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al Aria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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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al Aria 948
  • 김남
  • 승인 2016.09.01 00:00
  • 2016년 9월호 (53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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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랙스 샌드위치 콘으로 포칼의 미래를 상징하다

20여 년 전 이런 수준의 스피커였다면 나는 아직도 포칼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죽 배플과 결합된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으로 인해 가격대를 1천만원대 이상으로 어림했다가 나중에 가격을 알고 나서 크게 놀랐다. 분명 이 스피커는 가격 대비 2배 이상의 고귀한 성능을 지녔다.

90년대 초반 오디오의 세계에서 프랑스의 포칼은 가히 혁명적인 이름이었다. 그때까지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문 유닛 생산업체로서 노란 색상의 케블라 콘 유닛을 도처에 판매하고 있었으며, JM 랩이라는 이름을 등록시켜 자사제의 스피커 완제품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 스피커의 대표적인 모델이 유토피아였는데, 등장하자마자 세계의 오디오 전문지들에서 절찬을 쏟아냈다. 일본에서도 최고 제품 상으로 유토피아를 꼽았고, 국내는 물론 베스트 바이 제품이었다. 그 뒤로 고가의 그랜드 유토피아로 방점을 찍은 뒤 보급품 시장에서도 활기를 띠었지만 점차 소강상태로 들어가 근래 국내 수입도 뜸해지던 터에 국내 굴지의 수입상 오디오 갤러리에서 최신 유망주로 점을 찍고 신제품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참고로 포칼은 지금 JM 랩이라는 이름은 쓰지 않는다. 원래 자신들의 상호였던 포칼로 명칭을 통합했다. 그리고 본 시청기는 포칼로 명칭을 통합한 뒤 등장한 제품 중 명실상부 새로운 포칼의 신호탄이라 불릴 만하다. 본 기는 아리아 900 시리즈 중 하나인데, 아리아 900 시리즈에 굳이 새롭다는 단어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자신들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노란색 케블라 콘이나 그 뒤로 새로 개발된 진동판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미드레인지와 우퍼에 새롭게 개발한 플랙스(Flax) 샌드위치 콘을 사용하며, 새로운 TNF 알루미늄/마그네슘 재질의 역돔 트위터가 장착되어 있다.

플랙스 샌드위치 콘은 0.04mm의 글라스 파이버(유리섬유) 두 장 사이에 0.4mm의 플랙스 파이버(아마 섬유)를 결합한 샌드위치 구조로 되어 있는데, 빠른 응답성과 정확하면서 다이내믹한 소리 재생을 특징으로 한다. 플랙스(Flax)라는 것은 프랑스에서 재배되는 한해살이풀 아마및 아마의 줄기에서 얻는 섬유의 이름이다. 포칼에서는 마치 우리나라의 갈대처럼 보이는 이 작물을 가공해 머리카락보다도 더 가는 섬유로 뽑아낸 다음 다시 재가공해 진동판의 원자재로 쓰고 있는 것이다. 컬러가 노란색 케블라보다도 훨씬 더 우아해 보인다. 새로운 1인치 TNF 역돔형 트위터 역시 왜곡이 적은 평탄한 소리와 뛰어난 해상력을 목표로 개발된 것으로, 이 스피커에서 2.6kHz 이상의 주파수를 담당한다.
과거 제품들이 성능에 비해 인클로저가 다소 약했다는 평판이 있었는데 비해 이 시리즈는 어떤 하이엔드에 비해서도 허술해 보이는 점이 없다. 그리고 깊이감 있고 양감이 풍부한 중·저역과 맑고 시원한 고역을 재생시키기 위해 기타 여러 가지 섬세한 만듦새가 보이는데, 가죽으로 마감한 전면 베플과 1인치 두께의 MDF를 사용해 제작한 견고한 구조의 인클로저, 평행하지 않게 부착된 사이드 패널 역시 범상치 않고,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한 견고한 베이스로 무장되어 있다. 고전적인 디자인에서 신뢰도가 만점이다.
아리아 900 시리즈에는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본 시청기 948과 그 아래로 936, 926이 있고, 906, 905 북셀프 스피커와 CC 900 센터 스피커, SR 900 서라운드 스피커가 있다. 가격대로 한다면 아리아 900 시리즈보다 상위급으로 일렉트라 1000 BE 2가 있고, 하위급으로 코러스 700 V가 있는데, 모두 아리아 시리즈와는 진동판 재질이 다르다. 현재로서는 아리아 시리즈만이 플랙스 재질로 되어 있는데, 다른 시리즈의 제품과 음질의 차이점이 궁금해진다.

포칼은 세계 3대 유닛 제조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기술력의 본산으로도 꼽힌다. 케블라 콘 외에도 2002년에는 5옥타브에 달하는 음역대를 커버할 수 있는 베릴륨 트위터를 개발했고, 2008년에는 우퍼의 영구 자석 대신 외부에서 전원을 끌어옴으로써 우퍼의 효율성과 저역 구현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필드형 자기회로로 특허를 받았고, 본 시청기에 사용된 플랙스 샌드위치 콘 역시 포칼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특허 기술이다. 그런 만큼 포칼이 공을 들여 개발한 이 새로운 진동판이 내주는 소리야말로 포칼 기술력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스피커의 감도는 92.5dB, 임피던스는 8Ω(최저 2.5Ω), 앰프 권장 출력은 50-350W인데, 본 시청기와 연결한 것은 이번 호 시청기인 신세시스의 새로운 인티앰프 로마 27AC로, 5극관이지만 출력이 25W에 불과하다. 권장 앰프 출력의 하한선이 50W라 다소 불안했지만, 시청 결과 이 정도의 앰프에도 별 부족이 없는 반응이 나왔고, 이 앰프와 스피커의 궁합이 보기 좋게 잘 맞았다.
90년대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동사의 유토피아의 소리는 지금도 기억 속에서 잘 남아 있다. 풍요롭고 거대하게 뻗는 음장감은 그 후 어떤 스피커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때 아쉬웠던 점은 미려함과 윤기, 그리고 실비처럼 가늘게 부서지는 분해능과 파고드는 호소력 같은 것인데, 놀랍게도 본 시청기에서는 그런 아쉬웠던 점들이 대부분 해소되어 있다. 20여 년 전 이런 수준의 스피커였다면 나는 아직도 포칼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죽 배플과 결합된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으로 인해 가격대를 1천만원대 이상으로 어림했다가 나중에 가격을 알고 나서 크게 놀랐다. 분명 이 스피커는 가격 대비 2배 이상의 고귀한 성능을 지녔다.

 

수입원 오디오갤러리 (02)516-9055

가격 490만원   구성 3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21cm, 미드레인지 16.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7Hz-28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80Hz, 2600Hz   임피던스 8Ω, 2.5Ω(최소)
출력음압레벨 92.5dB/2.83V/m   권장 앰프 출력 50-350W   크기(WHD) 37.1×115×42cm    무게 3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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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9월호 - 5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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