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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beth Monitor 40.2
영국 하이파이 스피커의 자존심을 되살린 진정한 명품
글 코난 2017-01-02 |   지면 발행 ( 2017년 1월호 - 전체 보기 )




오랜 세월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결정적 순간을 영원으로 만든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뉴욕 타임스퀘어 앞에 선 연인의 키스를 오롯이 담아낸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 이 외에도 로버트 카파와 닉 우트. 이 모든 작가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결같이 라이카를 사랑했다는 사실이다. 1925년 라이프치히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카메라를 공개하며 시작한 라이카는 무려 백여 년 동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라이카는 작가들에게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열어주었고 단지 클래식 카메라로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미러리스 등 새로운 시대에도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BBC 모니터 스피커로 시작된 브리티시 스피커의 대명사 하베스는 라이카를 닮았다. 1977년 영국 BBC 방송의 스피커 연구팀이 꾸려졌을 때 더들리 하우드는 이후 수십 년간 하베스가 스튜디오 모니터의 기원으로 회자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공관 앰프가 대부분이었고, 지금과 같은 대출력 솔리드스테이트 앰프도 없었던 시절, 하베스는 그렇게 태어나 쿼드, 네임, 사이러스 등과 짝을 이루며 오랜 시절 풍미를 누렸다. 하베스의 새로운 인생 2막 1장은 앨런 쇼가 하베스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모든 설계는 다시 재고되었고, 새로운 시대에 명품이 되었다. 영국 방송국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하베스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마치 오래된 와인의 향기처럼 하베스는 오디오파일, 음악 애호가의 지독하고 집요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하베스 모니터 최상위 기종의 귀환
모니터 40.2는 하베스의 초기 모니터 스피커 LS5/8을 개량한 모니터 40.1을 다시 한 번 개선해 완성되었다. 더들리 하우드의 초기 모니터 스피커는 LS 형번을 떼고 모니터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모니터 40.2는 2008년 40.1 이후 오랜만에 하베스 모니터 최상급의 귀환을 알려왔다. 그러나 처음 마주친 모니터 40.2는 한자리에서 직접 비교하기 전까지는 기존 40.1 버전과 차이점을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하베스는 언제나 그랬다. 반듯한 사각 박스에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모델을 아주 가끔씩 출시할 뿐이다. 시치미를 뚝 떼고는 별로 달라진 건 없지만 소리는 무척 좋아졌다고 얘기한다. 짐짓 모른 채 지나가려다가 디자인과 설계를 뜯어보면 내부에 많은 변화를 꾀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리를 들어보면 그제야 하베스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실감한다.
그렇다면 모니터 40.2는 어떤가? 모든 유닛 구경은 동일하며 디자인도 거의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저역을 담당하는 우퍼는 폴리프로필렌 진동판으로 여전히 300mm 구경을 고집하고 있다. 그런데 미드레인지를 보니 200mm 구경의 래디얼2로 감쪽같이 변경되었다. 트위터는 노르웨이의 고품질 유닛 제조사 시어스의 25mm 구경 소프트 돔으로 벌집 모양의 그릴 안에 안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캐비닛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하베스의 디자인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견고하고 반듯하게 직각으로 이루어진 외곽선에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그리고 우퍼가 위에서 아래로 질서 있게 정렬된다. 정통 3웨이 3스피커 설계로 최근 하이파이 스피커와는 달리 전면에 두 개의 포트를 설치한 저음 반사형 타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음압, 그러니 능률의 상승이다. 기존에 비해 약간 상승한 86dB이며 임피던스는 6Ω에서 8Ω으로 기존보다 좀더 제동이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주파수 응답 특성에서는 저역 하한이 더욱 낮아져 35Hz, 즉 낮은 저역에서 더 깊은 주파수를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고역은 20kHz가 한계인데 ±3dB 기준으로 이러한 주파수 재생 구간은 초 고역까지 재생하는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에 비하면 그리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하베스는 주장한다. 이 이상의 고역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캐비닛의 디자인과 내부 설계 등을 분석해보면 하베스의 이런 주장은 일관적이며 설득력이 충분하다. 하베스는 엔지니어링 회사이지 절대 마케팅 회사가 아니라는 앨런 쇼의 말은 결단코 진심이었다. 과거 모니터 시리즈를 세심하며 고집스럽게 한 땀 한 땀 만들어오며 업그레이드 또한 매우 섬세하게 이루어진다. 원형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최신 음원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업그레이드만 거친다. 절대 최신 버전을 남발하며 기존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법이 없어, 사용자의 프라이드를 최대한 존중해주는 메이커가 바로 하베스다.
아름다운 원목의 무늬를 그대로 살린 캐비닛은 단지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른바 캐비닛과 음악 재생의 관계에 대해 정립한 ‘Thin Wall’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소누스 파베르의 예술적 인클로저나 또는 나무의 울림과 디자인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스트라디바리 같은 악기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음향 이론이다. 마치 수백 년 된 나무의 울림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잔향처럼 하베스 모니터 40.2는 각기 다른 여러 종류의 얇은 MDF를 사용한 캐비닛을 통해 묘한 음악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한편 중역은 별도의 내부 쳄버에 담았고, 내부의 혼탁한 음파를 흡수하기 위해 역청 소재를 발라 주파수 변조 등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있다.

