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HPA-3000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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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HPA-3000GT
  • 김유겸
  • 승인 2016.06.01 00:00
  • 2016년 6월호 (52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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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충실한 진공관 헤드폰 앰프

우리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디지털로 채워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디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음원의 경우 LP를 지나 CD를 거쳐, 이제는 디지털 음원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이와 함께 오디오 기기들도 디지털 소스를 더 잘 재생시킬 수 있도록 발전하는 중이다. 잘 재생시킨다는 것은 곧 ‘좋은 소리’를 전달해준다는 의미일 것이고, 이는 다시 ‘좋은 소리란 무엇인가?’라는 난제로 이어진다. 질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은 최대한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좋은 소리라 말하곤 한다. 이와 연관 짓는다면 적어도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적 소리에서 좋은 소리를 찾을 확률이 높다. 2진법으로 변환되기 이전 자연스러운 음파의 형태가 원음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따라 디지털화 되었지만 결국 다시 아날로그적 소리를 추구하니 아이러니라 하겠다.
IT 분야의 모든 제품과 마찬가지로 다른 오디오 기기들은 발전된 기술을 통해 새롭게 개발된 최신 부품을 사용하여 만든 제품일수록 더 좋은 성능을 낼 확률이 높을 것이다. 다만 단 한 가지 이러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앰프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진공관 앰프에 사용되는 진공관이다. 이제는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에 밀려 제품의 종류가 많지 않지만 여전히 진공관 앰프는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로망이기도 하다. 출력, 왜율, S/N비 등 기기의 측정치만을 보자면 어느 하나 더 나은 점을 찾기 힘든 데에도 불구하고 진공관 앰프만이 들려줄 수 있는 자연스러움 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진공관 앰프를 찾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내 기업 올닉이 자리 잡고 있다.
올닉은 국내 기업이면서도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진 진공관 앰프 전문 기업이다. 이미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는 스테레오파일지의 A클래스로 소개된 적이 있을 정도로 그 성능을 인정받았고, 올해에도 인티앰프인 T-1800이 2016년 추천할 만한 인티앰프로 선정되었다. 이런 올닉에서 이제는 헤드폰 앰프에도 눈길을 돌리고 제품을 선보였으니, 바로 오늘 소개할 HPA-3000GT이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한 올닉의 기술력

앰프의 기본적인 기능은 증폭이다. 소스기에서 전달한 신호를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좋은 소리를 원음에 가까운 소리라 한다면, 좋은 앰프의 기본은 왜곡이 없는 앰프가 될 것이다. HPA-3000GT 속에는 그동안 쌓인 진공관 앰프에 대한 올닉의 노하우가 그대로 들어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소리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마다 개발자가 고심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중 가장 먼저 다루어야 할 부분은 역시나 퍼멀로이(Permalloy) 트랜스를 꼽아야 하겠다. 퍼멀로이란 니켈과 철을 혼합하여 만든 합금을 말한다. 올닉(Allnic)이라는 회사명이 ‘All Nickel Transformer Audio’의 줄임말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올닉에서 만드는 제품 속에 사용되는 입·출력 트랜스는 모두 퍼멀로이로 만들어진다. 퍼멀로이 트랜스를 사용했을 때 얻어지는 장점은 높은 초 투자율에 의한 정확성이다. 자성의 맺고 끊음이 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불필요한 왜곡이 생기지 않는다. 출력단으로의 과전압 방지에 의해 얻어지는 안전성은 덤이다. 올닉은 오랜 기간의 연구를 통해 자체적으로 퍼멀로이 트랜스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이다.
41단 어테뉴에이터, 또한 볼륨 조절단에서 일어나는 음질의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증폭된 소리는 다시 적절한 볼륨으로 조절된 뒤에 최종적으로 청취자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볼륨단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정성들여 만든 음식에 마지막 간을 잘못 맞춘 꼴이 될 것이다. 어떻게 소리를 증폭시키느냐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소리를 다시 감소시키느냐 역시 중요하다.
볼륨 조절 방식은 크게 디지털 조절 방식과 아날로그 조절 방식으로 나뉘는데, 이 중 아날로그 조절 방식이 음질적으로 이득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디지털 조절은 볼륨을 줄일수록 S/N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볼륨 조절 방식은 원신호가 감소되더라도 노이즈의 양이 줄지 않는다. 반면 아날로그 조절 방식은 원신호의 감소와 함께 노이즈의 양도 같이 줄어들기 때문에 볼륨을 낮추어도 S/N비가 유지된다.
그렇다고 아날로그 조절 방식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날로그 볼륨 조절은 가변 저항기를 이용하는데, 이 경우 저 볼륨에서의 좌우 볼륨 편차, 볼륨 조절 시 노이즈 발생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이 바로 어테뉴에이터 방식이다. 가변 저항기와는 달리 각각의 단계마다 별도의 접점을 만들어서 볼륨을 조절하기 때문에 가변 저항기가 가지는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만, 가변 저항기와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의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
퍼멀로이와 마찬가지로 올닉은 어테뉴에이터를 직접 제조하여 자사의 모든 기기에 사용한다. 기존의 어테뉴에이터로는 성에 차질 않기 때문이다. 두 개의 접점을 가지는 일반적인 어테뉴에이터 방식을 벗어나 고정 케이블을 사용하여 접점부를 한 개로 줄였고, 그 접촉부마저 은으로 처리하여 저항을 낮추었다. 이 모든 것은 단 하나의 목적, 왜곡을 줄이기 위함이다. 이번 HPA-3000GT에 사용된 어테뉴에이터는 기존의 제품을 더욱 개선한 제품이라고 한다.

