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evel V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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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evel Venus
  • 김남
  • 승인 2017.04.01 00:00
  • 2017년 4월호 (5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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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모습과 아이디어로 단숨에 세상의 주목을 끌다

무지향성이라는 것만 내세우고 소리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장난감이지 스피커가 아니다. 누구든 일단 그런 시각을 가져 보게 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현은 방금 뽑아져 나온 듯한 햅쌀로 만든 가래떡 같은 끈기와 밀도가 있으며, 금관 밴드인 그렌 밀러 악단의 연주는 각종 금관 악기들이 신선하기 짝이 없고, 소리의 윤곽도 또렷하고 투명하며, 상당히 개방적이다.

거의 한 세기 전 처음 스피커가 만들어지고 난 뒤 스피커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를 거듭했다. 형태 분류로 구분해 보면 혼형, 미로형, 정전형 등 다양한데, 근래 들어 가장 혁신적인 것은 바로 무지향성이라는 것이다.
적합한 사이즈의 전문 시청실에 방음과 흡음판을 설치하고, 전면의 적합한 위치에 스피커를 정석대로 설치한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지는 것이 지금의 대다수 제품이다. 그리고 설치 시 좌우 몇 cm, 뒤에서 몇 cm, 높이는 얼마라는 등의 자상한 가이드가 난무한다. 문제는 연주회장도 아니고 가정에서 독자적인 시청실을 만들기 전에는 그런 이상적인 가이드는 아무 쓸모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오디오 기기는 그런 전문 시청실이 아니라 좁거나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인 우리네 가정에 거치가 된다. 벽에 바짝 붙여야 하고 좌우 폭도 좁혀야 한다. 시청 위치도 너무 짧다. 저역이 제대로 울릴 공간도 없고 고역을 소리 높여 들을 형편도 안 된다. 이런 불합리들이 태반인데도 스피커 엔지니어들은 모른 채, 그냥 시종일관의 제품만 양산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무지향성 스피커는 그런 무책임한 스피커 시장에 대한 복음이나 다름없는 것이며, 날로 옹색해지는 우리 시청 공간에 대한 유일한 해법이 될 기술의 소산이다. 아무렇게나 적당히 자리를 잡아도 폭넓게 음악이 자연스럽게 들린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서로 나란히 놓지 않아도 되고, 하나는 책상 위에, 하나는 아래, 또 구석에 넣어 놔도 된다. 말하자면 방 형태에 따라 자유롭게 거치해 놓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 것이다.

마커스 듀에벨이란 독일 엔지니어가 이 특이한 무지향성 스피커를 발표했을 때 전 세계의 오디오 전문지와 리뷰 단체들이 한 군데도 빠짐없이 동시에 평가서를 내놨는데, 그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그만큼 획기적인 모습과 아이디어가 단숨에 세상의 주목을 확 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마치 피노키오를 만든 목공소에 두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일종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듀에벨의 스피커는 모두 5기종이 있는데, 너무도 특이한 스타일이라 처음 보는 사람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크기가 다르고, 구조도 조금씩 다르다. 플래그십 모델은 시리우스이고, 엔트리 모델은 플래닛. 시청기는 듀에벨의 여러 제품 중 가장 중간에 위치하는 제품으로 누구한테나 권할 수 있는 가장 효율이 좋은 기종이 되겠다.
시청기는 다른 기종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우선 생긴 모습은 상급기와 대동소이하지만 플래그십 제품과 달리 상반부에서 내리 감싸는 혼이 없다. 이 스피커의 맨 위에는 트위터가 위치하는데, 트위터의 자기 회로 부분을 보호하기 위한 베레모 같은 작은 보호대가 부착되어 있고, 그 아래에 원뿔 2개를 붙여 UFO 같이 위 아래로 뾰족한 모양의 목재로 만든 기구가 위치하며, 그 아래에는 미드·우퍼가 위치한다. 즉, 윗부분에서는 트위터의 고역, 아랫부분에서는 미드·우퍼의 중·저역이 나오는데, 그것이 가운데에서 합치되면서 물이 뿌려지듯 사방으로 사운드가 넘쳐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전면에서는 인클로저 어디를 봐도 덕트가 보이지 않아서 밀폐형인가 싶었는데, 케이블 연결 단자가 있는 곳 상단에 덕트가 있다.
이 스피커의 형태는 전형적인 무지향성. 굳이 양편 벽 쪽으로 평행선을 이루어 3m쯤 간격을 벌리고 뒷벽과의 사이는 얼마가 좋다는 그런 고정 관념을 허물어 버린 채 그냥 적당한 곳에 둬도 된다는 것이 무지향성의 특징이다. 들려주는 소리는 스피커 설치에 고심하는 애호가들에게 일종의 복음이라 할 만하다. 아무 데나 놔도 거의 같은 음량의 소리, 같은 고역과 저역의 소리들이 공평하게 들려오니 이런 평등박애주의자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감도는 88dB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번에 함께 시청한 20W 출력의 845 진공관 앰프로도 소리가 좋았다. 이전에도 845 진공관 인티앰프와 매칭했는데 아주 좋았다. 그렇다고 진공관 앰프가 이상적인 매칭인 것만 아니고, 100W 출력 정도 되는 반도체 앰프라면 소리가 잘 날 것 같다. 그보다 더 출력이 떨어지는 50W 미만의 앰프로도 상관없다는 것이 어떤 시청 소감에도 나와 있는 만큼 그 판단은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무지향성이라는 것만 내세우고 소리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장난감이지 스피커가 아니다. 누구든 일단 그런 시각을 가져 보게 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현은 방금 뽑아져 나온 듯한 햅쌀로 만든 가래떡 같은 끈기와 밀도가 있으며, 금관 밴드인 그렌 밀러 악단의 연주는 각종 금관 악기들이 신선하기 짝이 없고, 소리의 윤곽도 또렷하고 투명하며, 상당히 개방적이다. 특히 보컬은 감성이 가득해 이 가격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 마음 편하고 자연스러우며, 못 내는 소리가 없다. 음장감이 우려되지만 절대 기우. 호쾌하며 웅대하게 방을 채운다. 기본적으로 혼 스타일의 소리와 유사하다고 대별하면 틀림없겠다.

 

수입원 SP-오디오 (02)2156-7590   가격 680만원(White Glossy)   구성 무지향성 2웨이   사용유닛 우퍼 22cm, 트위터 3.4cm   재생주파수대역 40Hz-20kHz(±3dB)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8dB   파워 핸들링 100W   크기(WHD) 28×97×26cm   무게 2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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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4월호 - 5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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