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al CS 505-4 Limited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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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al CS 505-4 Limited Edition
  • 코난
  • 승인 2017.01.02 00:00
  • 2017년 1월호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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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턴테이블의 명가, 듀얼의 한정판

최근 영국 BBC는 올해 자국 내 LP 판매액이 처음으로 디지털 다운로드 매출액을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다운로드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빠른 증가 속도에 디지털의 지분을 뺏기는 와중이다. 그 틈에 LP는 신보의 꾸준한 발매와 과거 명반들의 지속적인 재발매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며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을 앞질러 버린 것이다. 국내 상황도 희망적이다. 신품 LP의 경우 작년에 비해 10% 이상 판매량 자체가 늘어났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LP 발매 속도와 대중들의 LP 감상에 대한 요구에 따른 하드웨어, 즉 턴테이블의 보급률이다. 이미 우리는 80년대 CD의 출현과 함께 턴테이블과 LP를 헌신짝처럼 버린 적이 있다. 이를 다시 되찾는 목적이 지금에 와서는 단지 향수이어선 안 된다. 잊을 만하면 다시 찾아오는 단기간의 LP 관련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향수가 아닌 아날로그 사운드의 매력을 진정으로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 일단 하드웨어다.
턴테이블 업계는 이 틈을 타 우후죽순 다양한 턴테이블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저가에 패셔너블한 디자인뿐 제대로 된 턴테이블은 많지 않다. 물론 레가, 프로젝트 오디오 등 오랫동안 다양한 가격대의 턴테이블을 생산해왔던 브랜드 제품이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젊은 층에겐 사용이 불편할 수 있다. 대부분 완전 수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LP의 음질을 논하기 전에 일단 LP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서 우선은 사용이 편리해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스튜디오 마스터 음원을 즐기는 세상이니까.

여기 독일을 대표했던 왕년의 턴테이블 수호자가 다시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윽한 품격의 가라드와 세밀한 표현력의 스위스 명품 토렌스, 스튜디오의 황제 EMT, 이 외에도 플로팅 턴테이블의 선구자 AR이나 PE, 엘락 등 아날로그 턴테이블의 역사를 쓴 메이커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턴테이블 메이커를 기억 속에서 꺼내본다. 다름 아닌 듀얼이다. 많은 고급 턴테이블이 있지만 듀얼만큼 대중적인 독일 턴테이블은 없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아이들러 방식의 1219와 1229가 아직도 전 세계 빈티지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을 정도니까.
오랜 세월의 세파를 이겨낸 듀얼은 여전히 독일 현지에서 턴테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자사에서 출시했던 CS 505의 4번째 버전을 출시했다. 1981년에 발매된 CS 505-1은 반자동의 편리한 사용 방식과 스트로보 라이트, 33 1/3 및 45RPM을 간단히 조절 가능했고, 커다란 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최근 CS 505-4가 월넛 색상의 한정판으로 다시 발매되었다.
정밀 공학의 산실인 독일 턴테이블 전문 메이커 듀얼은 여전하다. 그리고 CS 505-4 한정판은 듀얼만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메커니즘을 고집스럽게 살려냈다. CS 505-4는 구동 방식으로 벨트 드라이브 방식을 택했고, 내부에 무려 16개의 폴을 가진 싱크로너스 모터를 사용해 정교한 속도를 유지한다. 속도 정확도는 DIN/WRMS가 ±0.06/0.035%로 우수한 편. 내부엔 서스펜션을 장착한 플로팅 방식이며 톤암 일체형에 기본적으로 오토폰 OMB 10(MM 타입) 카트리지가 장착되어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톤암의 특성이다. 장착되어 있는 톤암은 이 가격대에서는 보기 드물게 다이내믹 밸런스 톤암으로 꽤 뛰어난 성능과 조작 편의성을 가졌다. 특히 조작 메커니즘에서 오리지널 듀얼만의 무게감과 손맛이 느껴진다. 좌측에 듀얼만의 독특한 디자인이 미소를 자아내는 33 1/3 및 45RPM 조절 노브가 보인다. 그리고 우측엔 톤암을 올리고 내리는 토글이 큼지막하게 설치되어 있어 향수를 자아낸다. 옛 듀얼의 디자인을 산뜻하게 부활시켰으나 조작감은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만큼 편리하다. 게다가 톤암을 LP 위로 가져가면 자동으로 플래터가 돌아가며 LP의 끝 곡이 모두 재생된 다음엔 톤암이 저절로 위로 올라가는 반자동 방식이라 수동보다는 사용이 훨씬 편리하다. 침압과 안티 스케이팅 등 별다른 세팅 도구가 없이도 쉽게 카트리지 세팅이 가능하며 헤드셸은 무려 카본으로 만들어져 무척 견고하고 진동에 강해 음질적인 설계도 돋보인다.
테스트엔 기본으로 장착되는 4mV 출력의 OMB 10 MM 카트리지에 로텔 RA-1520의 내장 포노단을 활용했다. 펜오디오 레벨 2 북셀프로 출력되는 소리는 과거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1219나 1229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를 들어보면 음장도 넓고 호쾌하며 포커싱도 선명하다. 폴 데스몬드의 알토는 부드럽고 풍부한 배음이 공간을 누비며 리듬 섹션이 묵직하고 힘이 충만하다.
수백 번은 들었을 법한 안네 소피 무터와 카라얀의 빈필이 함께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바이올린은 배음이 풍윤하게 살아나 편안하고 자극이 없다. 요컨대 스트레스 없이 클래시컬 음악에 젖어들게 된다. 정갈하고 섬세한 뉘앙스보다는 스케일 크고 당당한 남성적인 사운드는 역시 듀얼의 매력이다.

록이나 팝 음악의 역동적인 리듬감 및 다이내믹스도 문제없다. 아니 오히려 이쪽이 더욱 매력적이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제프 백의 ‘Come Dancing’에서는 흥취를 돋우는 리듬감이 음악 감상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한편 제프 백의 기타는 충만한 밀도감과 묵직한 힘의 완급 조절이 돋보인다.
CS 505-4 한정반은 LP 붐을 틈타 어느 날 갑자기 급조된 여타 턴테이블과 다르다. 이 턴테이블엔 백년 가까운 듀얼의 역사가 함축되어 있다. CS 505-1이 처음 세상에 나와 불티나듯 팔리던 1980년대 초반 이후 무려 30년 넘는 인고의 세월 동안 고집스럽고 세심하게 다듬어온 소중한 결과물이다. 여전히 독일 현지 생산을 고집하는 듀얼의 전통적인 인터페이스와 그들만의 디자인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음원을 비슷한 플랫폼으로 즐기는 개성 상실의 시대. 나는 현대를 사는 모든 사람에게 느림과 아날로그의 미학을 느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CS 505-4 리미티드 에디션은 그 기회를 총 2백명에게만 한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수입원 샘에너지 (02)6959-3813   가격 155만원   속도 33 1/3, 45RPM   주파수 응답 20Hz-22kHz
크기(WHD) 44×14.7×37.2cm    무게 6.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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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월호 -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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