오래 들어도 편안한 소리

HPA-3000GT는 순수한 앰프 기능만을 담당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거치형 헤드 파이 시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순수 앰프 기능만 담고 있는 거치형 헤드폰 앰프는 선택의 폭이 좁은 편이다.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대부분 DAC가 앰프 기능을 겸하는 유형뿐인데, 고정관념인지 모르겠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두 전공을 한 명이 모두 해결하려는 태도가 미덥지 못했다. 때문에 필자는 순수 헤드폰 앰프의 발매 소식만으로도 반가웠다. 더군다나 진공관 앰프를 전문적으로 다루던 기업에서 만든 진공관 헤드폰 앰프였기에 더욱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청음에 사용한 기기는 다음과 같다. 소스기로는 맥북 프로의 오디르바나 2를 사용하고 코드 2Qute를 거쳐 언밸런스 연결 방식으로 HPA-3000GT와 연결, 리시버는 젠하이저의 HD800S를 밸런스 케이블로 연결하여 청음하였다. HPA-3000GT는 밸런스 입력과 출력을 모두 지원해서 사용자 환경에 따라 풀밸런스 연결이 가능하다. 그리고 프리앰프로도 사용이 가능한데, 여기에서는 헤드폰 앰프로서의 사용기만을 다루도록 하겠다.
오디오 기기라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히나 헤드 파이에서 배경의 정숙함은 중요한 요소이다. 리시버를 귀에 직접 가져다 대고 음악을 듣기 때문에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에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노이즈조차 헤드 파이 유저에겐 음악 감상에 큰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헤드폰 앰프에 진공관을 사용한다는 것은 꽤나 위험한 일이다. 과연 얼마나 노이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제품을 구매한 뒤 필자가 가장 먼저 확인한 부분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성공이다. 젠하이저의 HD800S를 물려서 들어본 결과 깨끗한 배경을 얻을 수 있었다. HPA-3000GT의 헤드폰 출력단은 총 4개로 헤드폰의 임피던스 매칭에 따라 50Ω 이하의 저 임피던스, 200Ω
이상의 고 임피던스 헤드폰을 위한 출력단이 구분되어 있고, 각각의 출력단은 다시 6.5mm 단자와 XLR 4핀 단자를 지원하기 때문에 현존하는 거의 모든 리시버들을 연결할 수 있다. 300Ω의 HD800S를 물렸을 때에도 실제 청취 시 볼륨 노브의 방향이 10시를 넘기지 못할 만큼 HPA-3000GT의 출력은 강한 편이다. 다만 고감도 헤드폰을 연결한 경우에는 미세한 노이즈가 들릴 수 있기 때문에, 기기의 성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강한 출력을 요하는 저 감도 헤드폰과의 매칭을 권한다.
노이즈 문제가 해결된 진공관 앰프는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와는 전혀 다른 소리를 청취자에게 선물한다. 가장 큰 차이는 ‘소리의 편안함’일 것이다. HPA-3000GT는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은 소리를 전달해 준다. 해상도를 유지하면서도 들뜨거나 날이 서지 않은, 안정적인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는 마치 필름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입자감을 연상케 한다. 같은 색감을 표현하더라도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는 다르다. 디지털 사진에 아무리 아날로그 색감을 입혀서 보정을 한다 해도 필름 사진이 전해주는 자연스러움을 완벽히 재현하지는 못하는데, 이는 아마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에 음색을 두껍게 튜닝한다고 하더라도 진공관 앰프가 들려주는 자연스러운 무게감과는 차이가 있다. 사진의 선예도는 디지털 카메라가 우수할 수 있어도 디지털 사진이 주는 날카로움보다는 필름 사진의 자연스러움에 더 이끌리기 마련이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 때문에 사람들은 여전히 진공관 앰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듣기 편안한 소리라고 했을 때 자칫 소리가 늘어질 것이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 특히나 흔히 진공관 앰프라 하면 따뜻하고 진득한 만큼 소리의 응답이 느려서 리듬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어떠한 종류의 앰프든지 간에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소리의 방향은 같을 것이다.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와 진공관 앰프는 서로 반대편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하나의 도달점을 향해 나아간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아마 소리만으로 진공관 앰프와 솔리드스테이트 앰프를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HPA-3000GT로 여러 앨범을 들으면서 리듬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퍼멀로이 트랜스의 스피드가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한 예로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Random Access Memories’는 일렉트로니카와 펑크 장르 특유의 리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인데 HPA-3000GT는 다프트 펑크의 노래들을 너무도 충분히 소화했다.
개인적으로 헤드폰 앰프의 유무로 인해 직접적으로 소리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저음의 재생 능력과 각각의 소리들이 공간을 타고 퍼지는 잔향 부분이라 생각한다. 저음의 경우 양감이 늘어날 뿐 아니라 단단하게 잡아주게 되는데, 이로 인해 전 음역대의 소리가 든든하게 채워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소리의 울림, 잔향은 소리의 어우러짐과 함께 공간감을 넓힐 수 있다. 좋은 헤드폰 앰프라면 두 가지 효과가 어느 한 쪽 치우침 없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과도한 저음역대의 확대 역시 왜곡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고 무턱대고 잔향감이 늘어나면 무대가 빈 것처럼 느껴지거나 메인 선율의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영화 <다크나이트>의 OST 중 ‘Why So Serious?’는 저음역대의 재생 능력을 살펴보기에 알맞은 곡이다. 굉장히 낮은 주파수임에도 미세한 강약 조절까지 잘 살려주어서 머릿속 공간이 진동에 맞추어 떨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루이스 로르티가 샨도스 레이블에서 발매한 쇼팽 모음집 중 피아노 소나타 2번을 들어 보았다. 피아노는 타건 시 느껴지는 본 멜로디의 강약과 공간을 타고 퍼지는 울림을 모두 잘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앰프의 성능을 파악하기에 적합한 악기이다. 기본에 충실한 앰프답게 HPA-3000GT의 표현력은 훌륭하다. 앰프를 거친 뒤에 들리는 소리와 앰프를 연결하지 않고 들었을 때의 소리차가 명확했다.

