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HDA-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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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HDA-523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11.01 00:00
  • 2016년 11월호 (53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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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음악의 향연에 흠뻑 빠지다

바로 요즘 날씨만 같아라. 깊은 가을로 접어드는 10월 중순, 맑은 하늘과 아침 저녁으로 약간 선선한 기운. 몸과 마음이 개운하고, 기분도 좋아진다. 이때는 뭘 해도 집중이 잘 된다. 독서도 좋고, 음악 감상도 좋다. 어디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다. 그러나 오늘은 더 큰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바쿤의 포터블 헤드폰 앰프 HDA-5230을 들으러 가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일산에서 홍대 부근까지는 200번이라는 좌석 버스로 손쉽게 갈 수 있다. 마두역에서 타고 한 3~40분 졸다 보면 합정역에 도착한다. 주중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하고 있었다. 역시 이런 날에 집에만 있기엔 뭐할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홍대 지역에 오는 것 같다. 1990년대 초부터 주목을 받더니 지금은 합정역과 망원동 지역까지 아우를 정도로 상권이 커졌다. 숱한 카페와 바, 음식점, 클럽 등이 혼재하고,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인파가 넘쳐난다. 예전의 다소 소박한 정경은 찾아볼 길이 없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곳이라 올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또 나 같은 사람을 위해 LP를 잔뜩 비치해서 음악을 트는 곳도 여러 군데나 있다. 이따 시청을 끝내고, 맥주나 한 잔 하면서 올드 록이나 들을 생각이다.


사운드스트림의 쇼룸

시청을 위해 방문한 곳은 특이하게도 합정역 부근의 주택가에 숨어 있다. 1층엔 스시 집이 있고, 오른편으로 돌아가면 주차장을 낀 입구를 만난다. 여기서 인터폰을 눌러야 문이 열리고 2층으로 통한다. 놀랍게도 빌라 건물 안에 있는 것이다. 비록 겉에서 보기에 거창하지 않지만, 안에 들어가면 무슨 보물섬에라도 온 듯하다. 특히, 헤드파이 쪽 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기기들이 많은데, 널리 알려진 제품이 아닌, 국내에서 생소한 브랜드가 많아 이 또한 보물찾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란 상호를 가진 이곳은, 이 숫자에 두 개의 동그라미가 배열된 것에 착안해서, 마치 헤드폰의 두 개 동그라미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센스 만점이다. 그러나 실은 헤드폰이 최초로 만들어진 해라고 하니 의미 있는 명칭이다.
원래는 프로용 장비를 주로 수입하는 사운드스트림에서 포스텍스, AR, 피셔, 아로마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컨슈머 용을 수입함에 따라, 이렇게 별도의 청취 공간을 만든 것이다. 아무래도 다른 여러 숍에 납품하기 때문에, 이 공간은 구매하려는 제품을 미리 듣거나, 실물을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모양이다. 아무튼 일단 방문하면 이런저런 제품을 보고, 만지고, 듣고 하면서 한두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당연히 이번 리뷰의 주인공 HDA-5230이 메인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세팅되어 있다.

