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미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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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미터의 추억
  • 김기인
  • 승인 2016.07.01 00:00
  • 2016년 7월호 (52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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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에서 미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오디오적 전기량이나 동작 상태를 가시화시켜 주는 하나의 창이다. 오로지 소리로만 모든 동작을 점검할 때면 자못 답답할 때도 있어 상태를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이는데, 특히 레프트와 라이트 출력 상태가 스테레오적으로 동일한지, 아니면 스테레오로 동작하는지 모노로 동작하는지 알고 싶은 경우 등이 그렇고, 특히 소스에 따른 의문 사항일 때가 많다. 즉, LP 레코드가 스테레오인지 모노인지, 튜너의 MPX가 동작하는지 안 하는지, 녹음된 테이프가 스테레오인지 모노인지 잘 구분이 안 되는 경우 실로 답답하다. 이럴 때 L, R 별도의 VU 미터가 있으면 쉽게 동작 점검이 가능하다.
60-70년대의 테이프 레코더나 프리·파워 앰프 등에는 이러한 체크 미터를 전면에 장착시켜 더욱 상품을 돋보이게 설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릴이나 테이프 레코더의 VU 미터, 파워 앰프의 출력 레벨 미터, 프리앰프의 출력 점검 미터, 튜너의 입력 전파 감도 미터가 이에 해당한다.
잘 아는 매킨토시의 파워 출력 미터는 그 자체로 매킨토시 앰프의 상징이 되어 버려 미터 없는 매킨토시는 무언가 답답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그 푸르스름하면서도 은은한 대형 전력 미터는 정말 아름답기까지 했다.

진공관 앰프류에는 전류나 전압 바이어스 등을 체크하는 체크 미터가 붙어 있어 진공관의 바이어스나 전류, 히터 전압 등을 정확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경우가 많은데, 고정 바이어스 파워 앰프 설계인 경우 진공관의 변경이나 경년 변화 또는 이상에 따른 점검과 최적화된 동작점 설정 및 밸런스 유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각종 미터들은 동작 점검과 유지가 목적이지만 그 자체로 은은한 멋과 디자인 요소를 겸비하고 있어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란츠 2나 8B, 9 등에 장착된 바이어스 미터는 무언가 낭만과 향수를 자아내는 결정적 미터 디자인이라 생각하는데, 이 미터 창이 마란츠의 운치 있는 서정적 디자인의 화룡점정이다.

파이오니아, 산수이, 켄우드, 마란츠 TR 리시버와 피셔, 스코트 진공관 리시버의 녹턴 창은 고전적 아날로그 미터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 아련한 다이얼 불빛이 사용자에게 깊은 추억을 안겨다 준다. 필자의 경우도 파이오니아의 블루 & 화이트 미터와 다이얼 판은 항상 상큼한 하늘빛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지금도 그 두 컬러가 배색된 파이오니아 녹턴 리시버를 보면 소리와 관계없이 구매 충동이 인다. 피셔 진공관 리시버의 다이얼 판도 은은한 선창가 선술집 같은 분위기가 있어 항상 서너 대의 피셔 리시버를 소지하고 있는 형편인데, 사실 갖고만 있지 잘 듣지는 않지만 가끔 전원을 넣고 소리를 들어 보면 많은 오디오 추억들이 되살아나 기분이 좋아진다.

아날로그 미터 시대가 지나고 그 뒤를 잇는 것이 소위 LED에 의한 디지털 미터이다. 프로용 믹서를 보면 이 LED 미터가 적극 활용되고 있는데, 가정용 하이파이에서는 그 사용 역사가 짧아 잘 보이지 않지만, 어떻든 아날로그 미터에 비해 운치도 없고 멋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미터를 활용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아날로그 타입이 다시 부활되어 장착되는 추세이다. 물론 정확한 값을 디지털 수치로 나타내 주는 경우는 있지만 아무리 보아도 예의 낭만적 디스플레이와는 거리가 멀어 딱딱하고 사무적이기 그지없다.
필자의 경우 여러 미터들을 좋아해서 수집하고 있는데, 현재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는 전압계나 전류계는 모두 구형 아날로그 미터로 동작 상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필자의 마음에 정서적 교통이 있어 좋다. 특히 가정 전압이나 다운 트랜스의 전압 등을 표시해 주는 전압계는 사랑스럽기까지 한데, 가능한 대형 창을 가진 전압계를 박스에 넣어 집안 여기저기 콘센트에 꽂아 놓고 24시간 전압 변동을 체크한다. 사실 체크한다기보다는 감상하는 것에 가까운데, 한 번 조정한 전압은 24시간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체크하는 것이 있다면 전원이 들어와 있나 나가 있나 정도일 것이다. 지금도 멋있는 아날로그 미터를 보면 사용 여부를 막론하고 구입하고 보는데, 이제는 낭만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아날로그 미터는 잘 보이지 않아 서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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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7월호 - 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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