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를 들으면서 정전기로 인해 생기는 노이즈나 퍽퍽 거리는 팝 노이즈, 그리고 판 상태가 좋지 않아서 생기는 각종 노이즈에 민감하다면 헬릭스 1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턴테이블이다.
특히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저음에 의해서 하울링이 걱정된다면 헬릭스 1보다 나은 선택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이엔드 턴테이블 최고봉이 무엇이냐고 하면 사람마다 다양한 턴테이블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컨티뉴엄 오디오(Continuum Audio)를 첫 손에 꼽는다. 물량 투입도 대단하지만 설계 콘셉트가 이전의 턴테이블들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중부양을 하되 플래터 하중의 일부를 베어링이 감당하게 함으로써 단단한 저음을 확보하는 획기적인 설계를 했다. 그 컨티뉴엄 오디오의 설계자 마크 도흐만이 독립했다는 얘기는 풍문으로 들었는데, 이번에 리뷰할 턴테이블이 마크 도만이 독립해서 만들었다는 헬릭스 1이다.
헬릭스 1의 기본 콘셉트는 완벽하게 플로팅된 상태에서 플래터가 돌게 하는 것이다. NSM(Negative Stiffness Mechanism Vibration Isolation)이라는 설계 시스템을 통해서 외부의 진동을 완벽하게 차단함은 물론 플래터가 회전하면서 스핀들 베어링에서 발생하는 진동까지 통제 가능하도록 했다. 실제로 턴테이블에 충격을 가해서 플린스가 출렁거려도 카트리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레코드의 소릿골을 추적한다.
이 플로팅 구조는 플린스가 중앙에 메인 압축 스프링을 깔고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물론 플린스의 네 귀퉁이 부분에는 무거운 추를 아래에 달고 있어서 플린스의 무게 중심을 충분히 낮추고 있다. 압축 스프링을 깔고 앉아 있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플린스가 좌우로 뒤뚱거리면서 움직이기 쉽다. 대표적으로 린의 LP12가 그렇다. 그래서 베이시스나 소타 코스모스 같은 턴테이블은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 기둥을 세우고 플린스를 인장 스프링으로 위에서 걸어서 매다는 방식을 택한다.
압축 스프링을 깔고 앉아 있을 때 좌우로 뒤뚱거리는 문제를 헬릭스 1은 어떻게 해결했나 하고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플린스와 결합된 서브 섀시를 4곳에서 재질이 다른 강선 두 개씩을 세로로 세워 고정해서 좌우로 뒤뚱거리지 않게 했다. 플린스의 한쪽이 외부의 힘을 받아도 플린스는 완벽하게 수평을 유지한 상태서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플린스가 수평을 유지한 채로 상하좌우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플린스에 플래터와 모터를 단단히 고정하고, 플린스를 베이스의 진동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하도록 설계했다. 재미있는 것은 메인 스프링의 압축 정도를 플린스 뒷면에 노브를 돌려서 조정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더 출렁거리게 하거나, 덜 출렁거리게 할 수 있다. 물론 음도 이에 따라 미묘하게 변한다. 외부의 진동을 완벽하게 차단한다는 측면에서는 완벽하지만 그 진동 에너지를 빠르게 흡수해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댐핑재를 보조적으로 사용해서 출렁거림을 빠른 시간 안에 잡아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완벽에 가까운 플로팅 구조를 구축하고 나서 플로팅 구조가 가지는 저음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구사했다. 우선 강력한 토크의 3상 모터를 사용했다. 단상에 비해서 3상 모터는 초기 기동도 빠르고 토크도 강력하다. 강력한 토크를 플래터로 전달하기 위해서 팽팽한 원형 벨트를 두개 병렬로 사용했다. 물론 플린스의 무게를 충분히 무겁게 해서 공진 주파수를 낮추고 저역을 좀더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플래터가 무거워서 모터를 기동시키면 천천히 기동하기 시작해서 정상 속도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모터를 끄면 무거운 플린스 전체가 움찔하면서 움직일 정도로 모터의 토크가 강력하다.
회전 속도는 33 1/3, 45 RPM으로 선택이 가능하고 78 RPM은 옵션으로 선택 사양이다. 일반적인 턴테이블 사이즈보다는 큰 플린스로 미들암 두 개를 달 수 있도록 암보드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수입사에서 슈레더 톤암을 장착해서 가져다주었다. 카트리지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필자의 레퍼런스인 고에츠 우루시 카트리지를 슈레더 톤암에 장착했다. 세팅은 가장 일반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길이와 헤드셸의 각도가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다. 슈레더 우드 톤암은 전에도 사용한 적이 있는데, 심플해서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음이 고급스럽고 트래킹 성능이 뛰어나다. 간단해 보인다고 소리도 간단한 톤암은 아니다.
세팅을 마치고 첫 음반으로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재즈 음반(Ella and Louis, Verve, MG V-4003)을 걸었다. 첫 소리가 나오면서 내가 다른 음반을 걸었나 하는 착각을 할 정도로 잡음이 작았다. 내가 여러 턴테이블을 사용하고 리뷰했지만, 헬릭스 1처럼 정전기 노이즈와 표면 잡음이 적은 턴테이블은 처음이다. 노이즈에 관한 한 내가 들어본 턴테이블 중에서 단연 최고다. 나중에 매뉴얼을 찾아보니 스파이럴 그루브의 플래터 기술을 노하우로 전수 받아서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억에 스파이럴 그루브의 턴테이블보다 표면 잡음과 정전기 노이즈 적은 것 같다.
헬릭스 1은 무겁고 큰데, 원목 탁자 위에 세팅을 했다. 원목 탁자의 다리가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를 정면으로 받는 구조라 스피커에서 큰 소리가 나면 진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스피커에서 저음이 쏟아져 나와서 원목 탁자를 흔들어 대도 턴테이블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레코드의 소릿골을 추적해서 문제없이 소리를 들려준다. 흔히 말하는 하울링 현상이 전혀 없는 턴테이블이다.
일주일여 동안 여러 음반을 걸어본 소감은, 저음의 양은 약간 아쉬움이 남지만 음정 표현이나 리듬감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음과 음 사이의 연결이 자연스럽다. 악기 간의 분리나 해상도도 좋고 무대의 펼쳐짐도 좋은데, 깊게 바닥에 깔리는 저음이 살짝 아쉽다. 장르별로는 클래식은 음과 음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서 만족스러웠다. 강력한 저음과 강한 자극이 있는 가요나 팝은 살짝 적극적이었으면 하는 면이 있었다. 뉴에이지나 감성적인 올드 팝은 특유의 멜랑꼴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잘 살려 주어서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었다.
LP를 들으면서 정전기로 인해 생기는 노이즈나 퍽퍽 거리는 팝 노이즈, 그리고 판 상태가 좋지 않아서 생기는 각종 노이즈에 민감하다면 헬릭스 1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턴테이블이다. 특히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저음에 의해서 하울링이 걱정된다면 헬릭스 1보다 나은 선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첫 음부터 귀를 확 잡아끄는 강력한 저음이나 화려한 고음으로 치장한 턴테이블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턴테이블이다. 클래식 마니아라면 일청을 권하고 싶다. 하울링이나 노이즈가 고민이라면 이 턴테이블 이상 대안이 될 수 있는 턴테이블이 거의 없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5,600만원(슈레더 톤암 포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