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xativ Hagen AF-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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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xativ Hagen AF-1.5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04.01 00:00
  • 2017년 4월호 (53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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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레인지 역사를 장식하는 또 하나의 걸작 등장

맛깔나는 리듬 섹션 위를 타고 흐르는, 다소 고독하고 달콤한 트럼펫 솔로. 첫 음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바리톤 색소폰과 플루트의 솔로는 깊은 밤, 화려한 스카이 라인을 빛내는 도시의 야경을 보는 듯하다. 손에는 위스키 온 더 록이 들려 있는 순간이다. 매우 세련되고, 정교하면서 또한 싱싱하다. 풀레인지 역사에 새로운 장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네스 아들러라는, 대단한 여장부(?)가 운영하는 복사티브. 여기서 홀거 아들러(Holger Adler)라는 엔지니어도 언급해야 한다. 홀거와 이네스가 어떤 사이일까 궁금하긴 하지만(아무래도 남매 지간이나 부부 사이로 봐야겠지만), 이 분 또한 이력이 만만치 않다. 이미 1980년대부터 스피커 연구에 매진했으며, 그 사이 벤츠의 디젤 엔진 부분에서 일했다. 특히, 디젤 연료의 주입, 배출, 연소 등에 관한 특허를 14개나 보유할 정도의 브레인이다. 그가 복사티브에서 얼마나 맹활약했는지는 굳이 언급이 불필요할 정도다.
이쯤해서 좀더 경륜이 있는 애호가라면, 아무래도 풀레인지의 대명사인 로더(Lowther)의 존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복사티브는 이 드라이버의 장단점을 넉넉히 파악하고 있다. 당연히 자기 나름의 개량이 이뤄졌으며, 그런 과정에서 보이트, 젠센, 클랑필름 등의 명 유닛도 참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이 보는 로더의 문제점 세 개가 지적된다.
첫째는 저역의 문제. 주파수 대역뿐 아니라, 큰 소리에서 제대로 재생이 힘들다. 둘째는 음색 자체의 문제. 어딘지 모르게 실제 음보다 날카롭다. 가끔 신경질적인 음이 나온다. 셋째는 빈곤한 고역의 문제, 15kHz 이상은 절대 올라가지 못한다.

바로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고안이 이뤄졌으며, 그 과정에서 콘벡스로 만든 서라운드를 쓴다거나, 독일 화학 회사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폼(Foam, 작은 알갱이)을 뿌린다거나 아무튼 여러 첨단 기술이 동원되기에 이른다. 또 콘 자체의 움직이는 영역도 넓혀서 무려 10mm에 달하게 했다. 로더는 불과 2mm에 그치고 있다.
한편 진동판의 재질은 일본의 칼리그래피 페이퍼를 주 재료로 삼고 있다. 이것은 가볍고 민감한 콘을 만들 때 무척 유용하다. 여기에 자사에서 만든 마그넷 모터 시스템을 덧붙이고 있다. 이 대목에서 그럼 알니코를 쓰느냐, 되물을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사티브가 보기에, 숱한 실험을 통해 네오디뮴과 알니코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니 구분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은 사이즈로 모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네오디뮴이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본 기엔 기본형인 AF-1.5 드라이버가 장착되어 있다. 이것은 페라이트 자석이 붙어 있다. 하지만 좀더 예산을 쓰면, AF-2.6을 달 수 있는데, 이것은 네오디뮴 자석이 달려 있다. 또 별매의 스탠드도 있는데, 경험상 제짝 스탠드를 쓰는 것이 훨씬 요긴하기는 하다. 이 부분은 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본 기의 감도는 무척 인상적이다. 무려 96dB나 한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3극관 싱글로도 충분히 구동이 된다. 동사는 최대 50W를 넘지 말라고 하니, 이 대목에서 소출력이지만 퀄러티가 좋은 앰프가 좋은 짝이 되리라 본다.
실제로 동사는 두 종의 진공관 앰프도 만들고 있다. 인티는 211을 썼고, 분리형은 845를 썼다. 그러므로 요즘 인기 좋은 300B나 2A3 등, 3극관 싱글 애호가들에겐 더 없이 행복한 선택이 가능한 것이다.

아무튼 오디오의 세계는 정말로 그 끝을 알 수 없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 퇴출된 진공관이 당당히 여기선 애지중지 다뤄지고 있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풀레인지가 새롭게 탈바꿈해서 정식 제품으로 제안되고 있다. 또 그 음을 들으면 절대로 올드 타입이 아니다. 현대 하이엔드가 추구하는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작은 경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몰라 몰라(Mola-Mola)의 마쿠아 프리앰프와 칼루가 파워 앰프를 사용했고, 특히 마쿠아에 내장된 DAC를 통해 여러 음원을 들었다.
우선 언급할 것은, 힐러리 한이 연주한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안단테. 비장하게 밀려오는 인트로에서 역시 바버다운 기운이 우러나온다. 그 위에 비단결 같은 바이올린이 유유하게 흘러나오는데, 힐러리 한 특유의 미음이 곱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매우 신선하고, 투명하며, 맑다. 베일을 몇 겹 벗긴 음이라고나 할까? 특히, 바이올린의 지판 짚는 소리나 배음이 우아하게 펼쳐져, 해상도 면에서 발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서 노라 존스가 리드한 퍼스 앤 부츠의 ‘Leaving London’. 한참 혈기왕성(?)한 세 명의 여류 뮤지션이 함께 한 일종의 프로젝트 밴드. 비록 단출한 편성이지만, 보컬의 힘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일체 중간에 뭐 걸친 것이 없이 시원시원하게 발성한다. 또 멤버 각각의 음색이나 개성이 충분히 살아있어서, 이 부분만 듣고 있어도 황홀할 지경. 특히, 여성 보컬에서 상당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쳇 베이커의 ‘Alone Together’. 맛깔나는 리듬 섹션 위를 타고 흐르는, 다소 고독하고 달콤한 트럼펫 솔로. 첫 음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바리톤 색소폰과 플루트의 솔로는 깊은 밤, 화려한 스카이 라인을 빛내는 도시의 야경을 보는 듯하다. 손에는 위스키 온 더 록이 들려 있는 순간이다. 매우 세련되고, 정교하면서 또한 싱싱하다. 풀레인지 역사에 새로운 장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수입원 탑오디오 (070)7767-7021   가격 650만원(스탠드 별매 : 200만원)   사용유닛 Voxativ AF-1.5(Ferrite)   재생주파수대역 60Hz-20kHz   출력음압레벨 92.5dB/96dB/2.83V/m   크기(WHD) 20.5×36×25cm   무게 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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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4월호 - 5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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