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AMP-751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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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AMP-7511A
  • 김편
  • 승인 2017.03.02 00:00
  • 2017년 3월호 (53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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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오디오 제작의 이정표

새로운 앰프를 완성하면 기대감과 불안감이 혼재한다. 65세의 애니버서리(Anniversary).
지금까지 내 기술의 이정표로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한다.

2016년 말, 일본인 제작자는 이렇듯 선언을 하였다. 바로 AMP-7511A를 출시하면서다. 사트리 회로(SATRI Circuit) 발명 25주년과 제작자인 나가이 아키라(Nagai Akira) 씨의 나이 65세를 기념하는 제품. 이런 바쿤의 비장한 신제품 AMP-7511A를 며칠간 집중 청음했다.
지금까지 바쿤 프로덕츠(Bakoon Products) 제품을 제법 많이 접했다. 그저 리뷰용으로 잠깐씩 들어본 게 아니다. 바쿤 특유의 샘물처럼 맑은 음색과 자연스러운 음악성에 감탄해 마지않으며 애지중지 소장했거나 소장하고 있다. 소리도 소리지만 손길이 닿을수록 농염한 와인 빛깔이 감도는 베이클라이트 노브는 사용자를 당기는 빈티지스러운 매력이 있다.

일단 외관상으로는 SCA-7511 MK3보다 훨씬 커졌다. 전면 패널의 노브 구성(왼쪽부터 입력 선택, 게인 조정, 전원 스위치)을 보면 SCA-7511 MK3보다 커진 게 아니라 상급기인 AMP-5521이 키를 약간 낮췄다고 보는 게 옳다. 모델 이름에 7511이 들어가 있지만, 바쿤이 그동안 소형 파워 앰프에 붙이던 SCA(SATRI Compact Amplifier)가 아니라 본격 파워 앰프에 붙이는 AMP로 표시하고 있는데, 처음 기획 당시에는 AMP-5 시리즈로 네이밍을 하려다가 숫자를 외우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가장 익숙한 7511을 사용하여 AMP-7511A로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AMP-7511A는 24W의 출력을 낸다. 이미 정평이 나 있듯이 바쿤 앰프의 출력 수치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낮은 출력으로 중대형 스피커마저 쥐락펴락하는 엄청난 구동력을 자랑한다. 바이어스의 정밀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기에 가능한 것이다. SATRI 회로의 또 다른 특징인 부궤환이 없이 주파수 대역은 5Hz부터 500kHz까지 평탄하다. SNR은 -103dB(게인 12시 방향 기준)을 보인다. 역시 바쿤스러운 스펙이다.

빨간색 초기 테스트용 보드와 자주색 최종 보드

주파수 응답 특성(위)과 위상 특성(아래)

게다가 업그레이드를 위해 추가로 비용을 들여야 했던 핸드메이드 23스텝 어테뉴에이터가 기본으로 장착된 점도 선택의 망설임을 줄여준다. 상급기 AMP-5521의 전원 보드를 그대로 투입하였다는 점도 끌리는 대목이다.

어테뉴에이터

SATRI 회로의 창시자 나가이 아키라 씨는 최근에 65세를 기점으로 SATRI 회로 연구소(SATRI Circuit Laboratory)를 설립하고 SATRI 회로가 프로 오디오 및 산업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SCL을 통해서 개발한 기술이 하이파이 오디오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프로 오디오, 더 나아가서 산업용 로봇과 항공 우주 분야까지 적용이 되는 포부를 갖고 있는 것이다.

나가이 씨는 ‘이번 AMP-7511A 앰프는 마이크용 프리앰프를 위해서 개발했던 회로가 접목이 되었는데, 이런 사례가 바로 내가 그리는 SCL(SATRI 회로 연구소)과 바쿤 프로덕츠 오디오의 미래이다’라고 하는데, SCL의 성과는 하이파이의 자양분이 되고, 하이파이는 SCL을 떠받치는 구조로서 바쿤 프로덕츠는 지속적인 발전과 브랜드 가치의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필자가 눈여겨본 것은 이번 AMP-7511A에 마이크용 프리앰프를 위해 개발하다가 발견한 새로운 회로가 접목됐다는 점. 이는 기존의 파워 앰프는 물론 프리앰프에도 없던 신기술로, 필자가 파악하기에 그 핵심은 이번 마이크용 프리앰프 회로를 통해 초 저 노이즈를 구현했다는 것이다. 마이크용 프리앰프가 그 속성상 일반적인 프리앰프보다 더 미세한 입력 신호를 다루기 때문이다.
SATRI 회로의 기본 원리는 트랜지스터 자체로 증폭을 하지 않고 커런트 미러 회로(Current Mirror Circuit)의 앞과 뒤에 있는 두 저항(R1, R2)의 비율로만 증폭(게인)을 해서 유명해진 회로다. 트랜지스터라는 증폭 소자가 태생적으로 비선형 증폭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증폭 기능을 맡기지 않은 것. 대신 트랜지스터는 커런트 미러 회로에 2개가 투입돼 서로 똑같은(미러링) 전류가 흐르게 하는 역할만 맡는다. 덕분에 바쿤은 부궤환이 없어도 선형적인 증폭 특성을 갖는 획기적인 회로인 것이다.

