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MA-80 Multi Tesla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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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MA-80 Multi Tesla Blue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03.02 00:00
  • 2017년 3월호 (53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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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테슬라의 영광을 담아 케인 MA-80

 

장중하게 인트로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바이올린이 출현한다. 우리가 진공관 앰프에서 원하는 온기와 인간미가 가득하다. 너무 쨍하지 않고, 에지가 날카롭지 않지만, 디테일 묘사와 다이내믹스는 충분하다. 장시간 시청을 해도 무리가 없는 음이다.

작년에 우연치도 않게 프라하를 두 번씩이나 다녀왔다. 최근에는 테러 여파로 파리라던가, 이스탄불 지역을 피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프라하에 많은 관광객이 몰린 모습이다. 덕분에 도시 어디를 가도 거리엔 악사가 넘쳐나고, 술집엔 손님이 가득하며, 명승지엔 사진을 찍기 위한 행렬이 줄을 서고 있다. 한 마디로 현재 지구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인 셈이다. 그러나 그중에 과연 테슬라(Tesla)라는 이름을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
테슬라. 정말 체코슬로바키아의 몰락과 함께 지금은 그 찬란한 영광을 상실한 브랜드가 되었지만, 아마도 빈티지 라디오나 진공관 앰프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여전히 짝사랑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 회사가 처음 출범한 것은 1921년이다. 무척 오래전의 일이다. 당시엔 엘렉트라로 시작했지만, 이후 1946년에 테슬라로 개명했다. 그리고 나서 공산권의 몰락기인 1989년까지 꿋꿋하게 동구권을 대표하는 전자제품 회사로 활약한 바 있다. 특히, 1953~58년까지 발매된 308U라는 라디오는 지금도 컬렉터스 아이템이고, 진공관 역시 꾸준히 찾고 있다. 단, 오리지널 테슬라는 국가의 몰락과 함께 명운을 다하고 말았지만, 진공관 쪽 기술력은 이후 슬로바키아에 위치한 JJ 일렉트로닉스에서 계승되었으므로, 애호가들에겐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슬로바키아의 차트차에서 테슬라가 새롭게 탄생한 1993년만 해도, 생산된 진공관 수는 고작 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35종이나 만들고 있다. 이것이 기타 앰프를 비롯, 진공관 앰프에도 활발하게 채용되고 있다. 또 다양한 콘덴서도 만들고 있어서, 이 또한 인기가 높다. 특히, 같은 진공관이라고 해도, 블루 글라스 버전은 더 가격이 높고, 성능도 우수하다. 덕분에 이번에 만난 케인의 신작 MA-80 멀티의 경우, 바로 이 버전을 채용해서, 테슬라 블루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본 기는 외관도 단출하고, 그리 호화롭지도 않다. 그 설계에 있어서도 최대한 부가 기능을 생략하고 오로지 음질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 큰 특징이라 하겠다. 즉, 진공관 인티앰프를 만들면서 최소한의 기능과 만듦새는 지켜가되, 최대한 음질 지상주의로 달려간 것이다. 덕분에 테슬라의 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애호가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몇몇 사항은 만족시키는 쪽으로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본 기의 최대 장점은 KT88뿐 아니라 EL34도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현행 모델에 투입된 KT88을 듣다가 혹 EL34가 생각나면 바꿔 끼울 수 있는 것이다. 서로 성향이 다르고, 매력이 다른 출력관들이라, 사실 많은 애호가들이 선택의 문제로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선택의 고민을 한 번에 날린 셈이다. 또 바이어스 게이지를 장착해서, 출력관의 상태를 늘 점검할 수 있는 부분도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일단 KT88을 장착한 본 기를 보면, 우선 강력한 저역의 구동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출력은 최대한 억제해서 8Ω에 40W로 멈추고 있다. 욕심을 내면 이보다 두 배의 출력도 가능한 상황인데, 관의 보호라던가 음질을 생각해서 이렇게 최소한의 범위에서 멈춘 것이다. 스피커의 경우, 4Ω 또는 8Ω으로 선택이 가능한 바, 비교적 다양한 스피커를 매칭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4개나 제공되는 입력단은,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사이즈 자체도 그리 크지 않아, 전문적인 하이파이용 못지않게 데스크 위에 놓고 쓸 수 있다는 면도 돋보인다. 두루두루 활용성이 높다는 뜻에서 멀티라는 이름을 제품명에 넣지 않았나 판단해볼 수 있다. 단, 무게는 꽤 나가서 무려 16.5kg이나 한다. 단단한 섀시와 튼실한 트랜스를 투입한 덕분이다. 그러므로 더욱 신뢰가 가기도 한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하베스의 모니터 30.1, CDP는 노스 스타 디자인의 블루 다이아몬드를 각각 사용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부른 모차르트의 ‘Voi Che Sapete’. 듣는 순간 과연 이탈리아 여가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럽고, 풍부한 음이 나온다. 마치 식감을 자극하는 파마산 치즈 맛이라고나 할까? 배후의 악기들은 질서정연하고, 음색이 고우며, 보컬의 임팩트는 상당히 강력하다.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순간이다.
이어서 이자크 펄만이 연주하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장중하게 인트로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바이올린이 출현한다. 우리가 진공관 앰프에서 원하는 온기와 인간미가 가득하다. 너무 쨍하지 않고, 에지가 날카롭지 않지만, 디테일 묘사와 다이내믹스는 충분하다. 장시간 시청을 해도 무리가 없는 음이다.
마지막으로 에브리씽 벗 더 걸의 ‘Roller Coaster’. 베이스 라인이 풍부한 가운데 담백하고 단아한 보컬이 나온다. 스피커의 성격이 다소 모니터 지향적인데, 본 기를 통해 그 장점인 정확성을 담보로, 더 뉘앙스가 풍부하고, 감촉이 좋은 음이 나온다. 역시 케인의 제품들은 일관되게 브리티시 사운드 계열의 스피커와는 상성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92만원    사용 진공관 Tesla Blue KT88×4, 12AX7×2, 12AU7×2
실효 출력 40W(KT88), 35W(EL34)   크기(WHD) 39.5×18.5×29.5cm    무게 1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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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3월호 - 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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