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L-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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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L-7000
  • 김편
  • 승인 2016.12.01 00:00
  • 2016년 12월호 (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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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압 회로에 300B를 쓴 프리앰프의 완성형

대한민국 오디오 제작사 올닉(Allnic)의 제품들을 리뷰를 위해 시청한 기종이 어느덧 10개가 넘는다. 프리앰프 L-3000, 파워 앰프 A-10000 DHT, M-3000 MK2, A-2000 25th Anniversary, 인티앰프 T-1800, T-2000 25th Anniversary, 헤드폰 앰프 HPA-3000GT, 헤드 앰프 HA-3000, 스피커 케이블 ZL-3000, ZL-5000, 인터 케이블 ZL-3000 XRL/RCA, 파워 케이블 ZL-3000이다. 집에서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앰프도 올닉이다(프리 L-1500, 파워 A-1500). 공통점은 각 모델의 특징이 지금도 눈앞에서 착착 지나갈 정도로 모델마다의 아이덴티티가 선연하다는 것. 엇비슷하게 대충 업그레이드하거나 디자인만 대충 바꾼 라인업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번 시청기인 L-7000도 그랬다.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제품인데, 올닉의 그 쟁쟁한 프리앰프 라인업 중 DHT(직열 3극관) 구성의 L-5000 DHT를 별도로 하면 현재 올닉의 최상위 프리앰프다. 무엇보다 전면에 크게 자리 잡은 전원 트랜스와 듬직한 전면 및 측면 손잡이, 그리고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침니에 숨은 진공관 300B가 눈길을 끈다. 올닉 자체 제작의 41단 은접점 어테뉴에이터가 그대로 노출된 점도 강렬한 인상을 던져준다. 과연 L-7000을 요약하는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살펴봤다.

