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10 Audio Berlin Ⅱ Mini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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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10 Audio Berlin Ⅱ Mini R
  • 코난
  • 승인 2016.07.01 00:00
  • 2016년 7월호 (52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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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혼을 타고 온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

잠에서 깬 봄 어느 날 저녁, 녹음이 우거진 뒷산으로 걸어 나갔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생명들, 그리고 나무 사이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소나무, 밤나무, 감나무. 온갖 나무들 사이를 돌아오며 생긴 공명이 바람에 실려 귓전을 아스라이 지나친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의 삶은 온갖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나무가 주는 과일과 나무가 주는 그늘, 그리고 소리 사이에서 살았던 나날들이었다.
국제 해양법엔 ‘사람이 살지 않고 물과 나무가 없으면 무인도’라고 했다. 사람이 사는 곳엔 물과 나무가 있었다. 얼마 전 데논 카트리지에 아프리카에서 자란 나무를 가공한 음핑고 바디를 씌웠다. 다부진 만듦새와 온기가 느껴지는 음핑고 바디의 촉감과 색감은 소리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마치 그 생김새가 소리의 모든 것을 이미 말해주고 있었다는 듯. 온갖 소재를 모두 사용해본 우리 시대 최고의 건축 디자이너 장 누벨이 그의 스피커에 사용한 소재는 카본도 알루미늄도 아닌 무려 547겹의 나무였다.
베를린 2 미니 R이라는 긴 이름의 스피커에서 만난 것은 무엇보다 나무의 의미였다. 커다란 나무를 깎아 만든 혼이 첫눈에 들어왔고, 그 다음엔 그 아래 웅크리고 있는 우퍼가 눈에 들어 왔다. 심지어 우퍼의 중심에 위치한 페이즈 플러그도 나무다. 캐비닛은 MDF를 사용했고 전면은 솔리드 톤 우드를 사용했다. 마치 음핑고가 그렇듯 들어보지 않아도 나무의 공명과 향기가 전해온다.

음향학자 데이빗 카운셀(David Counsell)이 나무를 사용해 천연 우드 혼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은 철저한 연구 결과다. 저출력 진공관 앰프가 전부였던 웨스턴 일렉트릭 시절 보편적인 혼 스피커의 높은 능률과 손쉬운 다이내믹 레인지 구현을 위해 도입된 혼. 그러나 그는 혼의 단점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혼 구조를 응용하되 현대 오디오에서 혼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특별한 방식을 고안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우드 혼을 본 적이 없다. 자동화 공정을 통해 찍어낸 것이 아니라 일일이 장인, 전문가의 손에 의해 깎고 다듬어낸 예술품의 경지다. 데이빗 카운셀이 모은 총 7명의 전문가들의 손으로부터 잉태된 혼은 본작의 얼굴이자 소리의 시작과 끝이다.
그러나 그 내부 구조를 보고 놀라고 말았다. 아뿔싸, 혼 안에는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아니라 소프트 돔 트위터가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트위터와 혼 사이에는 인클로저 내부로 통하는 어두운 터널의 입구가 보였다. 요컨대 본작은 보편적인 혼 스피커가 아니다. 전면의 우드 혼은 미드·베이스 우퍼의 저음 반사를 도와 저역 증폭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한편 고역의 웨이브 가이드 역할을 한다. 내부엔 톤 우드 레조네이터를 장착시켜 전면 혼과 함께 마치 악기처럼 풍부하고 자연적인 공명을 만들어낸다.
DC10 오디오는 크로스오버의 악영향에서 벗어나 가장 자연적인 소리를 얻기 위해 최소한의 크로스오버 필터를 적용했다. 1.25인치 트위터에 7인치 미드·베이스 우퍼, 그리고 1차 오더, 6dB 슬로프 필터를 적용한 본 스피커의 소리는 스트레스 없이 파도처럼, 바람처럼 음악을 연주한다.
우드 혼의 풍부하고 따스한 잔향이 온 방 안을 구석구석 누빈다. 앨리스 사라 오트의 피아노는 혼의 자극적인 직진성은 온데간데없고 벨벳처럼 부드럽게, 그러나 균형감과 해상력을 잃지 않고 넓게 퍼진다. 동시에 악기의 위치가 이토록 또렷하게 핀 포인트로 잡힌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 따스한 온기와 촉촉한 질감은 종종 공간 이미지 정보에 대한 해상력의 부족일 수도 있다는 말은 이 스피커엔 통하지 않는다. 맑고 가감 없는 담백한 중·고역은 대단히 매혹적인 중독성을 지녔다.
비단 한복의 옷섶이 봄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소리는 분명 기존에 들었던 기돈 크레머의 바이올린이 아니다. ‘Oblivion’의 악곡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나가듯 유연하고 포근하게 넘실댄다. 진한 묵이 화선지를 서서히 뒤덮어나가는 듯 음표들의 고운 입자가 방 안을 풍윤하게 적신다. 고역 음정은 높지도 답답하지도 않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어느새 바이올린은 혼의 공명에 힘입어 그 곱게 휘어진 결을 타고 유유히 그리고 빠르게 무대를 휘감는다.

혼이라는 이유로 흐릿한 저역과 뭉게뭉게 흩어지며 번지는 고역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더불어 40Hz 이하 초저역은 바닥을 흔들기 충분하다. 바람을 타고 유유히 날아온 고역은 화살처럼 과녁에 정확히 꽂힌다. 놀라운 마음에 테스해본 RATM의 ‘Take The Power Back’에서 일렉트릭 베이스와 드럼은 터질 듯 빠르게 우퍼를 뒤흔들어 좌중을 놀라게 했다. 아릴드 안데르센의 ‘Bryllupsmarsj’에서 들려오는 금빛 금관의 빛나는 표면과 파이프 오르간의 포효는 비범하다. 비 온 뒤 맑은 어느 봄의 한밤, 뒷동산에서 어둠을 뚫고 불어오던 자연의 공명이 소리를 싣고 바람과 함께 여기 날아온 듯하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888만원(스탠드 포함)   사용유닛 우퍼 17.7cm, 트위터 3.1cm(22.2cm 혼)
재생주파수대역 30Hz-25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4dB
크기(WHD) 23.4×38.1×38.1cm   무게 12.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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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7월호 - 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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