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llon Noble LCR Phono EQ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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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llon Noble LCR Phono EQ Ⅱ
  • 최윤옥
  • 승인 2016.11.01 00:00
  • 2016년 11월호 (53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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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놀라운 정숙함

벌써 5년 전 일이다. 책 발간을 위해 포노 앰프를 여러 종 시청하는 중에 노블 포노 앰프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들어 보기로 했다. 책에 소개된다고 하는데도 썩 내켜 하지 않는 최장수 사장님을 어렵게 설득해서 포노 앰프를 받았다.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솔직히 음질에 놀랐다기보다는 사용된 부품이 AB 저항에 오일 콘덴서 등 빈티지 부품인데, 신품이었다. 옛날 부품을 그것도 신품으로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것으로 앰프를 만드는 것은 한두 대 만들고 마는 개인 자작이 아닌 제작 업체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소리는 중역이 두툼하고 매끄러우면서 윤기가 흐르는 소리였다. 오일 콘덴서에 AB 저항을 사용했으니 당연히 빈티지스러운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노블 브랜드가 아폴론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서 포노 앰프를 출시했으니 리뷰를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다. 어렵게 부탁해서 제품을 받아서 시청했던 기억이 있는 나는 이런 상황이 다소 생소했다.
한 달 이상의 긴 기간 동안 아폴론 포노 앰프를 들어볼 시간을 가졌다. 이전의 노블 포노와는 소리가 상당히 달랐다. 당연한 것이 이전의 포노 앰프는 NFB 방식의 전형적인 빈티지 스타일의 회로인데 반해, 이번 포노 앰프는 LCR형으로 회로가 전혀 다르다. 부품도 빈티지를 고집하지 않고 질 좋은 현대 부품을 사용했다. 전원부도 보통 사각형의 EI 코어를 사용하지 않고 순간 전류 공급 능력이 좋은 도넛 형태의 토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했다.

섀시는 벽돌을 연상시키는 격자 무늬가 들어간 스테인리스 재질에 옆면에 원목 우드를 부착하는 전통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다. 특이하게 전원부를 받치는 앵커 베이스가 나무로 되어 있는데, 진동의 효과적인 제어를 위해서라고 한다.
진공관 구성은 채널당 WE 417 2개, 12AU7 1개를 사용해서 증폭하고 최종 출력단은 VT137을 1개 사용했다. 증폭단과 증폭단 사이는 음질 열화의 주범인 콘덴서를 사용하지 않고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를 사용했다. RIAA 커브 보정도 코일을 사용해서 낮은 임피던스에서 신호가 자유로이 흐르도록 설계했다. 당연히 입출력단도 트랜스를 이용한 풀 LCR 타입의 포노 앰프다.
입력단 구성을 보면 일반 MM 카트리지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MM 단과 3개의 MC 단을 갖추고 있다. 로우(Low) MC 단 하나는 승압 트랜스를 사용했고, 특이하게 헤드 앰프를 사용해서 로우와 하이(High) MC 단 2개를 만들었다.
포노 앰프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우선 MM 단에 연결해서 LCR 유닛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순서다. 예전 노블 포노에 비해서는 괄목할 만큼 대역이 넓어지고 무대 크기가 커졌다. 그러면서도 트랜스를 사용한 LCR 방식답게 중역의 질감이 좋아서 바이올린이나 보컬이 매끄럽고 윤기 있게 들렸다. 예전의 노블 포노와는 등급이 두단 이상 올라온 놀라운 변화다. 다만 최상급 하이엔드 포노에 비하면 저역의 깊이나 고역의 뻗침이 다소 얌전한 느낌이 든다.
승압 트랜스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승압 트랜스와 비교를 해보았다. 질감이 좋고 잡음이 적어서 승압 트랜스 자체로서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헤드 앰프의 성능을 확인해야 하는 차례가 되었지만 사실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음질을 떠나서 승압 트랜스에 비해서 잡음이 너무 많을 것이 뻔하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겠기에 연결하고 시청을 했다. 첫소리가 나오면서 깜짝 놀랐다. 승압 트랜스와 잡음 면에서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숙한 음이 나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국내·외의 다양한 헤드 앰프를 경험했다. 진공관은 대부분 누비스타라는 관을 사용하는데, 잡음은 솔직히 참고 들어주기 힘들었다. 트랜지스터나 FET를 사용한 헤드 앰프도 여러 종 들어보았는데, 노이즈가 진공관보다 적을 뿐이지 역시 거슬렸다. 물론 음질이 진공관보다 못한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카트리지 임피던스에서 자유로운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드 앰프라는 종목은 기대를 반쯤 접어두게 되었다. 그런데 아폴론의 헤드 앰프는 나의 이런 선입견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지금껏 경험한 그 어떤 진공관 헤드 앰프보다 노이즈와 잡음이 적었다. 진공관으로 헤드 앰프를 만들어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숙했다.

음질도 약간 화사하고 밝은 톤으로 다소 얌전한 LCR MM 단과 결합해서 적당한 대역 밸런스를 갖게 된다. 최상급 승압 트랜스를 외부에 걸어서도 들어보고 내장된 승압 트랜스를 이용해서도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헤드 앰프를 통해서 듣는 소리가 가장 좋았다. 이쯤 되면 도대체 헤드 앰프에 무슨 관을 사용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6C62H라는 관으로 저 잡음에 저 임피던스라는 특성을 갖춘 관이다. 제작자는 이 관을 찾아서 회로를 구성하기까지 음악 연주자들과 시청과 의견을 듣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고 밝히고 있다. 참고로 헤드 앰프만 독립해서 만든 제품도 있다. 헤드 앰프 애호가는 물론 승압 트랜스 파라도 관심을 가지고 들어봐야 할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의 진공관 앰프가 해외에 수출된 적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사실상 부품 값 정도에 수출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제값에 수출되는 정도의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아폴론의 포노 앰프, 특히 헤드 앰프는 세계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놀라운 정숙함과 화사하고 자연스러운 음질을 갖추고 있다. 이런 수준의 앰프를 만든 제작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판매원 21 SOUND (02)2217-8667

가격 1,480만원   사용 진공관 WE 417, ECC82, VT137, GZ34    S/N비 77dB(MM), 75dB(MC)
입력 임피던스 47㏀   입력 감도 3mV(MM)   출력 임피던스 47㏀(RCA), 600Ω(XLR)
크기(WHD) 52×17×35cm    무게 26kg(본체), 7kg(전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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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11월호 - 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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