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ndor 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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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dor D7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04.01 00:00
  • 2016년 4월호 (52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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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의 내공이 빚은 결정체를 만나다

요즘 스펜더(Spendor)가 화제를 몰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스펜더는 스펜서 휴즈(Spencer Hughes)와 그의 아내 도로시(Dorothy)가 1971년에 두 사람의 이름을 합성해서 설립한 회사다. 올해로 창립 45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이른바 로하스라고 해서, 로저스, 하베스와 더불어 브리티시 사운드의 터줏대감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다.
1960년대에 BBC 연구소가 기존의 페이퍼 콘을 플라스틱 콘으로 변경·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휴즈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이름을 알렸다. 즉, BBC 기술과 전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이 중 클래식 라인인 SP 시리즈는 전통적인 BBC 모니터의 계보를 이어주고 있으며, 동사의 제품군 중 가장 돋보이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최근에 SP200이라는, 브리티시 사운드의 맥락에서 볼 때 거의 한계치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그 덕분에 새삼 이 회사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스펜더에는 이런 클래식 라인뿐 아니라, A-Line이라고 해서, 더 콤팩트하고, 모던한 느낌의 제품군도 있다. 이번에 만난 D7은, 바로 그런 A-Line의 성과에 고급스런 디자인과 다양한 기술을 더해서, 상당한 실력기로 발표했다. 따라서 가격적인 면에서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만들어진 음은 솔직히 클래식 라인과 A-Line의 강점을 골고루 흡수했다고 할까, 아무튼 꽤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들려준다.
본 기의 콘셉트는 플로어스탠딩의 2.5웨이 타입이다. 겉에서 보기에는 3웨이지만, 실제로 미드·베이스가 트위터를 제외한 나머지 대역을 다 커버하는 가운데, 맨 밑의 우퍼가 따로 저역만 보강하는 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본 기는 겉보기와 다르게 와이드 레인지한데, 주파수 대역이 29Hz-25kHz로 매우 이례적인 스펙이다. 여기서 미드·베이스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각각 900Hz와 3.2kHz.
참고로 유닛 구성을 보면, 고역엔 LPZ 트위터가 들어가 있다. 리니어하면서 방사각이 넓은 사운드를 자랑한다. 이를 위해 폴리아미드 소재로 만들어진 진동판뿐 아니라, 그 위에 덧씌운 스테인리스 커버의 역할도 크다. 그리고 트위터 위쪽에 알루미늄 소재의 마이크로 포일을 덧씌운 바, 여기서 반사되는 음이 고르게 확산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따라서 방사각이 넓으면서도 또 직진성이 일정한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트위터의 진동판을 보호하는 역할도 아울러 하고 있다.

미드·베이스는 EP77이라는 폴리머 콘으로, 컬러레이션이 적고, 해상도가 매우 뛰어나다. 본 기의 음을 말할 때, 핵심 드라이버라 하겠다. 18cm 구경이다. 그 밑으로 역시 같은 구경의 우퍼가 더해지는데, 이것은 케블라를 주 소재로 한 일종의 복합 물질이 투입되었다. 효율이 높고, 커버하는 저역대가 넓어서, 상당히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아울러 우리가 에지라 부르는 서라운드도 폴리머로 바꾼 바, 이를 통해 브레이크 인 타임이 현격하게 줄어든 점도 아울러 지적할 만하다.
뒤편을 보면, 스피커 터미널 양쪽에 포트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연구 끝에 얻어낸 기술로, 트윈 벤투리(Twin-Venturi) 포트라 부르는데, 마치 항공기의 양 날개가 하는 역할과도 같다. 이를 통해, 균형 잡히고, 빠른 음의 배출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댐핑재를 일절 바르지 않아 일체 군더더기 없는 저역을 만끽할 수 있다. 사실 댐핑재는 그 자체로 일정 에너지를 흡수해서 방출하기 때문에, 일종의 필요악인데, 본 기에선 과감히 없앤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뮤지컬 피델리티의 M6 세트를 사용했다. 첫 곡은 얀센 연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우선 전체적으로 평탄하고, 와이드한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는 가운데, 마치 홀로그램처럼 바이올린이 떠오른다. 그 음이 매우 힘차고, 박력이 넘친다. 강력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충실한 중역대 재생을 기본으로, 착실하게 주파수 대역을 위·아래로 넓힌 덕분이리라.
이어서 로스트로포비치 연주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1악장’. 녹음 자체가 오랜 탓에 약간 히스 음도 들리고, 노이즈도 감지된다. 본 기는 이를 매우 음악적으로 승화시켜, 이런 부대음조차 기분 좋게 만든다. 마치 LP를 듣는다고나 할까? 풍부한 첼로의 잔향과 긴 여운은, 사실적인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게 다듬은 음 조성이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조수미의 ‘도나 도나’. 은은하면서 깊이 있는 보컬이 전면 중앙에 우뚝 선 가운데, 배경에 있는 악기들의 어쿠스틱한 질감 묘사가 빼어나다. 전통적인 브리티시 사운드의 장점을 계승하면서도, 개방된 고역과 풍부한 저역, 고품위한 질감이 어우러져, 중독성이 강한 음을 낸다. 계속 듣고 싶어지는 제품이다. 

수입원 에스엠더블유 (070)7579-7253   가격 630만원   구성 2.5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8cm 케블라, 미드·우퍼 18cm EP77, 트위터 2.2cm LPZ  
재생주파수대역 29Hz-25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900Hz, 3.2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0dB/W/m  
파워 핸들링 200W   크기(WHD) 19.2×95×32cm   무게 21kg   시스템협찬 AV타임 (02)701-3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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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4월호 - 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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