300B, 정전압관으로의 화려한 변신
L-7000의 첫 번째 키워드는 ‘정전압 회로에 투입된 300B’다. 뒤에 자세히 기술하겠지만 L-7000을 오디오 시스템에 투입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점이 ‘정숙도와 다이내믹 레인지의 증가’와 ‘사운드 스테이지의 확장’이었는데, 이는 좌우 채널로 완벽히 분리된 튼실한 전원부와 진공관 정전압 회로 설계 덕분으로 보인다.
정전압 회로(Voltage Regulator Circuit)는 말 그대로 입력 전압이나 부하 저항에 상관없이 출력 전압이 늘 일정하게 나오는 전원부 회로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앰프의 전원부는 ‘전원 트랜스 ⇒ 정류 회로 ⇒ 평활 회로 ⇒ 정전압 회로’로 구성된다. 전원 트랜스는 입력된 220V 교류를 승압하고, 정류 회로는 이 승압된 교류를 아랫도리가 없는 맥류로 바꾼다. 평활 회로는 말 그대로 이 맥류를 다림질하듯이 다듬어 앰프 신호부에 본격적으로 쓰일 직류 전기로 바꿔준다. 이제 남은 건 정전압 회로인데, 모든 앰프 전원부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고, 미세 신호를 증폭하는 만큼 정전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부 하이엔드 프리앰프에서만 쓰인다.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진공관 정전압 회로의 기본 개념은 이렇다. ‘입력 전압 → 정전압 진공관(Voltage Regulator) + 피드백 회로(냉음극관 or 제너 다이오드 → 전압 에러 디텍터(Voltage Error Detector) → 정전압 진공관) → 출력 전압’. 조금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정전압의 원리는 수도꼭지를 생각하면 알기 쉽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일정하게 나오는 게 정전압이다. 그러다 물이 많이 나오면 수도꼭지의 밸브를 조금 잠그면 된다. 이 밸브 역할을 하는 것이 위에서 말한 ‘정전압 진공관’이고, 밸브를 돌리는 사람 손 역할을 하는 것이 ‘전압 에러 디텍터’다. 한마디로 정전압 진공관(밸브)이 피드백 회로(사람 손)와 함께 작동돼 결과적으로 항상 일정한 출력 전압(물)을 얻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이 출력 전압은 뒷단에 물린 앰프 증폭단의 진공관 플레이트에 가해지는 B 전압이다.
L-7000은 이러한 정전압 진공관에 300B, 전압 에러 디텍터 진공관에 5극관인 5654를 썼다. L-7000이 빛나는 것은 바로 정전압 진공관으로 다름 아닌 300B를 썼다는 데 있다. 300B? 보통 싱글 파워 앰프의 출력관으로 쓰이는 그 직열 3극관? 맞다. 바로 그 300B다. 고음이 청아하고 미려한 음을 내주는 것으로 유명한 300B이지만, 300B의 또 다른 진가는 바로 이 ‘정전압’ 성능에 있다. 1938년 오리지널 웨스턴 일렉트릭(WE) 300B가 탄생했을 때부터 이 진공관의 용도는 극장 영사 및 음성 설비의 신호 증폭과 정전압이었다. 1969년 생산이 종료된 오리지널 WE300B가 트랜지스터 시대가 활짝 만개했던 1981-1988년 화려하게 부활한 것도 미항공우주국(NASA) 내부 설비의 정전압 회로에 쓰이기 위해서였다.
웨스턴 일렉트릭 역시 1940년대초에 이미 300B를 정전압 회로에 투입했다.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전설의 파워서플라이 WE 20A다. 인터넷에서 그 회로도를 찾아볼 수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정전압 진공관에 300B, 전압 에러 디텍터 진공관에 5극관인 348A를 투입했다. 올닉의 박강수 대표가 L-7000 정전압 회로에 대해 ‘WE 20A를 현대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참고로 WE 20A는 정류관에 274A, 냉음극관에 313C를 써서 275V의 출력 전압을 낸다. WE20A를 요약하자면, 직렬로 300B 플레이트에 들어온 불안정한 700V의 입력 전압이 최종적으로 안정적인 275V의 출력 전압(B 전압)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면 WE 20A, NASA, 그리고 L-7000은 왜 하필 300B를 정전압 진공관으로 썼을까. 이는 다시 수도꼭지의 원리를 떠올려 보면 된다. 물이 많이 나와 밸브를 손으로 잠그려 했는데, 이 밸브가 뻑뻑하다면? 순간적인 대처가 안 될 것이다. 같은 원리다. 출력 전압이 기준치보다 높거나 낮아 전압 에러 디텍터관이 정전압 진공관 제어에 들어갔는데, 이 정전압 진공관의 내부 저항이 높다면? 제대로 된 정전압 구현은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다. 즉, 정전압 진공관은 내부 저항이 낮아야만 미세한 전압 변화에도 플레이트 전류를 많이 흘려줄 수 있어(I=V/R), 순간적인 정전압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 그런데 300B는 내부 저항이 700Ω에 그칠 정도로 극히 낮은 대표적인 3극관이기 때문에 전가의 보도처럼 정전압 진공관으로 즐겨 활용된다는 얘기다.
※이 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L-7000의 경우 전압 에러 디텍터 진공관(5654)은 정전압 진공관(300B)의 그리드에 전압을 가해 300B 내부의 캐소드-플레이트 전압을 미세하게 조정하는데, 300B의 낮은 내부 저항 때문에 이러한 미세 전압 변화에도 플레이트 전류값을 크게 조정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회로가 원하는 정확한 정전압 출력을 얻어낼 수 있다. 정전압 진공관을 전류 제어관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전원부와 증폭부, 완벽한 듀얼 모노 시스템
좌우 채널의 완벽한 분리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최종 귀착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 좌우 채널의 상호 신호 간섭(크로스토크) 방지와 독립 전원부 구성에 따른 다이내믹스 확보를 위해서다. 한 섀시에 좌우 채널을 독립시킨 듀얼 모노, 아예 별도로 섀시를 구성한 모노블록, 심지어 전원부까지 별도 섀시에 담은 4 블록까지 등장하는 이유다.
L-7000은 우선 정전압 회로를 포함한 전원부를 모두 완벽한 듀얼 모노 시스템으로 구성했다. 즉, 전원 트랜스부터 정류, 평활, 정전압 전 과정을 채널 별로 독립시킨 것이다. L-7000을 위에서 봤을 때 맨 앞 줄 2개의 커다란 트랜스가 올닉이 자랑하는 전압 변동률 1%의 전원 트랜스, 가운데 줄 양옆의 진공관이 전압 에러 디텍터관인 5654(가운데 2개 진공관은 증폭관인 E810F), 뒤 줄 양옆의 진공관이 정전압관인 300B, 가운데 2개의 트랜스가 올닉의 트레이드마크인 니켈 출력 트랜스다.
이러한 듀얼 모노 구성의 전원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대용량의 전원 트랜스다. L-7000이 전원부 뒷단에 정전압 회로를 구성하고 있지만, 이미 앞단에 투입된 전원 트랜스도 전압 변동률이 1%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진공관 앰프의 경우 전압은 히터에 공급되는 A 전압, 플레이트에 거는 B 전압, 그리드에 바이어스를 걸어주는 C 전압으로 나뉘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B 전압의 품질이며, 이는 전압 변동률이 좌우한다. 전압 변동률은 부하를 걸 때와 안 걸 때의 전압 차이를 말하는데, 당연히 이 수치가 작을수록 좋은 전원 트랜스다. 왜냐하면 만약 전압 변동률이 크다면 음악 신호에 따라 B 전압이 크게 출렁거린다는 것이고, 이는 오디오 신호를 다루는 앰프에서는 거의 ‘재앙’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증폭부도 듀얼 모노 시스템이다. 올닉의 프리앰프는 음질과 노이즈 유입 방지를 위해 전통적으로 단 1개의 진공관만을 증폭부에 투입하는데, 이번 L-7000에서도 5극관인 E810F를 좌우 채널에 1개씩 썼다. E810F는 내부 저항이 560Ω으로 낮으면서도 전류 증폭률(gm)이 50mA/V를 보일 정도로 높아 1단 증폭에 자주 쓰이는 진공관이다. 이 대목에서 L-3000과 비교해보면, L-3000 역시 정전압을 비롯한 전원부와 증폭부 모두 듀얼 모노 방식이고 증폭관도 E810F를 썼지만, 정전압 진공관에 방열 3극관인 7233을 썼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전기를 컨트롤하는 전원부에 지금까지 써온 방열관 대신 직열관을 투입했다. 이에 맞춰 출력 트랜스도 중·고역이 좀더 아름답게 나올 수 있도록 개선했다’는 박강수 대표의 설명이다.

