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A-300P MK2·A-88T MK2 Tungsol 6550·A-50TP 6L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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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A-300P MK2·A-88T MK2 Tungsol 6550·A-50TP 6L6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12.01 00:00
  • 2016년 12월호 (53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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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오디오 미식가의 선택, 케인을 만나다

요즘 먹방이 대세다. 숱한 먹방 프로그램이 채널마다 넘쳐난다. 또 스타 셰프라던가, 먹짱이라던가, 여러 관련 인사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따라서 ‘Gourmet’라는 단어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고어멧이라고 읽는데, 실은 틀린 발음이다. 원래는 불어로 구르메라고 하고, 미국에선 구르메이, 영국에선 구오메이라고 읽는다. 미식가란 뜻이다.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드에서 일본 제목에 미식가 대신 ‘구루메’라고 쓴 것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요즘 중국에 친구 몇 명이 생겨서 가끔 방문해보면, 진짜 구르메가 뭔지 알게 해준다. 일단 식당에 가면 메뉴가 없다. 대신 싱싱한 식재료가 즐비하게 구비되어 있다. 육해공군을 총망라하고, 가끔 거북이나 악어, 뱀과 같은 녀석들도 등장한다. 개구리는 흔하디 흔하다. 이런 재료를 놓고, 그날의 호스트가 주방장과 함께 재료를 선택한 후, 요리 방식에 대해 의논한다. 꽤 길고 지루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호스트가 칼만 들지 않았지, 실제 요리사와 수준 차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구르메라는 것이 그냥 어디 가면 뭐가 맛있다 정도에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참 중국의 음식 문화는 깊고 또 깊다.
이번에 6L6, KT88, 그리고 300B를 쓴 진공관 인티앰프 세 기종을 놓고 처음에 든 단상이 바로 이런 구르메용 식당이다. 이번 호스트는 케인. 진짜 먹기 좋게, 차림새까지 예쁘게 마무리했다. 정말 취향과 상관없이 모두 매력적인 맛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서 난 뭐가 좋다, 라고 선택하는 것은 마치 일과 사랑 중에 혹은 아빠와 엄마 중에 뭘 선택하겠냐 묻는 것과 다름없다.

