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AMP-751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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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AMP-7511A
  • 서기석
  • 승인 2017.01.02 00:00
  • 2017년 1월호 (53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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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앰프를 직접 열어보니…

일본에서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유난히도 추운 겨울을 보내는 중이어서 그런지 더욱 반갑다. 그 손님은 바쿤의 최신작 파워 앰프인 AMP-7511 Anniversary!(이하 7511A) 본 제품의 명칭은 7511이라는 숫자를 사용했는데 당초 상급 앰프를 칭하는 5로 시작하는 네 자리 숫자를 사용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숫자로 된 명칭을 기억하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가장 많이 알려진 7511을 그대로 사용하되 바쿤 프로덕츠의 SATRI 회로 발명 25주년을 기념하여 애니버서리(Anniversary)를 붙여서 명명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앰프는 애초에 상급 5 시리즈의 성능을 추구했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바쿤이라는 브랜드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동사의 제품군에 예외 없이 개발자 나가이 아키라 씨의 독창적이고 확고한 사상, 즉 녹음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려는 ‘정밀한 증폭을 통한 리얼 사운드’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상은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디자인부터 결과물인 음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가이 아키라 씨는 토마스 코란젤로, 다니엘 다고스티노, 넬슨 패스, 마뉴엘 후버 등 하이엔드 오디오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장 엔지니어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 만하지 않을까.
7511A는 25년에 걸쳐서 진화해 온 SATRI 회로를 집대성하였다고 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으나 하이-레졸루션 녹음을 위한 마이크 프리앰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 회로의 핵심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7511A의 신호 입력은 RCA 입력과 바쿤 고유의 전류 입력인 SATRI-LINK를 각각 2개씩 장착하고 있으며 최대 출력은 8Ω 부하에서 채널당 24W이다. 동사의 앰프의 특징이라면 게인 조절이 가능한 파워 앰프인데, 7511A는 기본 볼륨 대신에 23스텝 어테뉴에이터를 장착하고 있다. 업그레이드 옵션이었던 50만원 상당의 23스텝 어테뉴에이터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어서 구입 후에 업그레이드를 위한 추가 비용이 필요 없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게인 조절은 신호 경로에 직접 관여를 하기 때문에 어테뉴에이터 장착에 따른 음질의 차이가 커서 설렘을 갖게 한다.

제품의 사이즈는 PRE-5410 MK3, DAC-9730 등과 동일하다. 개인적으로는 콤팩트 7 시리즈 디자인의 완성도를 선호하지만 더 스탠더드한 사이즈는 보다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7511A는 상위 파워 앰프 AMP-5521에 사용한 전원부 보드를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SCA-7511 MK3과는 비교하기 힘든 퍼포먼스의 향상도 기대가 된다.
이제 소스기기로 루민의 D1, 프리앰프는 동사의 PRE-7610 MK3, 스피커는 토템 어쿠스틱의 모델 원을 사용하여 시청에 임하여 보자. 7511A는 인티앰프로도 파워 앰프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번 시청에서는 오직 파워 앰프로만 사용하였다. 본 리뷰는 아무래도 필자의 애장기 SCA-7511 MK3과 AMP-7511A의 비교 청음기가 될 것 같다. 두 파워 앰프를 A-B-A 방식으로 서로 교차해서 들어 보면 7511A의 특성이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우선 제이크 시마부쿠로와 신디 로퍼의 ‘Across The Universe’를 들어 본다. 시마부쿠로의 우쿨렐레가 무대의 왼편에 두둥실 떠오른다. 이윽고 신디 로퍼의 보컬이 무대 중앙에 나타난다. 시마부쿠로의 우쿨렐레가 무대 좌측의 앞쪽에 위치한다면 신디 로퍼의 보컬은 중앙의 깊숙한 부분에 자리 잡는다. 우쿨렐레와 보컬의 거리감이 상당한데 이전의 SCA-7511 MK3에서는 이와 같은 거리의 차이를 감지하지 못했었다. 신디 로퍼의 목소리는 오래전 ‘She Bop’ 시절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SCA-7511 MK3과는 악기의 질감이 확연히 다르다. 7511A의 표현이 더 느긋하고 농익은 느낌이다. 귀여운 악동이었던 신디 로퍼가 세상의 풍파를 견뎌내고 이윽고 장년이 되어 나지막이 읊조리듯이 비틀즈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의 인생이 그렇게 신비로움과 애잔함이 깃들어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7511A가 재현하는 신디 로퍼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서 그녀의 인생인 듯하다.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복잡 미묘한 디테일이 그녀의 목소리에 몰입하게 만든다.