그간 사진으로만 봤지만, 이 제품은 가로 세로 길이가 짧은 대신 앞뒤로 약간 긴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면에는 커런트 하이·로우, 전원 스위치 등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 중앙에 볼륨 노브와 6.5mm 사양의 헤드폰 잭이 나 있다. 뒷면에는 RCA 입력 잭과 전원용 입력단이 나 있다. 무척 심플하지만, 핵심 기능은 놓치지 않은 만듦새다. 참고로 하이·로우는 매칭되는 헤드폰에 따라 조정해서 들을 수 있는 옵션이다.
약간 더 줄이면 어떨까 싶겠지만, 이 정도로 컴팩트하게 만든 것에 감사해도 좋다. 그만큼, 바쿤이 갖고 있는 핵심 기술을 그대로 이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쿤을 상징하는 전류 증폭의 경우, 사트리 IC가 동원되어야 하지만, 그 경우 단가가 올라간다. 그래서 디스크리트 회로로 풀어서 처음에는 전압 증폭 후 전류 증폭이라는 방식을 채택하려고 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이 난제를 푼 덕분에, 사트리 IC 없이도 전류 증폭을 실현할 수 있었다. 애호가 입장에선 정말 다행인 것이다.
또 전작 HDA-5520의 단점을 여럿 보완해서, 이를테면 어댑터를 통해 리튬 폴리머배터리를 충전시켜서 일종의 배터리 전원으로 쓸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인다. 리튬 폴리머배터리는 리튬 이온배터리보다 비싸지만 훨씬 안정적이고, 내부 임피던스가 낮아 순간적으로 전류를 뿜어주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런 작은 디테일도 절대 놓치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이 경우, 12시간의 플레이 타임을 얻을 수 있다.
또 전면 중앙에 배치된 노브는, 말 그대로 바쿤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인간이 만든 최초의 플라스틱 베이클라이트를 동원했다. 손으로 조작해보면, 손끝에 전달되는 감촉이 부드러우면서 매력적이다. 자꾸 손이 가게 된다.
시청을 위해 AR에서 나온 M2와 M20을 번갈아 들었다. M2가 상위 버전인 만큼, 소리의 퀄러티나 투명도가 좋기는 하지만, M20의 다이내믹한 음 역시 매력적이다. 이 부분은 어느 장르를 선호하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부분이다. 단, 휴대성 면에선 M20이 훨씬 낫다. 헤드폰은 포스텍스의 TH900 MK2. 과연 급수가 다른 모델인 만큼, 소리 또한 인상적이었다. 좀 과장하면, 이 정도 시스템이면 굳이 따로 하이파이를 장만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이 퀄러티를 넘어서는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려고 한다면, 만만치 않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처음 들은 것은 라디오헤드의 ‘Creep’. 일단 밸런스가 빼어나고, 질감도 좋다. 무엇보다 저역의 해상도와 어택감이 상당하다. 킥 드럼의 움직임이 정확하게 포착될 정도다. 중간중간 이펙트를 잔뜩 건 전위적인 기타 음이 짜릿짜릿 귀를 자극한다. 듣다 보면 빨려 들어가게 되는 마성을 갖고 있다. 오디오로 표현하면, 스피커를 완전히 드라이브하는 앰프를 보는 것 같다.
이어서 라모트 & 에워 두 바이올린 주자가 함께 한 르클레어의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1번을 들어본다. 바로크 계열의 음악인데, 두 대의 바이올린이 좌우에 각각 포진한 채, 연신 악상을 주고받는다. 때로는 솔로로, 때로는 동시에 연주하는 대목이 흥미진진하다. 배경이 정숙한 가운데, 명징하고 청아한 두 대의 바이올린이 주는 음의 향연에 귀가 정말로 호사한다.
마지막으로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 ‘와우!’ 금세 압도당하고 말았다.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3개의 관악기 솔로 릴레이에 파워 넘치는 리듬 섹션. 특히, 콜트레인의 경우 ‘Sheets of Sound’의 제시가 명료하게 전달된다. 여러 개의 음이 동시에 블로잉되면서,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온다. 눈을 감으면 어마어마한 스피커에 의해 포위된 듯하다.
본 기의 핵심 콘셉트는 이동성이다. 여행을 다닐 때 비행기 안이나 버스 안에서, 혹은 혼자 있을 때 카페나 도서관에서 최상의 음을 만끽하라는 제작자의 성의가 담겨 있다. 음을 들으면 그 마음이 바로 훈훈하게 이쪽으로 전달이 된다. 헤드폰으로 하이엔드를 구현하고 싶다면, 본 기의 가치가 환하게 빛을 발할 것이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180만원

532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6년 11월호 - 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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