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SR325e·RA1 Bat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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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o SR325e·RA1 Battery
  • 양정남
  • 승인 2016.06.01 00:00
  • 2016년 6월호 (52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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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도, 록을 연주하는 또 하나의 악기

업종을 막론하고라도 전통을 지키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기술은 빠르게 변모하고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제품에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자동차 분야도 가솔린 시대에서 디젤로, 최근에는 전기 자동차가 이목을 끌고 있고, 스마트폰 역시 단순히 인터넷이 가능한 전화기가 아닌 여러 가지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형태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옛 것이 통하는 곳은 악기와 오디오 분야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 대중음악의 상징적 존재인 전자 기타를 예로 들어 보자. 펜더와 깁슨의 제품이 1950년대 로큰롤로 시작되는 록 음악의 중요한 사운드적 요소로 자리 잡은 후 수많은 개량형 혹은 카피 제품들이 출시되었으며, 현재에도 우수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고가의 기타들이 즐비하지만, 기타리스트들의 드림 기타는 변함없이 오리지널 50~60년대 올드 펜더, 깁슨 기타이다. 어린 시절부터 들어오던 음악에 사용되었던, 그리고 귀에 익숙한 그 소리를 가지고 있는 제품, 심지어 이를 재현하기 위해서 그 시절의 제조 방식과 부품들을 그대로 옮겨와 재창조한 리이슈 모델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전자 기타는 클래식 악기의 그것에 비할 바가 되지 않지만, 지금 필자가 언급하는 이유는 이와 흐름을 같이 한 헤드폰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번에 리뷰를 진행하게 된 그라도이다.

그라도 랩스는 현재 헤드폰으로 더 유명하지만, 최초의 생산품은 포노 카트리지였다. 1953년 조셉 그라도(Joseph Grado)는 스테레오 무빙 코일 카트리지를 발명하였으며, 스피커, 턴테이블, 톤암 등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1990년대 조셉 그라도의 조카인 존 그라도(John Grado)가 회사를 인수하게 되고, 지금의 그라도 헤드폰의 전신인 HP-1, HP-2, HP-3 모델을 출시하면서, 그라도 랩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그라도 랩스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독특한 경영 방침에 있다. 이는 악기 제조사와 매우 유사하다. 첫째, 숙련공을 중요시한다. 즉, 마스터빌더 중심으로 생산되는 것이다. 존 그라도는 브루클린 공방에서 초기 헤드폰을 출시하면서부터 아내와 같이 생산을 했었고, 조셉 그라도가 별세한 현재 아들인 조나단 그라도(Jonathan Grado)가 가업을 물려받아 철저히 가족 기업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또한 20년 넘게 헤드폰 생산을 해오고 있지만, 자동 생산에 의지하지 않고 소수의 장인들에 의한 핸드메이드를 고집하고 있다.
둘째,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생산지를 쉽게 옮기지 않는다. 여타 제조사들처럼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곳으로 생산지를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라도 랩스는 설립 이후부터 뉴욕의 브루클린에 소재한 그라도 빌딩에서 모든 생산을 하고 있다. 심지어 가장 엔트리 모델인 SR60e 조차 ‘Made In USA’ 각인을 달고 출시되었다. 이는 품질 유지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장인 정신이 깃든 헤드폰을 구입하게 되는 뿌듯함까지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라도 랩스의 여러 가지 헤드폰 모델 중 이번에 리뷰를 진행하게 된 모델은 프레스티지 시리즈 중 가장 상급 모델인 SR325e이다. 필자는 일전에 SR325is 모델을 리뷰했었는데, e 시리즈가 그라도 헤드폰의 3세대 라인업이라 할 수 있다.

포장부터 살펴보면 그라도의 전형적인 종이 박스를 그대로 적용한 모습이다. 동 가격대의 헤드폰들이 하드 케이스 등을 제공해 주는데 비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그라도의 팬이라면 이 종이 박스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역시 외형적인 것보다는 제품 자체에 집중을 했다고 이해하면 마음이 편하다. 또한 박스 외, 내부에 수기로 적혀 있는 시리얼이 핸드메이드 제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프레스티지의 다른 모델들이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하우징을 채택하고 있지만 SR325e는 알루미늄 합금 하우징을 사용하고 있다. 그라도는 레퍼런스 시리즈나 프로페셔널 시리즈에서 보여주듯이 마호가니 목재를 사용하는 등 하우징의 재질에 따라 달라지는 음향적 특징을 헤드폰으로 잘 적용한 모습이다. 알루미늄 합금을 채용하면서 다양한 대역에서 느낄 수 있는 에지감을 순화시키고, 타 재질에 비해 디스토션에 우수한 특징을 가지게 된 것이다. 또한 3세대인 e 시리즈로 넘어오게 되면서 기존 모델보다 달라진 점은 새롭게 설계된 드라이버 유닛과 케이블, 그리고 로듐 커넥터라고 제조사는 밝히고 있는데, 차이점은 리스닝 테스트를 하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SR325e의 기본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장비에 단독으로 연결을 해보았다. 3.5mm 플러그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SR325e는 아이폰에서도 충분히 드라이빙을 받아 적절한 음량을 내어 주고 있다. 다양한 DAP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 3.5mm 기본 커넥터와 낮은 임피던스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동봉되어 있는 6.5mm 젠더를 이용하여 다른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 보았다. 확실히 그라도 헤드폰은 헤드폰 앰프에서 구동이 되어야 제대로 된 그라도만의 소리를 내어주는 듯하다. 같은 음량이지만 전체적으로 힘이 실린 음색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이번 e 시리즈와 일전에 리뷰를 진행했었던 SR325is와의 가장 차이점은 고역에 있다 할 수 있겠다. 스네어 드럼과 심벌 류의 중독성 강한 고음이 약간은 편안해진 느낌이다. 반대로 중·저음은 보강이 되어 전체적인 청감 주파수가 이번 시리즈로 오면서 어느 정도 평탄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라도 특유의 색깔을 잃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록 음악이 다이내믹하게 들리며 호 불호가 갈렸던 클래식과 재즈에도 조금은 가까워진 듯하다.
이번에는 헤드폰 앰프를 교체해 보았다. 동사에서 나온 헤드폰 앰프 RA1 배터리 버전이다. 오포 BDP-105D에 에릭 클랩튼의 <Clapton Chronicles> 앨범을 넣고, 언밸런스 출력을 RA-1으로 연결하여 들어 보았다. 배터리로 구동하는 방식이나 별도 전원을 공급받는 헤드폰 앰프만큼 구동 능력이 우수하다. 또한 중·저음에 힘이 붙고 고역은 부드럽고 묘한 타격감이 생겨 보컬과 기타 음색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표현된다. 청취하는 내내 록 음악을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헤드폰, 아니 스피커를 포함한 제품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라도 랩스의 SR325e 헤드폰과 RA1 배터리 헤드폰 앰프. e 시리즈로 좀더 대중적인 선택을 하고 있지만 그라도만의 흥미진진함은 잃지 않고 있다. 특히 록은 꼭 들어봐야 한다. 이 정도로 음악의 장르에 듣는 즐거움을 준다면 하나의 악기로 분류되어도 되는 것이 아닐까?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SR325e
가격 45만원   임피던스 32Ω   음압 99.8dB   주파수 응답 18Hz-24kHz

RA1 Battery
가격 58만원

527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6년 6월호 - 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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