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O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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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Oki
  • 신우진
  • 승인 2016.08.01 00:00
  • 2016년 8월호 (52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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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인 국내 아방가르드 재즈를 LP로 듣다

3년 전 재즈계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연주자 김오키의 첫 음반

<케루빔의 분노>가 LP로 발매되었다. 이 음반의 모티브는 앨범과 노래 제목에 나와 있는데, 재개발 및 사회 계층화 등 70년대 사회 문제를 다룬 조세희 작가의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그리고 본인의 이름과 A면 마지막 곡인 ‘오리온 스타 하우스’에서 나타난 오키나와로 들 수 있다.
70년대 박대통령 시절이나 지금 박대통령 시절이나 그다지 변함없는 분위기 때문인지, 어떻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게 만들었는지 안타깝기도 하다. 재킷에는 철없이 뛰놀던 그 때에 동네 어귀 공사장 한 편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법한 동네 찌질한 형 모습처럼 실없이 웃는 모습과 술 먹고는 공연히 비틀대다 한껏 얻어맞고 널브러진 모습이 묘한 인상을 주는 그런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아방가르드 재즈로 분류되는, 다소 접근하기 쉽지 않는 장르의 이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전편에 흐르는 사회 불만과 비판이 갑자기 진행되는 프리스타일 연주로 튀어나오지만, 그렇게 어렵고 거슬리는 부류는 아니다. 듣다 보면 재킷에서 보이는 김오키의 익살기 같은 게 묻어 나온다.
녹음은 오디오가이가 했고, 이번 LP 제작을 위해 새롭게 마스터링되어 독일에서 제작되었다. 거치면서도 꽉 차게 사용되는 무대, 생동감 있는 악기의 질감을 들려주는 최신 LP 녹음의 묘미가 살아 있는 뛰어난 녹음이다.

김영훈이 머물던 오키나와의 숙소가 그대로 제목이 된 ‘오리온 스타 하우스’, 그리고 그곳이 그대로 예명이 되어 김오키가 되었다. 마치 오키나와 재즈 그룹의 스카 재즈처럼 이 곡은 발랄하다. 사회 비판적인 음악가가 웬 친일적 행태인지 궁금하다면 오키나와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하긴 내가 배운 세계사 교과서에도 내용이 없으니까). 이곳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먼저 일본의 식민지가 된 류큐 왕국으로, 계속 일본에 남아 있으며 차별을 받고 있는 곳으로, 특히 패전 당시 주민을 집단 자살시키고는 정작 일본군 지휘부는 항복을 한 일이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이다.
너무 어렵게 이 음반을 소개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김오키 본인 역시 그저 아방가르드 재즈로 소개하는 것보다 이런 사회 비판적인 음악으로 소개해 주기를 원하지 않을까 싶다. 재즈 평론가로서 이 음반은 잘 다듬어진 세련된 국내 재즈 주류와는 다른, 오랜만에 나온 초기 원초적인 국내 아방가르드 재즈의 재현이고, 오디오 평론가로서 이 음반은 LP가 가진 공간감과 진한 질감의 표현이 매우 잘된 수작이라 생각된다. 

 

Kim Oki <Cherubim`s Wrath>
김오키(색소폰, 오키나와 피리)
배지훈(피아노)
김성배(베이스)
서경수(드럼)
아야 이세키(보컬)
17 rue Pville(180g LP)
연주 ★★★★★
녹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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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 - 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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