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beth HL5 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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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beth HL5 ES
  • 김기인
  • 승인 2017.06.01 00:00
  • 2017년 6월호 (53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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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의 핵심은 바로 스피커다. 어떤 스피커를 선택하느냐가 그 오디오 판의 성격을 좌우하며, 그로 인해 음악적 취향이나 사용자의 성격까지도 반영된다.
혼 스피커를 택했다면 그 직선성과 호방함, 고능률에서 오는 다이내믹 등 여러 가지 음질적 특성을 좋아한다는 뜻이며, 앰프를 매칭해 나가는 것 역시 고능률인 만큼 저출력에 저 노이즈 앰프 중 진공관을 사용한 빈티지류 제품이 맞는다. 선재 역시 현대의 하이엔드 케이블보다 W.E.나 노이만, 벨덴 등 빈티지 케이블 중 가급적 스피커와 같은 제작 시대의 것을 매칭하는 것이 맞다. 예를 들어 웨스턴 혼 스피커라면 1930-50년대 W.E. 케이블, 독일의 클랑 혼 스피커라면 당 시대의 노이만이나 지멘스, 텔레풍켄 케이블이 맞을 것이다. 스피커에 따라 케이블이나 앰프도 동일 매칭 상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이 시대적 조류는 소위 얘기하는 아메리칸 사운드, 브리티시 사운드, 도이치 사운드의 3대 산맥을 이루었는데, 서로 경쟁하고 교류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내용을 보면 일맥상통하는 공통 부분이 있다. 당시 오디오 제품은 각국 간에 경쟁 아이템이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소리를 낼까 연구·발전시킨 흔적이 오디오사에서 역력히 나타나 있다. 미국이 호방함을 주로 한 큰 스케일과 다이내믹을 추구했다면, 독일은 음의 투명성과 해상력, 직선성을 위주로 했고, 영국은 자연스럽고 우아하며 현실성 깊은 사운드로 발전해 나간다.
브리티시 사운드는 스피커뿐만 아니라 앰프 측면에서도 특유의 검소성과 실용성이 잘 반영되어 있고, 결과적으로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당시 고가품이었던 미국이나 독일 제품의 인기를 넘어서 새롭게 평가되고 있어 오히려 가격도 오르고 귀해졌다. 특히 영국 빈티지 스피커를 대표하는 구형 탄노이의 경우 오리지널 인클로저 제품은 사고 싶어도 제품이 없어 못 살 지경에 이르렀다.
대표적 영국 사운드들의 특징은 스케일을 키우는 아메리칸 사운드에 비해 아기자기한데, 이러한 특성이 음악적 집중력과 자연스러운 음장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어 부담 없이 실내에서 현장 음악을 감상하게 한다.
브리티시 사운드의 계보를 잇는 여러 스피커 중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적 호응을 얻고 있는 대표적 메이커가 하베스다. 하베스는 초 하이엔드 스피커도 아니면서 초 하이엔드와 겨누어도 손색없는 실용적 제품을 여럿 생산했는데, 마니아들 가운데 소장파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피커이며, 메인을 가지고 있더라도 서브로 갖고 싶어 하는 첫 번째 스피커가 하베스이기도 하다.

하베스의 스피커들은 대부분 부피가 크지 않아 국내 실정의 룸 컨디션에 잘 맞는다. 그리고 앰프 매칭도 까다롭지 않아 TR 앰프든, 진공관 앰프든 매칭시키면 여지없이 기본 이상의 실력을 발휘해 주는 역량 있는 스피커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롱 베스트셀링 모델이 바로 하베스 HL 콤팩트 7과 HL5 시리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스케일이나 크기, 음질 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바로 HL5 시리즈다. 현재 HL5에서 HL5 ES를 거쳐 슈퍼 트위터를 장착한 슈퍼 HL5, 그리고 마지막 7번째 버전인 슈퍼 HL5 플러스에 이르러 있다. 슈퍼 버전은 기본 2웨이 HL5 버전에 3/4인치 슈퍼 트위터를 가미한 간이 3웨이 버전인데, 실제 네트워크 구조는 전 버전과 동일하게 2웨이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맞다. 혹자들은 오히려 2웨이 버전이 음악성이 더 좋다고 평가하고 있는 만큼 취향에 따라 선택할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HL5의 음색은 어떤 모델이라도 마니아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번에 소개되는 HL5 ES는 중·후반 버전으로 8인치 프랑스 오닥스 콘 유닛과 1인치 시어스 알루미늄 돔 트위터의 저음 반사형 북셀프 스피커다. 전용 받침대가 있지만 가격이 비싼 관계로 대부분 스피커 본체만 거래되는데, 아직까지 인기가 대단하다. 감도 86dB/1W·1m이며 내입력 100W로 25W/ch 이상의 앰프를 추천한다. 무게 17kg으로 레이저로 정밀 가공한 MDF 패널을 초음파 접착해 인클로저 마감이 아주 좋다. 내부 흡음재는 합성 스펀지류를 사용하며, 고해상력의 옥타브당 16dB 슬로프의 초정밀 네트워크가 내장되어 있다.
필자가 경험해 본 바로는 7591관을 사용하는 구형 피셔 리시버와도 상성이 좋고, 마란츠나 아큐페이즈, 쿼드의 TR 앰프와도 매칭이 좋다. 특유의 온화하고 저자극적인 음질 디테일이 하루 종일 음악을 부담 없이 접하게 하며, 따뜻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음장을 재현해 음악 자체에 몰두하게 하는 음색이 매력적이다. 가격은 무난하지만 음질은 충분한 이 시대의 한국적 스피커로 권장할 만한 명 스피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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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6월호 - 5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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