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tt Audio MC368-B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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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tt Audio MC368-BSE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11.01 00:00
  • 2016년 11월호 (53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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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90 싱글로 만나는 진공관 사운드의 또 다른 세계

 

우아한 발레리나의 춤 동작이 연상되는, 감촉이 좋은 음이다. 현의 고품위함은 두말할 것도 없고,
악단 전체의 움직임이 기민하고 또 가볍다. 그러면서 투명한 질감을 선보인다. 스피커의 개성이 잘 살아나면서, 전체 퀄러티가 한결 올라가는 느낌이다.

아마도 모든 진공관 앰프 애호가가 바라는 음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중·고역은 높은 해상도와 투명도를 자랑하고, 300B나 2A3와 같은 맛이 있을 것. 단, 저역은 확실하게 밀어서 KT88 계열이 부럽지 않은 파워를 내주면 좋겠다. 사실 말이 쉽지, 오디오 역사에서 이런 난제를 푼 진공관이 얼마나 있을까? 하긴 이것은 솔리드스테이트 쪽도 마찬가지여서, 저역이 풍부하면 중·고역의 디테일에 아쉬움이 있고, 반대로 중·고역은 좋은데 아랫도리가 허전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것을 커버하기 위해서 3극관을 파라 싱글 혹은 푸시풀로 처리하는 방안도 나왔고, 초단은 진공관, 드라이브는 TR이라는 하이브리드도 나왔다. 뭐 나름대로 강점도 있고, 매력도 있지만, 아직 딱 부러지는 답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 만일 5극관을 싱글로 울리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 나올 수도 있다. 이번에 만난 제트 오디오(Zett Audio)의 MC368-BSE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이런 접근법이 본 기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런 방식을 추구할 때 EL34 쪽은 보이지만, KT88은 거의 드물다. 아니, 개인적으로는 처음 듣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듣기도 전에 일단 관심부터 갖게 되었다. 시청을 위해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땐, 흔하디흔한 KT88 푸시풀이려니 했다가, 오로지 한 쌍의 출력관만 채용한 것을 확인하고, 상당히 관심 있게 들은 것이다.
일단 제품의 외관이 준수하다. 어두운 색으로 존재감이 각별한 가운데, 프런트 패널의 알루미늄 처리가 매끄럽고, 철로 된 섀시는 무겁고 또 단단하다. 특히, 출력관 뒤에 설치된 전원 및 출력 트랜스의 배치라던가, 위에 새긴 로고의 디자인이 무척 눈길을 끈다. 딱히 고급스럽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음이라든가, 내구성에서 신뢰를 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자료를 보면, 제트 오디오는 이미 2004년부터 진공관 앰프를 만들어온 미국 회사라고 한다. 미국의 진공관 하면, 대출력 제품들이 우선 눈에 들어오지만, 그런 거인들의 틈새에서 가성비가 높고, 내용이 준수한 모델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고 한다. 이번 제품은 형번에 BSE가 들어간 것을 보아, 몇 차례 개량이 이뤄진 모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각설하고, 본 기에는 KT88 계열인 KT90이 출력관으로 사용되었다. 싱글답게 8Ω에 채널당 18W밖에 내지 않지만, 그 태생이 KT88 쪽이라, 저역의 구동력이 만만치 않고 또 중·고역의 투명도도 매력적이다. 튜닝에도 상당히 신경을 써서, 너무 현대적이지도 또 너무 고답적이지도 않다. 주로 JBL, 탄노이 등 혼 타입 스피커를 염두에 두고 음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제작사의 강한 내공이 음에 투영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한편 초단관은 12AU7을 채널당 하나씩 투입한 가운데, 정류관으로 5Z3P를 하나 쓰고 있다. 이 5Z3P는 미국제 5U4G와 동일한 관인만큼, 나중에 관의 교체로 음질 변화를 시험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어쨌든 단단한 섀시 제조에 힘입어, 외관은 그리 크지 않지만 무게는 무려 17kg이나 나가고 있다. 또 주파수 대역을 보면, 18Hz-50kHz로 광대역이다. 물론 TR 앰프에서는 그리 놀랍지 않지만, 진공관 앰프의 성격상 이 정도 스펙을 구축해놓은 것에 일단 신뢰가 간다. 출력 임피던스는 4Ω과 8Ω 두 가지를 제공함으로 매칭되는 스피커에 따라 선택하면 좋을 듯싶다. 물론 매칭에서 딱히 공식이 있다고 말하진 힘든 만큼, 차례로 물려본 뒤에 귀로 파악해서 정하는 쪽이 좋을 것이다.

아무튼 KT90을 싱글로 듣는다는 발상은 매우 신선하고 또 음에 그런 신선함이 배어 있다. 따라서 이번 시청은 여러모로 흥미롭게 진행되었다. 참고로 스피커는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모차르트 그랜드 심포니 에디션, 소스기는 마란츠의 SA-14S1 SE 모델이다.
첫 곡으로 들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1번 행진. 우아한 발레리나의 춤 동작이 연상되는, 감촉이 좋은 음이다. 현의 고품위함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악단 전체의 움직임이 기민하고 또 가볍다. 그러면서 투명한 질감을 선보인다. 스피커의 개성이 잘 살아나면서, 전체 퀄러티가 한결 올라가는 느낌이다.
이어서 그리모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 1악장. 역시 힘이 아닌 질감으로 다가온다. 전체 오케스트라의 묘사가 세밀하면서 실키하다. 저역의 박력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피아노 터치의 명징함과 유려함은, 그리모라는 연주자의 매력을 각별하게 부각시킨다. 오른손 왼손의 빼어난 콤비네이션은,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전성기 때 일본에서 벌인 공연 실황. 과연 관중의 열기나 밴드의 기세가 낱낱이 포착된다. 보텀 엔드가 단단하고, 보컬의 샤우트는 약간의 달콤함을 함축하고 있으며, 기타 솔로의 불꽃 튀는 핑거링이 눈에 선하다. 힘과 기교, 질감과 에너지 등이 골고루 양립하고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제품의 출현이다.

수입원 제이원코리아 (02)706-5436   가격 195만원   사용 진공관 KT90×2, 12AU7×2, 5Z3P×1   실효 출력 18W   주파수 응답 18Hz-50kHz(±1dB)   S/N비 92dB   디스토션 0.8% 이하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6×21×33cm   무게 1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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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11월호 - 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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