의 움직임이 좀더 구체적이며, 사용 진공관의 특징이지만 해상력도 좋고 파워 능력도 상당하다. 적어도 100시간 정도는 에이징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상태로서도 음질, 파워, 음색이나 해상도에서 상당한 능력을 보여 준다. 안심하고 보통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우량기로 추천할 만하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72만원   사용 진공관 스베틀라나 6L6×4, 12AX7×2, 12AU7×2   실효 출력 35W(6L6), 40W(KT88)   아날로그 입력 RCA×4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29.5×18.5×39.5cm   무게 1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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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6월호 - 5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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