청음
그렇다면 24W의 AMP-7511A는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 15W를 내는 SCA-7511 MK3에 가까웠을까, 아니면 35W를 내는 AMP-5521에 가까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 필자가 전혀 경험하지 못 했던 새로운 바쿤의 소리였다. 참고로 소스기기는 오포 BDP-105D, 스피커는 탄노이 D-700을 동원했다.
우선 다이애나 크롤의 ‘Desperado’(Wallflower 앨범)를 들어보면, 바쿤 특유의 샘물처럼 맑고 깨끗한 재생음이 여전하다. 배경 역시 바쿤스럽게 적막강산. 그런데 크롤의 목소리가 기존의 바쿤보다 훨씬 보드랍고 따뜻하며 리퀴드 하다. 음색은 온기를 내는 쪽으로 튜닝이 됐음이 분명하다. 재생음의 무게 중심이 무척 낮게 잡힌 점도 특이사항. 음들이 전혀 위로 휘날리지가 않는다. 프리·파워 분리형 앰프가 아닌 한 대의 앰프로 이렇게 낮게 깔리는 무대를 재현하는 점이 대단하다. 똘망똘망한 구동력은 SCA-7511 MK3와도 통한다.
브라이언 브롬버그의 ‘Come Together’(Wood 앨범)는 음상을 조금 크게 잡은 상태에서 스테이지를 더 넓게 쓰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미징과 포커싱은 SCA-7511 MK3보다 확실히 윗급이다. SCA-7511 MK3에 프리앰프를 붙일 때 경험하는 사운드다. 이런 점에서 이번 AMP-7511A는 상급기 AMP-5521의 직계 혈통임이 분명하다.
팻 매스니와 찰리 헤이든이 협연한 ‘Our Spanish Love Song’(Beyond The Missouri Sky 앨범)에서는 음의 윤곽이 또렷하고 지저분한 찌꺼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착색과 왜곡이 없는 바쿤의 사운드가 애니버서리에서 비로소 완성된 것 같다는 느낌. 전체적으로 SCA-7511 MK3보다 재생음이 나긋하다. SCA-7511 MK3이 혈기방장한 20대 청년이라면, AMP-7511A는 품격 있는 향수를 풍기는 40대 귀부인이랄까.
대편성 곡에서는 어떨까 싶어 레너드 번스타인이 1987년 뉴욕필을 지휘한 ‘말러 교향곡 2번 1악장’(DG 앨범)을 들어봤다. 초반 베이스와 첼로의 저음 무대가 오른쪽 스피커 바깥으로 완전히 튕겨나갔다. 그만큼 무대가 넓다. 배경의 적막감이 대단하다. 이때 볼륨을 9시 반 방향에서 10시 반 방향으로 높였는데, 재생음이 순식간에 호방해진다. 오케스트라의 바디감, 금관 악기들의 총력 투티, 심벌즈의 광채, 팀파니의 강력한 한 방.

역시 바쿤은 필요할 때마다 ‘세게’ 터뜨려주는 맛이 있다. 약음에서의 마이크로한 디테일도 좋지만, 24W 출력의 앰프에서 이렇게 터져 나오는 파워감이야말로 오늘날의 바쿤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그야말로 유려하고 거침이 없다.
익스플로레이션 앙상블의 ‘로시니의 눈물 변주곡’에서는 우선 스테이징이 넓게 펼쳐진다. 피아노 음을 듣다 보면 업라이트 피아노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랜드 피아노만의 장엄한 무대가 잘 그려진다. 하지만 이 곡에서 깜짝 놀란 대목은 첼로의 아티큘레이션 부분. 평소처럼 ‘첼로 음색 죽여주네’ 이렇게 감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들이 스스로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환영이 펼쳐졌다. 현과 몸통의 울림, 잔향, 떨림, 뉘앙스, 디테일, 이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필자에게 전해진 것. 엄청난 정보량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하이엔드 프리앰프를 붙여야만 겨우 얻어낼 수 있는 덕목들이 아닌가. 한마디로 지금까지 수십 번 들었던 이 곡의 역대급 재생이었다.
자택 리뷰를 마치고 AMP-7511A를 반납하는 날, 마지막으로 몇 곡을 더 들었다. 필자가 바쿤 사운드에 워낙 익숙해서 자꾸 표현하는 것을 빼먹곤 하는데, 그것은 바로 어느 곡이든 힘들이지 않고 소리의 이음매를 자연스럽게 풀어낸다는 것. 이는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 않은 SATRI 회로 특성상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AMP-7511A는 여기에 대중적으로 만족시킬 오디오적인 요소까지 갖추었다. 과연 SATRI 회로 창시자가 25년간 끊임없이 추구해온 오디오 제작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앰프이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460만원
실효 출력 24W(8Ω)
입력 RCA×2, Satri-Link×2
크기(WHD) 35×9×40cm
무게 5.4kg

536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7년 3월호 - 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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