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ve Royal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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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uve Royal 20
  • 김남
  • 승인 2016.08.01 00:00
  • 2016년 8월호 (52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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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약점을 보완한 완전판 아큐브 스피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듣는 순간 거기 허름한 옛 군대 막사 앞에 초라한 모습으로
그 사내가 앉아 있는 듯한 환각에콧날이 시큰해졌다.
가수의 표정이 잡힌다. 아마 곁에 사람이 없었더라면 주책없이 울고 말았을 것이다.

이것이 아큐브의 소리란 말인가? 그동안 아큐브의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 봤던 사람이라면 이 새롭게 개량된 제품의 소리에 반신반의할 것이다. 우선 나부터 첫 제품 이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들어 봤지만, 솔직한 심정은 절반의 감탄, 그리고 절반의 실망이었다. 소리의 투명성, 해상력, 입체감 등은 일급이며, AV 용도로는 세계 최고라 할 만하지만 음악 듣기로만 사용한다면 과도한 해상력과 투명도 때문에 마치 음을 꽉 쥐어짠 듯, 그래서 짓누르는 듯한 느낌 때문에 피아노와 보컬에서 빈약해지며, 그 때문에 대편성도 뭔가 악기 숫자가 부족한 듯한 맛이 들었다. 편히 느긋하게 듣기에는 항상 뭔가 부족했던 셈이다. 그래도 번득이는 펜싱 검처럼 가슴을 관통하는 듯한 현 독주, 스테레오만으로도 멀티채널 트랙에 버금가는 입체적인 사운드 능력이 있어서 이에 매료된 애호가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었지만 언제나 기대 반, 염려가 반이었던 셈이다.

세계에 한 제품만 존재하는 한지로 만든 이 정전형 스피커는 태어난 지 이태가 지났기 때문에 그동안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진정한 한국형 스피커로 국책 지원을 받아 한 대학과 공동 개발과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던 터에 제작자는 결국 자신의 주장을 꺾고 각고 끝에 이런 스타일로 개량 제품을 만들어 냈다. 개량 제품이 아니다. 완성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종래에는 정통 정전형으로 얄팍한 평판 스타일이었던 것이 뒷면에 자작나무의 인클로저를 넓게 추가하고, 내부는 구형 탄노이 스피커처럼 백로드형으로 고쳤다. 백로드형은 음도 길이가 수십 미터씩 길어서 당연히 저역이 늘어나지만, 붕붕거리는 약점이 있어서 피아노가 좋지 않는 등 말이 많은 기법이다. 시청기는 그런 옛날의 스타일이 아니고 잠망경처럼 직각으로 꺾어 음도를 비교적 단순화했다. 그런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수없이 거치면서 한 해가 다 흘렀다고 하며, 드디어 최접점을 찾아낸 것이 본 기다. 상경했던 모친이 이 스피커를 들어 보고 정말 좋다고 처음으로 칭찬을 했다는 데 그 이유를 알 만하다. 기타 다른 설계 기법을 꼬치꼬치 물어본다는 것은 결례에 속하기 때문에 묻기를 중단했지만, 우선 상판이 널찍하게 커져서 거기에 책이나 음반, 다른 장식물도 올려놓을 수 있게 됐으니 기분이 안정된다. 종래의 평판 스타일이라면 우선 그런 심미적인 안정감이 부족한 것이다.
평소 리뷰 시 듣던 곡을 다 들어 봤지만 이제 약점은 거의 사라졌다. 음장감은 광대해지고 모든 소리에 밀도가 들어차면서 청량감과 유연감이 충만해졌다. 어떤 곡도 그전과는 다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졌으면서도 해상력과 청량감, 뛰어난 입체감은 거의 그대로이다.
처음에 매칭했던 파워 앰프는 350W 출력을 내는 국산 제품으로, 대출력이기 때문에 음을 남김없이 다 짜내는 장점이 있지만, 콘트라베이스가 너무 입체적으로 과도하게 확장되는 약점이 있다. 물론 피아노의 타격감은 만점이다. 그러나 현은 모두 오버되는 맛이 있다. 이 시청기의 감도는 약 87dB이다. 아무래도 반도체 앰프라면 200W 미만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

A급 50W 출력의 앰프로 바꾸어 본다. 소리가 모든 점에서 달라진다. 우아해지고 안정감이 두드러진다. 보컬이 이렇게 좋은 스피커가 과연 있었던가? 투명도가 평판형의 생명이기 때문에 물론 기본적으로 풀레인지에 버금간다. 혼 스타일도 보컬에는 좋다. 그러나 그런 기종에는 없는 음의 주변을 송두리째 드러내는 청량감과 입체감,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고, 그 점에서 이 시청기를 능가하는 제품이 없을 것이다. 사운드 주변에 영상이 맺히는 착각도 인다. 보컬의 재생 능력이 그야말로 세계 제일인 제품이 이제 탄생한 것 같다. 억대를 능가하는 하이엔드도 거의 다 들어 봤지만 이 제품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현도 마찬가지다. 다만 피아노의 중·저역은 다소 응집력이 떨어진다. 파워 앰프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듣는 순간 거기 허름한 옛 군대 막사 앞에 초라한 모습으로 그 사내가 앉아 있는 듯한 환각에 콧날이 시큰해졌다. 가수의 표정이 잡힌다. 아마 곁에 사람이 없었더라면 주책없이 울고 말았을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음악 듣기는 대중가요에서 시작되어 결국 대중가요에서 완성된다. 오페라 아리아가 아닌 것이다. 이런 제품을 완성시킨 제작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매칭 기기를 소개하지 않으려 했지만 밝히는 것이 좋겠다. 모노블럭이지만 합계 100만원도 못되는 파워 앰프, 염가판 국산 스피커 케이블, 그리고 역시 싸구려 D/A 컨버터를 연결하고 PC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그런 저렴한 시스템이었다. 이런 시스템으로도 이런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확실히 경이로운 일이다.

제조원 Accuve (062)232-8216
가격 2,200만원(부가세 별도)
사용 유닛 90×24cm 퓨어 풀레인지 ESL
재생주파수대역 20Hz-20kHz(-6dB)
임피던스
출력음압레벨 87dB/2.83V/m
권장 앰프 출력 150-300W
크기(WHD) 69.7×117.9×52.6cm ㅜ
무게 50.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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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 - 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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