두 번째 곡으로는 빌 에반스 트리오의 앨범 중에서 ‘Porgy’를 듣는다. 드럼, 그중에서도 브러시의 음이 예사롭지 않다. 브러시의 와이어와 드럼의 마찰음이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대단히 묵직한 금속성의 소리이다. 소위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고 있는데, 이럴 때 오디오 애호가는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베이스 드럼도 그 사이즈가 한층 커져서 현실의 사이즈와 비슷해진 느낌이 든다. 빌 에반스의 피아노와 스콧 라파로의 베이스는 여전하지만 무대의 배경만큼은 더 고요해지고 깊이도 더해졌다. 연주 말미에 관객석에 앉은 여성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소름 끼치도록 사실적으로 들린다. 박수 소리 역시 흠칫 놀랄 정도로 리얼하다.
다음으로는 대편성 교향곡을 들어 본다. 생상스의 교향곡 제3번 ‘오르간’을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의 연주로 듣는다. 현의 질감이 흡사 새벽이슬을 머금은 풀잎처럼 맑고 깨끗하다. 오케스트라의 현에 대해서 말하자면 SCA-7511 MK3의 그것보다 시원하고 호방하다고 할 수 있겠다. 배경은 칠흑같이 어두우며 매우 조용하다. 무대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방사상으로 넓게 펼쳐진다.
필자는 3평 남짓한 방에서 근접 청취의 방식으로 큰 불만 없이 오케스트라를 듣고 있었지만 7511A가 오케스트라의 좌우 폭을 더 넓게 펼쳐주니 횡재를 한 듯 기쁠 따름이다. 파이프 오르간은 포효하듯이 박차고 나와 방바닥을 휘젓듯이 가득 채워준다. 파이프 오르간의 저음은 대단히 육중하면서 남성적이다.
7511A는 SCA-7511 MK3의 기본적인 음색을 유지하면서 거기에 단순히 에너지와 다이내믹스만을 더한 것이 아니다. SCA-7511 MK3이 여성적이고 나긋나긋하게 스피커를 리드하는 반면 7511A는 묵직하면서 호방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러나 7511A는 음원에 담긴 모든 정보를 고스란히 표현해내고 있어서 섬세함도 갖추었다. 이러한 7511A의 특성은 입력되는 오디오 신호를 남김없이 증폭하는 신형 SATRI 회로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충실한 전원부의 덕분이리라. 한편 출력의 증가로 인한 다이내믹스의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으로서 7511A는 생상스의 3번을 때로는 야생마처럼 폭발적으로 드라이브한다. 이렇듯 강력한 오케스트라의 질주는 SCA-7511 MK3에서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라는 음반 중에서 ‘Malena’라는 탱고 곡을 들어 본다. 상기 음반은 MA Recodings라는 레이블의 작품인데 이 레이블은 토드 가핑클이라는 레코딩 계의 기인(奇人)이 두 대의 무지향성 마이크만을 사용하여 스튜디오가 아닌 장소, 이를테면 성당처럼 자연스러운 울림을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극 사실주의적 녹음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곡은 보컬을 포함하여 각종 퍼커션, 반도네온 등 아르헨티나의 탱고 악기들이 흡사 리스너를 360도로 둘러싸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홀로그래픽한 오디오적 쾌감을 느끼고 싶을 때 주로 듣는 곡이다. 이 곡은 SCA-7511 MK3을 통해서도 아무런 불만 없이 들었던 곡인데, 7511A에 의한 재생은 마치 가상 현실의 세계에 들어온 것처럼 대단히 리얼한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한 스테이지 위에 핀 포인트로 정확하게 꽂히는 다양한 악기와 보컬, 그리고 그 다양성을 극한의 해상도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표현하는 질감의 묘사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쿤의 신제품 7511A는 나가이 아키라 씨가 작정하고 만든 하이엔드 앰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이번 리뷰에 사용했던 장비들이 이 앰프가 가진 잠재력을 모두 펼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실력이 출중한 만큼 이 앰프의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할 듯도 하다. 구사하기에 따라서는 가격과 크기를 초월한 음을 내줄 수 있는 앰프임이 틀림없다. 신작 7511A의 가격대는 SCA-7511 MK3과 큰 차이가 없이 합리적인 편이기 때문에 기존에 7511 MK3의 사용자의 업그레이드, 바쿤의 상위 기종의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오디오 애호가에게 권하고 싶다.
이 금단의 상자와 같은 앰프를 활짝 열면 또 어떤 희로애락이 기다리고 있을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일단 저지르고 봐야 한다. 끝도 없고 정처도 없는 나그네 길이 오디오파일의 숙명이 아니던가.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460만원   실효 출력 24W(8Ω)   입력 RCA×2, Satri-Link×2   크기(WHD) 35×9×40cm   무게 5.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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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월호 -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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