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cher & Fischer SN370
상태바
Fischer & Fischer SN37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05.02 00:00
  • 2016년 5월호 (526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고의 스피커를 향한 야심, 피셔 & 피셔

첫 곡으로 무터, 요요마 등이 함께 한 베토벤의 3중 협주곡.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첼로군의 진동이 의외로 우렁차다. 차츰 오케스트라가 기지개를 켜면서 질주하는 대목에서 단연코 긴장하게 된다. 이윽고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순으로 주연들이 등장한다. 정말 멋진 연출이다.

아무리 취재 때문이라고 하지만, 독일 북서부 지역의 로케이션이나 날씨는 좀 척박한 부분이 있다. 우선 높은 나무가 빽빽하게 이어진 산간 지역이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교통편이 단절되기 일쑤다. 브릴론 발트라 이름 붙은 이 지역을 찾은 것이 5월 말이지만, 대낮에도 을씨년스런 기운이 가득하다. 전형적인 게르만적인 날씨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림엽서처럼 잘 꾸며진 전원의 풍경이나 오래된 작은 교회를 주변으로 형성된 작은 마을들을 보면, 적잖이 마음이 평안해진다. 당연히 사람들의 정도 깊어서, 조금만 공감대가 형성되면 수십 년은 알아온 것과 같은 사이가 된다. 의외로 주변에 있는 공업 단지도 커서, 첨단 산업의 활동도 넘치는 지역이다.
그러다 우연히 가옥이나 건물에 검은색 슬레이트(Slate)가 많이 쓰이고 있음을 알았다. 아무래도 바람이 많이 불고, 눈도 많이 와서, 지붕이나 벽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아는 독일인으로부터, 바로 이 소재를 갖고 스피커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바로 피셔 & 피셔(Fischer & Fischer).
여기서 피셔가 두 번이나 반복되는 이유는, 동사를 주재하는 분들이 피셔 부부이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특별한 기술과 전통을 갖고 있는 가족 기업이 많은데, 피셔 & 피셔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오디오 쇼에서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무척 소탈하고, 다정다감한 분들이다. 돌 갖고 스피커를 만드는(?) 분들답지 않은 따뜻한 성격이랄까. 예전에 SL1000이라고 무척 큰 모델을 한 번 리뷰한 바가 있어서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데, 이번에 미들급 정도의 제품인 SN370을 만났다. 무척 기대가 된다.
그럼 왜 슬레이트냐? 왜 이런 돌덩어리를 인클로저로 쓴단 말인가? 스피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진동이다. 특히, 목재로 만들 경우, 드라이버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인클로저에 전달이 된다. 이것은 다시 말해, 드라이버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분산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반면 슬레이트는 이런 진동에 강할 뿐 아니라, 그 음색 면에서도 무척 매혹적이다. 단단하고, 빠른 반응을 이끌어내는 저역은 기본이고, 고역의 경우, 매우 우아하면서 감촉이 좋다. 슬레이트가 최상의 캐비닛 소재라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1980년대 이후 이 소재를 갖고 줄기차게 스피커를 개발해온 동사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번에 만난 SN370은 중간급에 속하지만, 그 내용은 상급기 못지않다. 아니 이보다 몇 배 비싼 타사의 스피커와 겨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실력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 외관을 보면 두 개의 유닛이 달려 있는데, 미드레인지가 위에, 트위터가 그 밑에 배치된 점이 흥미롭다. 또 우퍼의 경우, 인클로저 측면에 장착되어 저역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단, 완전 밀폐형은 아니고, 덕트가 리어 패널의 상단과 하단에 둥근 형태로 나 있을 뿐 아니라, 일종의 망을 씌워놔서, 내부 설계가 그리 간단치 않겠구나 짐작이 간다.
스펙을 보면 38Hz~25kHz 사이를 커버하는 매우 양호한 주파수 특성을 갖고 있다. 단, 감도가 86dB밖에 되지 않아, 매칭하는 앰프에 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드라이버를 보면, 상단의 미드레인지는 15cm 구경에 페이즈 플러그가 중앙에 배치되어 있다. 동사에서는 중·저역 드라이버라 표기하는 만큼, 음성 신호의 대부분을 커버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한편 트위터는 2.8cm 구경의 돔 방식이고, 측면에 수납된 우퍼는 21cm 구경으로 그리 큰 편은 아니다. 단, 슬레이트를 쓴 만큼, 외관과는 달리 무게가 무려 60kg이나 나간다. 대단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제품인 만큼, 사이즈만 보고 그 내용을 절대 짐작하면 안 될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바쿤의 AMP-5521과 PRE-7610 MK3 세트를 사용했고, 소스기는 메리디언 DAC 조합이다. 첫 곡으로 무터, 요요마 등이 함께 한 베토벤의 3중 협주곡.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첼로군의 진동이 의외로 우렁차다. 차츰 오케스트라가 기지개를 켜면서 질주하는 대목에서 단연코 긴장하게 된다. 이윽고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순으로 주연들이 등장한다. 정말 멋진 연출이다. 특히, 각 악기의 음색과 개성이 빼어나게 표출되면서, 일체 군더더기가 없다. 바쿤의 하이 스피드와 와이드 레인지한 매력이 본 기의 풍부한 감촉과 만나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어서 오스카 피터슨의 ‘You Look Good to Me’. 초반에 등장하는 더블 베이스의 깊고, 풍부한 저역이 기분 좋게 펼쳐진다. 왼편에 드럼, 중앙에 피아노, 오른편에 더블 베이스라는 포지션이 정확하게 드러나며, 일체 상호 간섭이나 흐트러짐이 없다. 본격 연주로 진입하면, 경쾌한 스윙 리듬을 바탕으로, 맛깔난 피아노의 연주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돌로 만든 스피커라는 선입견을 날려버리는, 디테일하면서, 뉘앙스가 풍부한 음이다.
마지막으로 샤데이의 ‘No Ordinary Love’를 듣는다. 신비로운 신디사이저의 음향이 시청 공간 전체를 사로잡는 가운데, 단호하면서 강력한 드럼 & 베이스의 컴비네이션이 멋지게 리듬 파트를 장식한다. 중간에 홀연히 떠오르는 진한 커피 향의 보컬. 눈을 감으면 어디 멋진 파라다이스로 여행하는 듯하다. 과연 불필요한 공진을 제거하고, 순수한 음성 신호만 재생했을 때의 청명함과 명료함이 가득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하이엔드의 음과 통하는 바가 있다. 아주 흥미로운 제품이 런칭된 것이다. 

수입원 다담인터내셔널 (02)705-0708  

가격 1,180만원   구성 3웨이 3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21cm, 미드·우퍼 15cm, 트위터 2.8cm   
재생주파수대역 38Hz-25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6dB/W/m  
크기(WHD) 20×106.6×30cm    무게 60kg

526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6년 5월호 - 526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