트랜스 프리앰프의 마무리, 니켈 출력 트랜스
듀얼 모노 시스템으로 전원부와 증폭부를 구성한 L-7000의 대미는 니켈 출력 트랜스가 장식한다. 올닉의 앰프들이 ‘진공관 앰프가 맞나?’ 싶을 정도로 광대역에 저 왜곡, 빠른 스피드 특성을 보이는 것은 역시 이 니켈 출력 트랜스 덕분이다.
올닉의 모든 출력 트랜스는 니켈 트랜스, 정확히 말하면 니켈과 철의 합금인 퍼멀로이(Permalloy) 트랜스다. 퍼멀로이는 니켈과 철의 합금 비율에 따라 퍼멀로이PC(니켈 78% + 철 22%)와 퍼멀로이PB(니켈 50% + 철 50%)로 나누어지는데, 퍼멀로이PC의 니켈 78%는 오랜 실험 결과 초 투자율(Initial Magnetic Permeability)이 가장 높게 나오는 비율이다. 이에 비해 퍼멀로이PB는 초 투자율, 즉 전기가 끊어질 경우 전자석 성질이 사라지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쉽게 자기포화가 안 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퍼멀로이PC는 전력량이 적고 예민한 곳, 그러니까 L-7000을 포함한 프리앰프 출력 트랜스와 인터스테이지 트랜스, MC 카트리지용 승압 트랜스에 사용되고, 퍼멀로이PB는 프리앰프를 제외한 모든 출력 트랜스에 쓰인다.
그러면 L-7000을 비롯한 올닉의 모든 프리앰프가 이처럼 출력 트랜스 방식, 즉 프리아웃(Pre-out) 트랜스포머로 출력단을 마무리하는 것은 왜일까. 이는 출력 트랜스 방식은 전압뿐만 아니라 전류까지 흐르므로 뒷단에 전력(W=I×V), 즉 에너지를 더 많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파워 앰프를 강력하게 드라이빙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비해 커패시터 커플링 방식(C-R 결합 방식)은 단지 전압 결합 방식이어서 전력을 전달해주지 못한다. 출력 트랜스는 또한 출력 임피던스가 낮다는 장점도 있어 인터 케이블을 덜 가리고 파워 앰프와 결합 시 노이즈 유입 가능성도 줄어든다. 커패시터 커플링 방식에서는 출력 임피던스를 낮추기 위해 통상 캐소드 팔로워 회로를 쓰는데 이러면 특히 저역에서 왜곡이 심해진다.