레퍼런스로 사용할 만한 기기

아날로그는 디지털보다 손이 많이 가는 게 사실이다. 진공관 앰프는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어서 처음에 세팅을 하는 데에도 약간의 수고가 필요했다. 집안 전기 사정이 좋지 못해 접지 문제를 해결하느라 열심히 연구했고, 최대한 진공관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전자 기기들은 떨어뜨려 놓았다. 하지만 한 번의 수고 뒤에 얻은 결과물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오디오 기기와 관련한 리뷰를 종종 쓰는 입장에서 소리에 대한 기준이 필요했다. 다른 기기들의 음색 및 성향을 덮어버릴 정도로 특색이 강하지 말아야 하고, 어느 장르의 음악을 재생하더라도 부족함 없이 들려줄 만한 기기를 찾기 위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고, 그 가운데 HPA-3000GT를 들인 지도 어느새 3개월 정도가 지났다. HPA-3000GT가 최고의 소리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형뻘인 동사의 HPA-5000XL을 청음했을 때 3000GT에서 들어보지 못한 또 다른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마 당분간은 더 좋은 소리에 대한 욕구 때문에 앰프를 교체할 일은 없어 보인다. 그보단 앰프의 제 성능을 뽑아내기 위한 다른 부분들에 더 눈이 간다. 어쩌면 본의 아니게 소리의 기준을 너무 올려버린 것은 아닐까.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380만원   사용 진공관 6EM7×2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헤드폰 출력 XLR(4핀)×2, 6.5mm×2  
프리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0.3dB)  전압 게인 +28dB   S/N비 -68dB   THD 0.03% 이하   크기(WHD) 24×17.5×33cm   무게 10kg                                                          

52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6년 6월호 - 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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