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ve Royal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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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uve Royal 30
  • 김남
  • 승인 2017.01.02 00:00
  • 2017년 1월호 (53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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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대형기로 완성된 아큐브의 신작

찻잔을 든 채 토니 오말리의 ‘고엽’을 들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이 가수에게 찻잔을 건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청중들의 함성이 낱낱이 구분될 정도로 현장감이 두드러진다. 그러면서도 전혀 저항감이 없고, 거칠지도 않다.

한지로 진동판을 만든 세계 유일의 한지 정전형 스피커의 본산 아큐브에서 대망의 신제품이 나왔다. 처음 이 스피커의 완성품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받아 봤을 때 놀랐다. 얼추 보통 사람의 키와 맞먹는 거대 사이즈였기 때문이며, 로열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제품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30이라는 숫자는 진동판의 크기이다.
근래에 이런 빅 사이즈의 스피커를 본 적이 없다. 지금 스피커들은 적당히 시청 공간과 타협해서 고만고만한 사이즈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거치 공간이 허용만 되면 스피커는 확실히 대형이 좋다. 알텍이나 웨스턴의 극장용 시스템을 오늘날 최고로 치는 것은 그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며, 비록 상업적으로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창조자라면 원천적인 극한의 대형기에 도전해 봐야 한다. 아큐브의 제작자는 그런 자세로 1년 가까이 한지 진동판의 세계에서 극한의 제품에 도전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제한도 없이 만들어서 세계 제일의 스피커로 군림하고 싶다는 제작자의 포부는 인클로저에서부터 확인이 된다. 처음 제품에는 아크릴로, 그 다음에는 금속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최고 품질의 자작나무로 안착을 했다. 얼른 보기에는 아무런 도색도 하지 않은 백색의 자작 원목으로 알기 쉽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특수 도장이 되어 있다. 이런 특수 도장을 할 수 있는 장인을 이잡듯이 수소문해서 찾았고, 처음에는 어렵다고 고사를 했지만, 어르고 달래서 이런 도장을 만들어 냈다. 특이하다. 한 듯 만 듯한 색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30년 노하우의 기술이며, 아마 이런 기술은 세계를 다 털어도 쉽지가 않을 것이다. 도색비만 해도 보통의 소형 스피커 가격이며, 몇 차례를 어떤 것으로 칠하고, 그 터울은 어떻고, 건조는 또 어떤 방식인지 일체가 노하우에 속한다. 처음 도색하는 데에 거의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스피커는 바라볼수록 신묘한 느낌이 든다. 마치 조선백자의 비밀을 재현한 것 같은 느낌이며, 깊이와 우아함이 마치 고가의 미술품처럼 보는 이들은 내밀하게 압도해 간다. 소리와 별개로 압도적인 보는 맛을 주는 희귀한 작품인 셈이다.
시청기는 그동안 숱하게 개량해 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현장 청취를 통한 지적을 취합, 이 끝장 제품을 완성했다. 별로 변동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세부적으로 많은 개량이 주어졌다. 통 소리를 조절하기 위한 양측면의 공간 내부에서도 각도를 종전의 1번에서 2번으로 늘리고, 최적의 진동판 사이즈 선택, 네트워크의 개선, 그릴의 부착이 주는 효과의 분석 등으로 날밤을 세웠다.

시청은 본지 시청실이 아니라 제작자의 자택 거실에서 이뤄졌다. 15평은 됨직한 아파트 공간이다. 생산 공장이 있는 조선대학교의 작업실은 200평 가까이 되는 면적인데, 이곳에서도 소리를 울려 봤다고 한다. 아큐브 스피커의 장점은 소리의 공명이 거의 없어서 작은 공간이나 큰 공간의 차이가 별로 없이 균일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큰 음량이나 작은 음량 역시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광주 지역의 500평이나 되는 넓이에 거대한 높이를 가진 성당에서도 잔향 없이 쭉 뻗는 리얼한 음향이 나오고, 보통 아파트에서도 음량의 차이만 다를 뿐 음상 자체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제작자는 특이하게 고가의 하이엔드 앰프로 튜닝을 하지 않는다. 제작상의 난이 때문에 제품이 다소 비싼 탓으로 앰프나 소스기기에서 그나마 차액을 절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별로 비싸지도 않은 70W 출력의 인티앰프와 구형인 25W 소출력의 A급 모노블록 앰프를 교대로 사용했다. 케이블도 국산의 저가 제품이었다.
이미 익히 들어왔던 아큐브 스피커의 놀라울 정도로 리얼한 보컬은 더 좋아졌다. 찻잔을 든 채 토니 오말리의 ‘고엽’을 들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이 가수에게 찻잔을 건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청중들의 함성이 낱낱이 구분될 정도로 현장감이 두드러진다. 그러면서도 전혀 저항감이 없고, 거칠지도 않다. 그리고 종전 제품에서는 다소 부족했던 질깃함과 윤기가 확실히 증가했으며, 맑은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듯한 감촉이 시종일관 이어지고, 압도적인 음파의 밀물을 느낄 수 있다. 샤브리에의 에스파냐를 들으면 몸이 뒤로 재껴질 만큼 거대한 대형 악단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 시청기는 다가오는 뮌헨 오디오 쇼에 출품하는 것을 목적으로 특수 제작되었고, 그와 함께 사이즈를 축소한 기종도 현재 제작에 들어갔다. 앞으로 주력은 이보다 작아진 2기종이 될 것이라는데, 그 제품들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시청기는 현대 스피커의 완성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한지 진동판의 정전형 스피커에 도전한 지 십수 년만에 이제 세계 최고의 스피커에 도전하고 있는 제품으로, 이 제품의 유니버설 평가가 기다려진다.

 

제조원 Accuve (062)232-8216
가격 1억8천만원
사용유닛 37×125.7cm, 퓨어 풀레인지 ESL
재생주파수대역 20Hz-20kHz
임피던스
출력음압레벨 89dB/2.83V/m
정격허용입력 1000W
크기(WHD) 85×155.3×59.5cm

534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7년 1월호 -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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