접점부를 1개로 줄인 41단 은 접점 어테뉴에이터
프리앰프의 또 다른 생명줄은 볼륨단이다. 올닉에서는 모든 프리앰프와 인티앰프의 볼륨단에 자체 제작 어테뉴에이터를 쓴다. 모든 접점부를 전도율이 뛰어난 은으로 처리하고, 각 볼륨 스텝마다 맞닿게 되는 접점부를 기존 2개에서 1개로 혁신한 41단 어테뉴에이터를 직접 제작한 것이다. 통상 어테뉴에이터는 안쪽 링과 바깥쪽 접점부, 이렇게 접촉 단자가 2개여서 음악 신호는 반드시 이 접점을 2번이나 거쳐야 한다. 이에 비해 올닉의 어테뉴에이터는 안쪽 링에 돌아가며 접촉하던 기존 구조를 고정 케이블로 바꿈으로써 결과적으로 접점부를 바깥쪽의 단 1개로 줄였다. 그만큼 음질 왜곡의 여지를 처음부터 줄였다는 얘기다.

셋업 및 청음
L-7000을 본격적으로 들어봤다. 오포 105D를 통해 타이달(TIDAL)을 재생하고, 이를 올닉 D-5000DHT(DAC), 올닉 L-7000(프리앰프), 올닉 M-3000 MK2(모노블록 파워 앰프)로 이어받아 최종적으로 B&W 802 다이아몬드를 울렸다. 어테뉴에이터 방향은 9시반~10시 사이를 유지했다. 

여성 보컬곡
몸풀기 차원에서 여성 보컬곡을 몇 곡 들어봤다. 안네 소피 폰 오토의 ‘Baby Plays Around’는 가수의 호흡과 입술의 파찰음이 생생히 포착된다. 음 재생에 일체 스트레스가 없다는 인상. 이어 들은 ‘Go Leave’에서는 사운드 스테이지가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지는 체험을 했다. 이 곡에 이렇게 많은 사운드가 숨어 있었나 싶다. 다이애나 크롤의 ‘Desperado’에서는 그녀가 평소보다 한걸음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는 듯했고, 다이도의 ‘Don't Believe in Love’에서는 킥 드럼의 펀치력과 함께 촉촉하고 리퀴드한 음색에 깜짝 놀랐다. 특히 마지막 2곡에서는 두 여성 가수가 무대에 서 있는 위치가 확연히 달라 L-7000의 스테이징 능력, 특히 원근감 재생 능력에 감탄했다. 

파질 세이 ‘Paganini Jazz’
피아노 솔로곡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하고 바디감 있게 펼쳐진다. L-7000의 다이내믹 레인지가 음원 소스에 담긴 정보량을 넉넉하게 받아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곡에서도 모든 음들이 일말의 머뭇거림 없이 일제히 뿜어져 나온다. 어디 하나 옹색한 구석이 없다. 또한 대역 밸런스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치 실황을 보고 듣는 느낌. 특히 무대의 좌우, 앞뒤, 위아래 펼침이 좋다. 그야말로 스테레오 재생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그러면서도 음들이 피어나고 사라지는 뉘앙스가 하나하나 관찰된다. 진공관 특유의 배음과 잔향도 잘 느껴진다. 확실히 L-3000보다는 음과 무대의 스케일이 늘었고, 중·고역이 더 예쁘고 아름답게 뻗는다.

