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ham Audio BBC LS5/9·Line Magnetic Audio LM-518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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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ham Audio BBC LS5/9·Line Magnetic Audio LM-518IA
  • 김남
  • 승인 2016.02.02 00:00
  • 2016년 2월호 (52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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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모니터와 845 진공관이 함께하는 명작의 앙상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의 하나는 재회(再會)이다. 수십 년 전 일본의 사진 잡지에 실려 있던 흑백 사진 한 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자그마한 거리 모퉁이. 약간은 초라해 보이는 평범한 쇼윈도 안에 영화 포스터 한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제목이 재회였다. 근래에 나온 영화가 아니다. 50여 년 전의 흑백 영화인데 그 이상은 모르겠다. 그 쇼윈도를 한 노인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봤던 그 사진이 지금도 기억되는 것은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헤어진 사람이 있으며, 그 사람은 남녀 사이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친구라 해도 좋은데, 오래전에 헤어진 그 사람을 다시 만나는 꿈을 꿔 본다는 것은 본능적인 그리움이며 행복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나는 오디오의 빈티지 시대를 섭렵해 본 세대는 아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출판되었던 세계 명작 전집을 아직도 소중하게 서가에 간직하고 있는 정서만큼 1980년대의 BBC 모니터 스피커에 대한 추억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세대이다. 홈즈의 추리 소설과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황무지와 안개 짙은 워털루 브리지의 나라 영국에서 음악을 지배했던 BBC 모니터 스피커인 LS 시리즈는 아마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는 그야말로 추억의 페이지를 개막하는 하나의 메시지로 작용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안개 속에서 추억의 얼굴로만 기억되고 있던 LS 스피커 한 점이 홀연히 나타났다. 지난달 시청실에서 이 시청기의 윗 모델을 봤을 때 그야말로 재회나 다름없는 감동을 느껴서 마치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듯 몇 번이고 스피커를 어루만져 봤다. 그렇게 이 스피커는 슬그니 미소를 지으며 마치 소식이 없어진 중학교 친구 한 사람이 골목길을 돌아 다가오듯 우리 앞에 나타난 셈이다.
오디오 초기 시절 미국과 영국이 경쟁적으로 오디오 산업을 일으킬 때 미국은 극장을 중심으로 하는 호쾌한 사운드가 주 종목이었고, 영국은 BBC 방송을 기반으로 하는 정밀·섬세한 사운드가 중심이 되었다. BBC는 방송 모니터용으로 기획, 설계한 프로토타입 스피커의 스펙을 제시하고, 스피커 업체들에게 라이선스를 주어 생산하게 한 것이 이른바 BBC 모니터 스피커의 출발인데, 그중에서도 LS5/9, LS3/5a 등은 BBC에서 음성 검청용으로 사용되며 모니터 스피커의 기준으로 일세를 풍미한 명작으로 자리 잡았고, 특히 로저스 LS5/9는 1983년에 개발된 이래 지금까지도 특유의 사운드로 사랑받고 있는 진정한 전설적 명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오디오 기에서 모니터라는 이름이 사라지면서 이들 스피커의 명성도 차츰 잊혀 가고 있던 터였는데, 20여 년 이상 영국의 방송 관련 산업과 프로용 오디오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폴 그래험이 새로 회사를 설립하면서 까다로운 BBC의 라이선스를 취득, 빈티지의 현대화를 제시하면서 첫 제품으로 이 시리즈의 작품들을 내놨다. 이 시리즈의 재탄생을 두고 오디오계에서는 왕의 귀환이라고도 부르면서 화제가 만발했는데, 단순한 복각판이 아니라 오리지널에 충실하면서도 네트워크 등에서는 그동안 진일보한 현대 기술이 첨가되어 오리지널보다도 소리가 더 윤기와 밀도가 있으며 세련되었다는 것이 중론으로 나와 있기도 하다. 지난달 시청기였던 LS5/8과 이번 호 시청기 차이는 인클로저 크기뿐만 아니라 우퍼가 20cm로 작다는 것. 그러나 트위터는 동일하다.
 함께 매칭한 앰프 시 지난해 들어 본 진공관 앰프로서는 가장 인상적이고 훌륭한 제품. 그래험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유명한 빈티지 애호가였던 형제가 빈티지의 수평적 재현이 아니라 수직적 재현을 목표로 하고 3극관과 5극관을 망라해 여러 기종을 선보였는데, 이미 세계 중심부 모두에 대리점을 확보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으며, 절찬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시청기는 그중에서도 제작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대형 845관을 출력관으로 사용, 대륙의 엄청난 물량 투입이 돋보이는 파격적인 제품이다. 클래스A 증폭 방식으로 채널당 22W 출력을 가지고 있으며 845의 드라이브 관으로 6P3P(6L6G)가 동원되었고(초단관은 12AX7, 정류관은 5AR4), 알프스 볼륨, N-Cap 커플링 콘덴서 정도 외에는 모두 자사제의 부품으로 파워 트랜스, 출력 트랜스도 자사가 설계한 것이다. 전면 패널에는 바이어스 미터가 있어 눈으로 보며 쉽게 바이어스를 맞출 수 있고, 험 밸런스도 조절할 수 있다.
두 시청기의 결합은 최상위 매칭으로, 웅장한 펀치력에 선열감이 어우러지고, 보컬은 매혹적이다. 나무랄 데 없는 재생 음의 표준이라고 단언할 만하다. 오랜만에 명작의 앙상블을 만났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Graham Audio BBC LS5
가격 660만원(로즈우드), 600만원(체리)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0cm, 트위터 Son Audax HD13D34H   재생주파수대역 50Hz-16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7dB/2.83V/m   크기(WHD) 28×46×27.5cm    무게 14kg



Line Magnetic Audio LM-518IA
가격 480만원   사용 진공관 845×2, 12AX7×2, 6P3P×2, 5AR4×1   실효 출력 22W
주파수 응답 10Hz-50kHz(-1.5dB)   S/N비 87dB   입력임피던스 100㏀   입력감도 200mV
THD 1%   크기(WHD) 43×25×36.5cm    무게 3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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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2월호 - 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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