전통적인 디자인에 담긴 하베스 사운드의 본질
하베스 모니터 40.2는 가로 5m, 세로 6m 정도의 월간오디오 리스닝 룸에 널찍이 자리 잡았다. 프랑스 진공관 앰프 자디스의 PRE1, 그리고 PA100 파워 앰프를 매칭하여 시청을 진행한다. 6CA7(EL34) 진공관을 채널당 6개씩 총 12개 사용한 거함 자디스 PA100은 하베스 모니터 40.2를 부드럽고 힘차게 제어한다. 자디스와 하베스 모두 나의 리스닝 룸에 들어온 적이 있으나 두 거함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하베스 모니터의 기질은 어디 가질 않는다. 기존에 들었던 모니터 40.2와는 또 다르지만, 고역은 촉감이 부드럽고 촉촉한 윤기가 흐른다.
정수경이 쳄발로로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쳄발로의 반짝이는 고역이 예쁘게 찰랑이며 마치 농익은 과일처럼 포만감이 전해진다. 철저히 외곽선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치밀하게 재단한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와는 추구하는 바가 정반대 편에 서 있다.
레이첼 포저와 브레콘 바로크가 준비한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바이올린 소리는 어떤 대역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감이 돋보인다. 특히 중역의 해상도와 풍부한 표현력 덕분에 현악기의 아주 작은 표정까지도 매우 풍부하게 음미할 수 있다. 각 악기들을 칼처럼 잘라내지 않고 마치 한 몸체처럼 유기적인 관계 안에서 조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음악을 한없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특히 차갑고 도도한 소리가 아니라 따스하고 친근한 친구처럼 음악에 더욱 다가가게 하는 소리라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자디스 프리앰프의 볼륨이 약 9시 방향에서도 리스닝 룸을 가득 메울 정도로 능률에 대한 부담은 적다. 기존 버전보다 저역 제동은 더욱 수월해졌으며, 더 큰 스케일도 더 쉽게 풀어낸다. 여전히 고능률은 아니지만 기존에 모니터 시리즈 운용에 애를 먹었던 사용자도 다시 불러낼 수 있는 매력적인 업그레이드라고 평가된다.
특히 찰리 헤이든의 ‘Waltz for Ruth’에선 작은 움직임의 세부 표현에서부터 커다란 면적을 휘어잡는 거시적인 다이내믹스까지 능수능란하다. 급기야 ‘Spiritual’에서는 리스닝 룸 안의 공기를 힘차게 밀어냈다가 다시 깊게 빨아들이는 듯 역동적인 저역 움직임에 숨을 죽이게 된다.


 총평
오랫동안 하이파이 스피커의 전설로 불리며 인기를 누리던 메이커들이 최근 디자인과 조류에 편승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만 남고 제조는 중국 등으로 넘어갔으며 독창적인 디자인은 점점 희석되어 우스꽝스럽게 변해버리기도 했다. 특히 음질은 그 찬란했던 시절의 개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 한편 하베스는 절대 타협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전통을 목숨처럼 부여잡았다. 누군가 묻는다. 하베스의 디자인과 설계는 전통의 위대한 계승인가 아니면 그저 BBC 모니터의 지루한 답습인가? 나는 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단지 껍데기가 아니라 진정한 음악의 본질을 하베스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 역사의 중심에 선 하베스 모니터의 위대한 귀환, 모니터 40.2는 영국 하이파이 스피커의 자존심을 되살린 진정한 명품이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1,700만원   구성 3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30cm, 미드레인지 20cm 래디얼2,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5Hz-20kHz(±3dB)   임피던스 6-8Ω   출력음압레벨 86dB/W/m   파워 핸들링 650W   크기(WHD) 43.2×75×38.8cm   무게 38kg

 

<Monthly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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