패트리샤 코파친스카야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테오도르 쿠렌치스 지휘, 무지카 아에테르나 연주 음반인데, 확실히 무대가 넓게 펼쳐진다. 코파친스카야가 어떤 각도에서 어떤 힘으로 보잉을 하는지가 연상이 될 정도로 디테일과 뉘앙스 캐치력이 뛰어나다. 오케스트라 파트에서 중간중간 관악의 음색과 존재감을 빼놓지 않고 잘 포착하는 것을 보면, L-7000을 음색 구현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특히 들릴 듯 말 듯 바이올린 현을 갖고 장난치는 듯한 대목에서는 시스템의 높은 SNR과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에 감탄했다. 역시 프리앰프의 가장 위대한 덕목은 이러한 ‘디테일’의 재현임을 새삼 확인했다. 마무리 투티에서는 거대한 음의 파도에 움찔. 

오토 클렘페러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연주 ‘말러 교향곡 2번 1악장’
무대의 좌우 펼침이 돋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자택에서 평소 들을 때는 홀 2층 객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L-7000과 M-3000 MK2 조합에서는 1층 앞열에서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 거의 비슷한 음량 재생이었음에도 이러한 차이를 보인 것은 역시 L-7000의 뛰어난 다이내믹 레인지와 투명감 덕분으로 보인다. 또한 금관은 그 음색이 더욱 휘황찬란하고 그 보무가 더욱 위풍당당해졌다. 첼로군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일사불란. 확실히 이러한 ‘색채감과 음영감, 다이내믹 레인지’는 L-3000보다 몇 수 위다. 특히 놀란 것은 후반부 첼로 소리였는데, 작은 소리인데도 그 존재감이 분명했다. 높은 SNR을 바탕으로 음원에 담긴 모든 정보를 그대로 빨아오고 있는 느낌. 맞다. 프리앰프에 정전압 회로를 꾸미고, 듀얼 모노로 구성하며, 1단 증폭에 대용량 전원 트랜스를 쓴 모든 이유가 바로 ‘왜곡과 착색 없이’ 음원 소스를 뒷단인 파워 앰프에 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총평
혹시나 해서 청음실에 대기하고 있던 모노블록 파워 앰프 A-311M을 물려봤다. 300B를 싱글 구동하는 앰프다. 역시 KT150 4발을 채널당 파라 푸시풀 구동해 200W를 내는 M-3000 MK2에 비해 고역이 좀더 아름답게 뻗고 저역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진다. 파워는 떨어지지만 좀더 포커싱이 잘 맞춰진 느낌. 취향에 따라, 청음 환경에 따라 파워 앰프를 선택하는 재미도 있겠다.
L-7000을 요약하면 이렇다. 1 평소 자택에서 듣는 L-1500보다는 확실히 사운드 스테이징 실력이 몇 수 위다. 같은 진공관 정전압 회로 구성이지만 L-7000은 이를 듀얼 모노로 확장한 결과로 보인다.
2 L-1500은 물론 리뷰와 파워 앰프 매칭을 위해 자주 들었던 L-3000보다 정숙도와 다이내믹 레인지의 차원이 다르다. 이는 직열 3극관인 300B를 정전압 진공관에 채택하고 전원 트랜스 용량을 더욱 늘린 결과로 보인다. 3 올닉 프리앰프 특유의 디테일한 재생력과 빠른 스피드는 여전하다. 이는 내부 저항이 낮고 전류 증폭률이 높은 5극관 E810F로 1단 증폭을 한 뒤 니켈 출력 트랜스로 커플링한 설계 방식 덕분으로 보인다.
역시 이번 L-7000만의 아이덴티티는 ‘300B 정전압 회로의 듀얼 모노 설계’로 귀결된다. 정전압 설계에 따른 음질적 차이가 이처럼 유의미하게 두드러지는 이유는 진공관 앰프가 직류 전기와 교류 신호를 하나의 전선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증폭 진공관 플레이트(E810F)와 출력 트랜스(1차 권선)를 잇는 전선에 직류 전기(B 전압)와 교류 신호(증폭된 음악 신호)가 ‘동시에’ 흐르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일정한 B 전압 공급 능력이야말로 최우선 과제라는 것. B 전압이 출렁거려서는 이에 올라탄 음악 신호마저 춤을 출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세한 신호 증폭을 담당하는 프리앰프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L-7000은 이러한 정전압 회로를 거의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완성시킨, 2016년 오디오계의 기념비적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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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12월호 - 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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