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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A-2000 25th Anniversary
진공관 파워 앰프의 정점을 만나다
글 김편 2016-04-01 |   지면 발행 ( 2016년 4월호 - 전체 보기 )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오늘도 좌고우면한다.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인티앰프가 요즘 대세다’ Vs ‘그래도 오디오는 세퍼레이트가 정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쭙잖은 프리, 파워 분리형 앰프보다 똘똘한 인티앰프가 더 좋은 소리, 더 나은 시각적 만족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성급한 결론이다. 각각 잘 만들어지고 잘 매칭된 프리, 파워 앰프에는 단기필마의 인티앰프로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성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닉이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아 선보인 파워 앰프 A-2000 25th 애니버서리를 최근 들어봤다. 기존 모델에서 출력관을 KT120에서 KT150으로 바꿔 출력을 70W에서 100W로 높이고, 올닉의 자랑인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를 업그레이드시킨 모델이다. 올닉의 프리앰프 L-3000과 물려 들어본 결론부터 말하면, ‘인티앰프냐, 분리형이냐’라는 고민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A-2000 25th 애니버서리는 얼핏 봐서는 올닉이 올해 내놓은 인티앰프 T-2000 25th 애니버서리와 구분이 잘 안간다. 물론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어테뉴에이터가 빠졌고 전면 패널 디자인이 바뀐 것은 눈에 띈다. 하지만 출력관이 두 앰프 모두 큰 계란 모양의 KT150(채널당 2발씩 총 4발)이고, 초단관(2개)과 드라이브관(4개)의 개수도 총 6개로 똑같다. 그 위에 씌워진 폴리카보네이트 침니 디자인도 똑같다.
출력 또한 100W(8Ω, 펜토드 모드), 50W(8Ω, 트라이오드 모드)로 동일하고, 출력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전면 패널 왼쪽에 위치한 점도 똑같다. 이밖에 마이크로포닉 노이즈를 저감시키는 젤 타입 댐퍼를 초단관 소켓에 투입한 점, 출력관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커런트 미터를 윗면 양쪽에 1개씩 부착한 점, 진공관 보호를 위해 소프트 스타터를 투입한 점도 똑같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인티앰프와는 ‘다르다’. 여기서부터 A-2000 25th 애니버서리가 파워 앰프라는 이름을 내걸고 펼치는 진검승부의 세계다.


우선 게인이 인티앰프보다 낮다. T-2000 25th 애니버서리는 +38dB인데 비해 A-2000 25th 애니버서리는 +26dB(전 모델은 +24dB)이다. 이는 앞단의 프리앰프와 결합해 최적의 전체 시스템 게인을 얻기 위해서다. 인티앰프는 입력되는 음악 신호를 자기 혼자서 증폭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게인이 높다. 이에 비해 프리와 파워가 게인을 나눠 갖는 세퍼레이트 앰프는 게인이 급속히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증폭 음이 정확하고 특히 저역이 충실해진다. 이는 사진을 단번에 확대하면 사진 입자가 거칠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하지만 이때도 중요한 것은 파워 앰프가 얼마나 적정 게인을 갖고 있느냐 여부다. 통상 인티앰프는 +35dB 이상, 파워 앰프는 +26dB 이하의 게인을 갖는다. 그런데 파워 앰프 게인을 +30dB로 높여 설계하면, 프리앰프에서 볼륨을 1단만 올려도 파워 앰프에서는 음들이 ‘펑’하고 쏟아져 나오게 된다. 처음 들을 때야 ‘힘 좋다!’며 감탄하지만 실상 그 음질은 수준 이하가 된다. 이러한 파워 앰프에는 어떠한 질 좋은 프리앰프(적정 게인을 가진)를 물려도 제 소리를 내기 힘들다.
A-2000 25th 애니버서리는 이러한 파워 앰프의 적정 게인을 위해 전 모델 때부터 초단관과 드라이브관을 인티앰프 T-2000과는 다른 것으로 채택했다. 초단관은 6AK6(인티앰프는 6485), 드라이브관은 E282F(인티앰프는 D3a)이다. 진공관 스펙을 꼼꼼히 비교해보면 이 이유는 명확하다. 6485의 뮤(, 전압 증폭률)는 40인데 비해 6AK6의 뮤는 3극 접속 시 23 정도 나온다. 마찬가지로 D3a의 뮤는 60인데 비해 E282F의 뮤는 25.5로 나온다. 한마디로 6485와 D3a는 인티앰프용으로 쓰기에는 최적화된 진공관이지만, 파워 앰프용으로는 전압 증폭률(게인)이 너무 높다는 얘기다.
