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ham Audio BBC LS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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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ham Audio BBC LS5/8
  • 정우광
  • 승인 2016.01.01 00:00
  • 2016년 1월호 (52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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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오리지널 사운드를 느끼고 싶다면

12인치 구경의 우퍼 소리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처럼 새롭게 들렸다. 풍성한 저음의 울림이 실내를 가득 채워주면서 밀도감 있는 중음역의 보컬은 탄식을 자아낼 만큼 멋들어진 것이었다. 소리가 수월하게 울려 나오면서도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1979년에 발표된 BBC 모니터 LS5/8은 오랫동안 동경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고 일본의 오디오 잡지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제 스피커 시스템보다 월등한 음질을 가졌다고 하는 평가가 올라오곤 하여 과연 어떤 소리를 내어줄까 하는 궁금증만 커졌었다. 당시 우리나라에 오디오 기기는 정식으로 수입되질 않았고, 주한 미군을 통한 우편주문 물량이나 월남 파병 후 귀향하는 군인들이 가져오는 물건 혹은 파독 광부나 간호사들이 귀국 시 가져오는 물건들이 국내 오디오 유통 시장의 주요 공급원이었다. 덕분에 인기 있는 몇 가지의 제품들만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 제품들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에서 생산된 것들이기 때문에 영국에서 발표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접할 수가 없었고, 일본의 평론가들이 평가해놓은 것만으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국 우리가 듣고 있는 시스템보다 더 좋다는 평가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궁금증 때문에 늘 머릿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는 시스템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이러한 제품 중의 하나가 바로 BBC 모니터 LS5/8이었던 것이다.
이 제품이 처음 발표될 당시 그때까지의 BBC 모니터라면 몇 년 앞서 발표된 LS3/5와 비교적 널리 보급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또한 작은 크기임에도 미국이나 일본의 시스템이 따라오지 못할 높은 품격의 사운드를 맛본 이들은 열렬한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LS3/5과 같은 맥락의 사운드로 더 커진 스케일로 재생하여 준다는 LS5/8의 존재는 출발부터 화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후 오디오 기기의 수입이 자유화되었던 1980년대 말 봇물 터지듯이 수입된 오디오 기기들이 밀려왔을 때에는 이미 비슷한 성향을 가진 영국제의 스피커 시스템이 비교적 낮은 가격대로 수입이 되다보니 값비싼 BBC 모니터들은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었다. 게다가 오리지널 LS5/8은 쿼드 405 파워 앰프가 함께 제공되는 액티브 규격을 하고 있어서 더더욱 보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스튜디오의 조정실에서 모니터 용도로 개발된 시스템이 LS3/5였다면 LS5/8은 공개홀이나 공연장에서의 모니터 용도로 개발된 것이었다. 그래서 취급이 용이하도록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고, 파워 앰프를 하부에 부착하여 공연장이나 넓은 면적의 스튜디오에서의 사용에 적합하도록 되어 있다. 인클로저를 구성하는 합판의 두께도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3/4인치 두께의 합판 대신에 1/2인치 두께의 합판을 사용했다. 인클로저의 안길이도 짧게 하여 벽면 부착이 용이하고 측면에 손잡이도 부착되어 다양한 환경에서의 사용이 용이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제품의 요구 사항은 많아지게 되고 규격은 복잡해졌고 당시의 스피커 시스템 제조사로서는 까다롭기만 한 인증 절차 때문에 이를 제작하는 회사도 소수의 회사로 한정되었다. 그래서 수입이 자유화된 이후에도 이 제품은 쉽게 접해볼 수가 없었고 스피커의 유행의 변화에 묻혀 잊힌 제품이 되는 듯하였다. 하지만 오디오 제품의 활황기에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던 제품이니만큼 그 소리를 잊지 못하는 애호가들이 많이 있고 입력 소스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요즈음에 와서는 과거의 명기에 대한 매력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원래의 규격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BBC 규격의 본산격인 영국에서 과거의 규격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회사가 바로 이번에 소개할 그래험 오디오이다.
이들이 처음으로 부활시킨 제품은 베스트셀러 격인 LS3/5였는데, 이것이 많은 관심을 끌고서 새로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게 된 것에 힘입어 부활시킨 제품이 LS5/8이다. 이 제품을 새로 만들면서 원래의 규격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는데, 가벼운 인클로저의 무게를 위하여 1/2인치 두께의 합판을 사용하였고, 사용 유닛도 원래의 제품과 최대한 근접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스피커 유닛의 크기와 배치는 원래의 규격을 따르고 있지만, 우퍼 유닛의 진동판의 재질이 더 가볍고 강성이 높은 소재로 변화하면서 능률이 높아지고 트위터 유닛과의 연결도 더 매끄러워졌다. 가장 큰 변화는 패시브 시스템을 위한 디바이딩 네트워크의 채택이다. 스피커의 설계와 제조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데렉 휴즈 씨의 설계에 의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마무리되는 디바이딩 네트워크의 채택은 앰프의 선택 범위를 넓혀주면서 중음역의 균형감이 더욱 향상되었다.

아캄의 인티앰프 FMJ A49를 연결하여, 프라이메어 BD32 MK2로부터의 음을 들어 본다. 12인치 구경의 우퍼 소리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처럼 새롭게 들렸다. 풍성한 저음의 울림이 실내를 가득 채워주면서 밀도감 있는 중음역의 보컬은 탄식을 자아낼 만큼 멋들어진 것이었다. 소리가 수월하게 울려 나오면서도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완벽하게 제어된 음향에서 나오는 정갈함이 아니라 여유롭고 자유분방한 가운데에서 결코 질서를 흩트리지 않는 음이 새삼 새롭다. 고음역까지의 대역폭도 상당한 수준이며, 막힘없이 그러나 절제된 저음역의 울림은 짙은 여운을 남겨주는 음이었다. 지금도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30여 년 전의 오리지널 시스템이지만 그래험의 제품은 오리지널의 음은 살리면서 많은 정보량을 갖는 현대의 음원 재생에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제품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1,380만원(로즈우드), 1,280만원(체리)   옵션 스탠드(별매)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30cm, 트위터 Son Audax HD13D34H
재생주파수대역 40Hz-16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9dB/2.83V/m   크기(WHD) 46×76×40cm
무게 3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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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1월호 -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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