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면서, 본격적인 진공관의 계절이 왔다. 무슨 말인가 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진공관 계열 제품은 겨울이 성수기다. 아무래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진공관 수요가 낮을 수밖에 없지만, 대신 뜨듯하게 열이 나오는 특성상 겨울에는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고 있다. 그런 와중에 케인에서 아주 흥미로운 제품이 나왔다. 모델명은 iDAC-6이고, 그 성격은 DAC/프리앰프이면서, 무려 4개의 진공관을 버퍼단에 넣었다. 당연히 이 겨울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우선 외관을 보면 일단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전문적인 오디오뿐 아니라, 데스크에 올려놓고 써도 좋을 포름이다. 중앙 상단에 커다란 디스플레이 창이 난 가운데, 다양한 입·출력단을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버튼의 레이아웃이라던가 오른편의 큼지막한 노브가 상당한 신뢰감을 준다.
여기서 사용된 DAC 칩은 AKM의 AK4490. 단, 채널당 하나씩 총 2개를 투입했다. 밸런스 DAC 서킷을 채용함에 따라, 디스토션과 노이즈가 거의 없는, 오로지 음질만을 추구하는 내용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DSD와 PCM 신호를 모두 아우르는 점이 특이하다. 이 경우, 통상 DSD는 오로지 PC나 MAC에서 USB 단자를 통해 받게 만드는데, 본 기는 다르다. 디지털 동축을 통해서도 DSD 신호가 입력된다. 즉, PCM과 DSD 중 아무 신호나 오면,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매우 신기하고 또 유용하기도 하다. 하긴 자신의 라이브러리에 PCM과 DSD 파일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일일이 선별해서 재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본 기의 가치가 절대적으로 빛나는 순간이다.
템버(Timbre)라고 표시된 버튼도 특이하다. 템버? 이른바 음색이라 표현할 수 있는데, 왜 이 버튼이 나 있는가 하면, 바로 TR과 진공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 기에는 무려 4개의 6N16B 관이 버퍼단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TR로 만들어진 버퍼단도 아울러 제공한다. 따라서 음악의 성격이나 본인의 취향에 따라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것이다.
본 기는 라인 아웃과 프리 아웃을 동시에 제공한다. 전자의 경우 볼륨이 고정되어 일반 프리앰프에 연결할 때 좋고, 후자의 경우 볼륨단을 사용할 수 있어서 파워 앰프와 직결할 때 유용하다. 요즘 전문적인 아날로그 프리가 자꾸 사라지는 추세여서, 어느 정도의 퀄러티를 가진 프리단을 아예 DAC에 장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바로 그 경향을 따르되, 안정적인 음질을 구현한 점을 높이 살 만하다.
한편 본 기와 동시에 발매되는 헤드폰 앰프도 언급해야겠다. 모델명은 iHA-6으로, 사이즈는 DAC와 동일하다. 단, 그 내용에 있어서 풀밸런스 설계를 이룩하면서 좌우 채널의 전원부를 철저히 분리하고, 또 사용하는 헤드폰도 전문적인 것만을 사용하도록 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통상 사용하는 잭을 아예 쓸 수 없다. 대신 트윈 3핀이나 4핀 밸런스 타입 등이 제공된다. 심지어 좌우 채널을 나눠서 각각 연결할 수 있게도 했다. 오로지 아날로그 신호만 받는, 전문적인 헤드폰 앰프로, 최고의 헤드폰만 쓰겠다는 분들을 위한 제품이다.
케인의 성격상, 이렇게 외골수와 같은 제품이 나오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넓어진 헤드폰 시장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런 마니아적인 제품의 등장이 낯설지는 않다. 단, 일체 진공관을 쓰지 않고, 도시바제 오디오용 MOSFET만을 출력 디바이스로 쓰고 있다. 어떤 내용을 펼쳐 보일지 매우 궁금해진다.
깊어가는 가을, 이제 진공관 불빛이 그립고, 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지기도 한다. 그런 차에 만나는 두 개의 신작, 더욱 음악에 몰두하게 만드는 제품들이라 향후 애호가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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