초단관이 6AK6, 드라이브관이 E282F인 이유는 또 있다. 진공관 앰프 소리의 90%는 초단관과 드라이브관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히 드라이브관이야말로 음색과 음악성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다. 그런데 E282F는 플레이트 저항(rp)이 800Ω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평탄한 주파수가 나오고 저음 특성이 좋다. 6AK6 역시 3극 접속 시 gm(전류 증폭률)이 2.3, rp가 10㏀, 뮤가 23을 보여 초단관으로 쓰기에 아주 적합하다. 두 관의 뮤가 비슷한 점(6AK6 23, E282F 25.5)도 중요한데, 이는 진공관의 뮤가 서로 크게 차이가 나면 음들이 찌그러지기 때문이다.
몇 곡을 들어봤다. 참고로 L-3000의 게인은 +20dB, 출력 임피던스는 150Ω, 최대 출력 전압은 15V로, A-2000 25th 애니버서리(게인 +26dB, 입력 임피던스 100㏀, 입력 감도 1.3V)와 스펙 상 궁합은 두말할 나위 없이 좋다. 당시 청음 노트를 그대로 소개한다.
마리안 헤르초크 ‘No Sanctuary Here’. 저역과 펀치력이 인티앰프와는 차원이 다르다. 큰 붓으로 넉넉하고 힘차게 캔버스를 칠하는 느낌이다. 감도가 4Ω에 97dB에 달하는 풀레인지 스피커에 물린 이유도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프리와 파워가 제대로 만나 빚어내는 소리인 것이다. 그것도 진공관 파워로 100W를 내고, 프리와 파워 최종단에 초 투자율이 높은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까지 썼으니 그 에너지감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유닛에 바싹 귀를 가져다 대도 화이트 노이즈가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진공관 풀 시스템의 S/N비가 무지 높다. 프리와 파워에 각각 투입된 초단관 소켓 댐퍼와 전압 변동률을 극도로 낮춘 전원 트랜스가 크게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애나 크롤의 ‘Desperado’. 피아노 소리의 배음과 잔향이 장난이 아니다. 역시 증폭 소자로서 진공관이 갖는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다. 보컬은 허스키하고 탁한데도 거칠거나 푸석거리지 않는다. 촉촉하다. 보컬이 앞에, 피아노가 뒤에 있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인티앰프 T-2000 25th 애니버서리 때와 비교해보면, 사운드 스테이지의 두께가 크게 늘어났다. 무대가 뒤로 쑥 빠졌다. 이러한 해상력과 스테이지는 프리앰프가 일등공신이겠으나, 파워 앰프의 튼실한 2차 어택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A-2000에 채택된 6AK6과 E282F의 뛰어난 물성도 빼놓을 수 없다. 어쨌든 이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인티앰프로 구현하려면 무지 큰 돈을 들여야 할 것이다.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 연주의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 트럼펫의 음 끝이 살아 있다. 저역은 밑으로 쿵 떨어진다. 인티앰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해상력과 구동력이 늘어난 덕분이다. 초저역과 미음에서의 마이크로한 표현력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감탄했던 것은 무신호 시의 정숙도. 초단관 댐퍼 소켓, 양질의 전원 트랜스와 함께 이번 청음 시스템에 투입된 파워 케이블(올닉 ZL-3000)과 스피커 케이블(ZL-5000)의 덕도 크게 봤을 것으로 보인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 트라이앵글이 매우 찰랑댄다. 눈이 부실 정도로 금속성 소리를 들려준다. 베이스의 떨림은 최근 몇 개월 간 들어본 시스템 중에서 최고다. S/N비가 높은 탓에 베이시스트가 뭐라 중얼중얼 대는 소리가 남김없이 들린다. 스피드와 리듬감이 뛰어나 재즈곡 특유의 리듬 & 페이스, 드럼의 스톱 & 고가 흥겹게 들린다. 가장 놀란 대목은 밀도감. 사운드 스테이지가 음 가닥들로 남김없이 꽉 찼다. 이것이야말로 세퍼레이트 시스템만이 선사할 수 있는 농밀한 쾌감이다.

설계 디자인과 청음 결과를 토대로 필자는 A-2000 25th 애니버서리를 이런 사람들, 이런 경우에 추천하고 싶다.
양질의 프리앰프에 매칭시킬 제짝 파워 앰프를 아직 못 찾고 있을 때.
인티앰프의 프리아웃 기능을 통해 사운드 스테이지의 크기와 밀도, 구동력의 업그레이드를 단번에 느끼고 싶을 때.
진공관 앰프에서는 최상의 S/N비를 얻기 힘들다고 체념한 오디오파일.
진공관 파워 앰프의 100W 출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이 잘 안 잡히는 음악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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