흥미로운 것은 가격대다. A-50TP 6L6은 100만원대, A-88T MK2 Tungsol 6550은 200만원대, 그리고 A-300P MK2는 300만원대다. 그렇다면 현대는 자본주의 시대, 비싸면 무조건 싼 것보다 좋다. 당연히 300B가 6L6보다 좋은가? 이런 질문이 우문에 불과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진공관 앰프의 세계다. 그 깊고 넓은 세계를 이번에 진정한 구르메의 입장이 되어 한 번 탐험해보자.
처음 만난 것은 A-50TP 6L6이다. 여기서 참고로 A-50TP는 6L6뿐 아니라, KT88, EL34 버전이 있다. 즉,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6L6은 최초의 5극관이다. 진공관에 대해 좀 안다는 분들은, 6L6을 적극 추천한다. 이것보다 작은 것이 6V6이고, 큰 것이 KT88이다. 즉, 5극관의 알파인 것이다. 조리의 범위가 넓고,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무엇보다 현대 하이엔드를 연상케 하는 군더더기 없는 빠른 반응이 인상적이다. 다만 약간 중립적인 음색에서, 뭔가 달콤함 내지 호방함을 원하는 분들에게 어필이 덜될 뿐이다.
그러나 만일 하이엔드 제품에 귀가 익은 분들에겐, 일체의 착색이 없이 순수하게 원음 그대로 재생에 충실한 6L6의 매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 개인적으로는 클래식부터 보컬, 록,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커버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출력도 30W 정도 나오기 때문에 통상의 북셀프와 작은 톨보이 정도는 거뜬히 커버한다. 5극관의 원점이라는 점에서, 진공관의 바다로 항해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꼭 들어봐야 한다. 특히, 6L6을 출력관으로 채택한 앰프가 드문 상황에서 본 기의 존재는 매우 귀중하다 하겠다.
이어서 황제의 출력관으로 불리는 KT88. 단, 이번에 들은 것은 6550이다. 즉, A-88T라는 모델은 KT88, EL34 등과 호환이 된다. 여기에 투입된 6550은 텅솔관이다. 물론 고전관은 아니지만, 2004년에 미국의 NSC가 다시 리바이벌하면서 오리지널 관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제보다는 더 뛰어난 퀄러티를 자랑한다. 6550은 약간 거친 맛이 있어서 록이나 재즈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배음이 풍부하면서, 실재감이 높아, 마치 라이브 현장에 온 듯한 즐거움을 준다. 출력은 두 가지 방식에서 선택할 수 있다. 울트라 리니어 모드를 하면 8Ω에 50W, 트라이오드 모드면 25W다. 전자가 스피커 구동력 면에서, 후자가 순도 면에서 각각 강점을 갖고 있다. 즉, 하나의 앰프로 두 가지 성능을 취하는 형태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300B. 그냥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출력관이다. 단, 본 기는 싱글이 아닌 푸시풀 설계다. 덕분에 20W의 출력이 나온다. 사실 3극관 싱글에 로망을 가진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구동할 스피커가 드물다는 점에서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300B 특유의 청아하고, 고혹적인 맛을 잃지 않으면서 적절한 저역 컨트롤과 댐핑력 등을 갖춘 것이 바로 본 기다.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스피커의 폭이 넓다. 상당한 범용성을 갖고 있으면서 또 300B 자체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이렇게 3개의 진공관 앰프를 모아보니, 정말 바라만 봐도 절로 군침이 도는 성찬이다. 뭐부터 먹어야 할지 젓가락이 허공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또 가만히 따지고 보면, 케인이라는 셰프의 솜씨를 빼놓을 수 없다. 정말로 먹기 좋게 요리하고 있다. 외관은 수려하면서 또 야무지고, 초단관이며 저항, 콘덴서 등 요소요소에 고급 부품을 투입하고 있다. 자기 누설이 낮은 특주 트랜스포머와 하드 와이어링에 이르면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러면서 가격적인 메리트가 상당하다. 오랜 기간,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고 따라서 은은한 불빛과 온기를 내는 진공관 앰프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자, 당신과 같은 구르메는 뭐부터 젓가락을 옮기겠습니까?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Cayin A-300P MK2   가격 335만원, 385만원(풀 뮤직 300B)   사용 진공관 300B×4, 12AU7×4, 12AX7×2, 6SN7×1   실효 출력 20W   주파수 응답 7Hz-50kHz(-3dB)   THD 1%(1kHz)   S/N비 91dB   입력 임피던스 100㏀   입력 감도 300mV, 1000mV(프리-인)   출력 임피던스 4Ω, 8Ω, 16Ω   크기(WHD) 42×20×38.9cm   무게 27kg


Cayin A-88T MK2 Tungsol 6550   가격 273만원    사용 진공관 6550×4, 6SL7×2, 6SN7×2    실효 출력 50W(울트라리니어), 25W(트라이오드)   주파수 응답 10Hz-42kHz(-3dB)   THD 1%(1kHz)    S/N비 93dB   입력 감도 300mV, 1000mV(프리-인)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42×19.5×38.2cm    무게 28kg


Cayin A-50TP 6L6   가격 158만원   사용 진공관 6L6×4, 12AU7×2, 12AX7×2   실효 출력 16W(8Ω, 트라이오드), 35W(8Ω, 울트라리니어)   주파수 응답 10Hz-50kHz(-1.5dB)   THD 1%(1kHz)   S/N비 89dB   입력 감도 370mV, 3mV(포노)   입력 임피던스 100㏀, 47㏀(포노)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5×18.5×30cm   무게 1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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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12월호 - 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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