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경험으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세련되고 깊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영국의 SME(Scale Model Equipment Company Ltd.)다. SME는 아날로그 암이 갖추어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회사로, 그들이 제조한 모든 암들은 지금까지 그 방면의 새로운 지표가 되고 모범이 되어 왔다.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암 1위와 가장 멋있는 암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SME의 암들은 그동안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 최초의 3012 모델은 시리즈 1로 1959년 창립자인 에이크먼에 의해 이 세상에 나타났다.
SME의 첫 모델은 오토폰의 RMG-309를 닮아 있는데, 전체 모양은 비슷하나 내부 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수직 쪽에는 나이프 에지라는 강철판 에지를 사용해 정밀도를 강화하고, 수평 쪽에는 일반 정밀 볼 베어링을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파이프 롱암이었다. 암에 작용하는 토션 밸런스를 잡기 위해 별도의 레터럴 밸런스 웨이트를 추가했는데, 초기에는 안티스케이팅 추는 없었다. 필자가 사용해 본 경험으로, 다소 경질의 음색을 가진 암으로, 안티스케이팅이 있는 3012에 비해 부족함이 느껴졌다.
3012와 동시에 발매된 3009 숏암을 시리즈 1이라 한다면, 그 후 경침압 위주로 후면 웨이트를 개조한 시리즈 2 암이 헤드셸이 일체화된 3009 시리즈 2 임프로브드와 3009 S2 임프로브드다. 이 시리즈에는 롱암이 없고 숏암뿐인데, 기본적으로 3009R과 구조가 같으나 중량 카트리지인 SPU는 사용할 수 없고, 경량 경침압 카트리지 대응이다.
그 후 초경량 초고강도 구조를 추구해 암의 공진 계수를 낮추고 트레이싱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7년 동안이나 연구한 끝에 1972년에 발표된 암이 바로 3009 시리즈 3이다. 그리고 1974년에 침압 대응도를 12g에서 2.5g으로 낮추고 후면 밸런스 웨이트 설계를 단순화한 3009 시리즈 3S가 보급형으로 발표된다.
경침압 카트리지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잃자 1980년 초 초기 3012를 3012R과 3009R, 3010R로 개량해 부활시킨다. 이 시리즈는 SME 암의 황금기를 장식하고 베스트셀링 자리에 오르는데, SME는 이를 기념해 250대 한정 모델로 3010R, 3012R Gold 도금 모델을 생산했다.
그 후 시리즈 4와 시리즈 5 모델이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세상에 나왔고, 그 인기에 힘입어 염가품인 310, 312가 출시된다. 그러나 다이내믹 밸런스 마그네슘 암인 5 암에 밀려 많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장된다.
최근 들어 M2 시리즈인 M2-9, M2-10, M2-12가 3009R, 3010R, 3012R 대신에 출시되고 있지만 구조 자체도 파이프 에지식이 아닌 4 포인트 베어링 식이고 스트레이트 구조여서 전과 비교할 적에 인기는 하강 일로에 있다.
SME 암 중 3012 시리즈와 3012R 시리즈, 그리고 V 암에 대한 평가나 인기는 아직 여전한 데 비해, 가장 무시되고 저평가된 암이 바로 시리즈 3 암이다. 경침압 위주로 설계되었다는 것이 사용상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모양이 경박하고 플라스틱부가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제외시키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사용해 본 경험으로는 오히려 상급기인 3010R보다도 우수한 점이 많고, 특히 V 암도 따라오지 못하는 트레이싱 능력 등 압도적인 사운드 재생력이 있는 암이다. 특히 거래 가격이 싸서 입수하기 편리하지만, 의외로 구하기 쉽지 않고 내구성이 부족한 바가 있어 완벽한 제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뱀대가리로 통하는 이 시리즈 3 암은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후기 S 시리즈가 보급 모델이나 소리 경향은 모두 동일하다. 시리즈 3 암은 고강성 초경량 구조에 의해 공진 주파수를 낮추고 있으며 트레이싱 능력을 극대화시킨 좋은 암이다. 암 파이프는 예의 스테인리스에서 사람 머리칼 2배 정도의 두께로 가공한 티타늄을 질소 화합 물질로 강화시키고 내부에 발사 우드를 충전해 S자 모양으로 가공한 바, 초고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초경량 설계되어 내부 공진에 대단히 강한 구조가 되었다. 특히 9인치 반경에서 전체 효과 메스 중 가장 하중이 덜 걸리는(단 5.05g) 지점에 연결부를 설정해 넥부를 자른 일반 S2 셸에 비해 안정도가 높아 암 트레이싱 능력이 향상되어 있다. 레터럴 밸런스도 후면 추를 좌우로 움직여 쉽고 완벽하게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오버행 조정을 암 베이스 밑에 기어를 달아 부드럽고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본 구조는 3009R과 비슷하나 전체 정밀도와 구조 개선은 R 시리즈를 능가하면서도 비용은 절감되었고 성능은 향상되어 있다.
경침압 카트리지를 달아 잘 조정해 사용하면 트레이싱 능력이 훌륭해 질감이 우수하고 디테일이 리얼하다. 정위감이 좋아 임장감 재현이 탁월한데, 암만의 내부 커패시턴스(정전 용량)는 19㎊, 암 케이블을 포함한 전체 커패시턴스 293㎊로 매우 적어 고역 감쇄율이 작고 험 유도에 강하다.
시리즈 3의 암 파이프가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겠지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편견을 버리고 한 번 깊이 빠져보시기 바란다. 아직 가격이 오르기 전에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