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 INT-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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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 INT-6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5.01.01 00:00
  • 2015년 1월호 (51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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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형이 부럽지 않은 인티앰프의 극한

서서히 타악기의 음량이 커지면서 압박해오는 기세가 남다르다. 이윽고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될 때 놀란 것은 임팩트가 강력한 저역. 불과 60W의 출력에 스피커도 소형기에 속하는데, 이런 저역의 재현은 놀랍기만 하다. 스피커의 우퍼 사이즈가 훨씬 커진 듯한 느낌을 준다. 왜 앰프, 그것도 파워 앰프가 시스템에서 제일 중요한지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인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할 때 파워 앰프를 무척 중요시하는 편이다. 먼저 눈에 띄고, 전체 시스템의 성격을 규명한다는 측면에서 스피커가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난 좀 다르다. 양질의 파워 앰프를 구한 다음, 스피커는 북셀프 정도로 해도 얼마든지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스피커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묵직한 파워 앰프의 존재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하지만 쓸 만한 파워 앰프는 가격이 꽤 나가고, 거기에 양질의 프리앰프를 세트로 맞춰줘야 하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런 차에 만난 패스의 INT-60이라는 인티앰프는 여러모로 흥미를 갖게 한다.
우선 사이즈와 무게가 어지간한 파워 앰프를 뺨친다. 무슨 인티앰프가, 고작 60W의 출력을 내면서, 30kg이 넘는단 말인가? 참, 허무맹랑한 제품 콘셉트일지도 모르겠지만, 정작 음을 들어보고, 그 만듦새를 알게 되면, 상당한 신뢰를 갖게 된다.
참고로 동사에는 이미 몇 개의 인티앰프가 있다. INT-30A와 INT-150이 그 주인공으로, 전자는 순수한 클래스A 설계로 30W를 내는 모델이고, 후자는 클래스AB 방식으로 150W를 낸다. 그런 와중에 최근에 INT-250이 나왔는데, 무려 250W를 낸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겠다. 그럼 대체 INT-60이라는 모델은 뭔가?
얼핏 생각하면 아, 클래스A 방식으로 60W를 내는 모양이구나 생각할 수 있다. 아쉽게도 아니다. 그 절반 정도에 못 미친다. 25~27W 사이라고나 할까? 그럼 굳이 이 제품을 사는 것보다 INT-30A나 INT-250이 낫지 않을까? 그러나 본 기에는 하이 바이어스(High Bias)라는 말이 들어간다. 그렇다. 동사의 파워 앰프들이 0.8 버전으로 진화하면서 장착한 기술이 본 기에 투입된 것이다. 여기서 바이어스 하면 진공관에나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TR에도 필요하다. 특히, 진공관의 특성을 갖는 FET 계열의 소자들엔 정확한 바이어스 조정이야말로 최상의 퍼포먼스를 끌어낼 수 있는 열쇠인 것이다.
또 출력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보자. 대부분 통상의 볼륨으로 음악을 들을 때 보면 실제로 소비되는 출력은 5W 이내다. 1~2W 내에서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클래스A 방식은 다이내믹스가 뛰어나고, 디테일이 좋으며, 스피커 구동력도 대단하다. 단, 발열이 문제여서 아무리 크게 만들어도 대출력을 내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일부만 커버하면, 중요한 음악 신호의 대부분을 커버한다. 그리고 더 큰 음량이나 다이내믹스가 필요할 때 클래스AB로 해결하는 것이다. 즉,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인 셈인데, 아무튼 매우 유용한 콘셉트이다. 솔직히 정공법으로 클래스A 방식의 출력이 20W 이상이라고 하면, 그 자체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프리앰프도 매우 신경써서 만들었다. 패스에서는 파워 쪽은 주로 넬슨 패스 씨가 담당한다면, 프리는 웨인 콜번 씨의 몫이다. 본 기에도 그 솜씨가 단단히 발휘되어 있다. 우선 볼륨단으로 말하면, J-FET 소자를 동원해서 0.001% 이하의 왜율을 실현한 63스텝이 제공되고 있다. 이것은 어지간한 전문적인 프리앰프 못지않은 스펙이다.
파워부를 보면, 아무래도 XA60.8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풀 클래스A 방식으로 만들어진 XA60.8의 성능 대부분을 커버하면서, 전술한 대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마무리 지은 것은,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라서 뭐 괜찮다. 단, 출력 노이즈의 경우, XA60.8보다 약간 높다. 하지만 XA60.8은 외부 프리앰프와 연결하는 과정에서 케이블에 다시 노이즈가 발생함으로, 본 기처럼 일체형으로 구성된 경우 결국 같은 내용이라 보면 된다. 뜯어볼수록 신뢰가 가는 만듦새와 내용을 지닌 인티앰프라 하겠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브로드만의 VC1을 사용했고, 소스기기는 프라이메어 BD32 MK2를 선택했다.

첫 곡으로 들은 정명훈 지휘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중 행진 부분. 서서히 타악기의 음량이 커지면서 압박해오는 기세가 남다르다. 이윽고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될 때 놀란 것은 임팩트가 강력한 저역. 불과 60W의 출력에 스피커도 소형기에 속하는데, 이런 저역의 재현은 놀랍기만 하다. 스피커의 우퍼 사이즈가 훨씬 커진 듯한 느낌을 준다. 왜 앰프, 그것도 파워 앰프가 시스템에서 제일 중요한지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번에는 프리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뒤메이와 피레스 콤비로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를 듣는다. 바이올린의 경우, 결코 날이 서거나, 차갑지 않다. 일정한 두께감을 가지면서 우아하게 연출된다. 그 주변을 부드럽게 감싸는 피아노의 음향은 매우 고혹적이며, 깊다. 두 연주자의 내공이 풍부하게 전달된다.
마지막으로 조수미의 ‘도나 도나’를 들어본다. 두툼한 나일론 줄을 튕기는 기타의 모습이나 다양한 테크닉이 천의무봉으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조수미 보컬, 거기에 환각적인 느낌의 클라리넷까지 뭐 하나 떨어지는 법이 없다. 단출한 편성이지만 공간을 가득 메우는 부분에서 확실히 프리앰프, 파워 앰프 양쪽에서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알게 한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1,200만원
실효 출력 60W(8Ω), 120W(4Ω)
입력 임피던스 45KΩ
볼륨 컨트롤 63
크기(WHD) 48.2×19×54.1cm
무게 49.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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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1월호 -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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