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re V-15 Type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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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re V-15 Type V
  • 김기인
  • 승인 2015.11.02 00:00
  • 2015년 11월호 (52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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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말 필자가 학생이었던 시절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오디오 단품은 카트리지였다. 카트리지는 타 오디오 단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소위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품목이었다. 더군다나 카트리지를 교환하면 그 조그만 덩치에서 어찌 그리 큰 음질 변화를 느낄 수 있는지 실로 놀라웠다. 카트리지에 따라 음색이나 질감, 다이내믹 등 다양한 오디오 업그레이드를 실현할 수 있어 좋은 카트리지를 보면 그것을 구입하려고 몇 개월씩 용돈을 저축했던 추억이 있다.
당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트리지는 슈어 M-55였다. 전면 번개 마크 밑으로 노란색 바늘 가이드가 보이는 M-55는 당시 마니아에게는 기준 급이라는 표시였다. 그 위로 M-75가 있고, M-91이 고급 카트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 외에 스탠톤 681이나 엠파이어 2000Z, 4000D Ⅲ, EDR-9 등이 초상급기로 거래되고 있었는데, 그런 카트리지는 너무나 고가여서 침만 꿀꺽꿀꺽 삼키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세운상가에 있는 단골 카트리지 가게에 들렀는데, 웅성웅성 사람들이 몰려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새로 카트리지가 미국에서 입수되었는데 (아마 정식 수입품은 아니고 비공식 루트로 들여온 제품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초 하이엔드 슈어 카트리지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슈어 V-15 Type Ⅱ였다. M-55의 4배가 넘는 고가 제품이었는데, 포장도 무척 고급스러웠고, 카트리지 몸체의 반짝이는 미러 코팅이 뭇 오디오 마니아들을 유혹하는 듯했다. M-55와는 격이 다른 카트리지였는데, 우선 스타일러스가 오스뮬 접합 침에서 누드 다이아몬드로 교환되었고, 침선을 날카롭게 가공한 특수 일립티컬 팁이 장착되었다. 캔틸레버는 섬세한 두랄루민 파이프로 교환되었고, 출력은 5㎷에서 3.5㎷로 다운되었지만 주파수 대역은 20-20000Hz에서 20-25000Hz로 확장되었다. 좋은 소리가 날 것이라는 것은 시각적으로도 느껴졌다. 그러나 비용이 문제였다. 결국 있는 돈에 친구에게 거금을 빌려서까지 다음 날 구매하고 말았는데, V-15 Type Ⅱ를 사서 집에 돌아오는 흥분된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더 큰 감동은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처음 들었을 때의 음색이었다. 한없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며, 품격이 더해져서 서민의 사운드에서 귀족의 사운드로 변한 것 같이 달콤했었다. 기타 슈어의 중급 카트리지와는 차이가 너무 커서 이 카트리지의 매력이 이런 것이구나 확실히 알게 되었다.

슈어의 고급 카트리지의 시작은 V-15로부터였다. 그리고 V-15의 절정은 Ⅱ를 이어 Ⅲ에서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V-15 Type Ⅲ은 초기 일립티컬 팁에서 HE(하이퍼 일립티컬), MR(Micro Ridge - 마이크로 리지) 팁까지 이어지며 3세대까지 발전한다. 가장 기준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아날로그 사운드의 정점은 MR보다는 HE 팁에 있다고 본다. MR 팁은 HE 팁보다 섬세한 마이크로 리지라는 에지를 장착해 디테일을 좋게 한 것인데, 무엇인가 본연의 깊이에서 얕아진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Type  Ⅲ의 정점은 HE 팁에 있다.

Type Ⅲ은 후속인 Type Ⅳ로 발전한다. 그러나 Type Ⅳ는 Ⅲ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한다. 그러자 곧이어 대안으로 Type-Ⅴ를 발표한다. Ⅴ는 Ⅲ에 비해 투명한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나름 개성 있는 소리로 인정받고 인기를 얻는다. 기본으로 MR 팁이 장착되어 있고, 정전기를 그라운드시키는 탄소 브러시가 옆에 붙어 있어 Ⅲ과는 외형적으로 확연히 구별된다. Type Ⅴ의 출력은 3.2㎷로 감쇄되었으나 주파수 대역은 10-28000Hz로 확장되었다. Type Ⅴ는 슈어 최고급 사양인 Ultra-500에 자리를 넘겨주지만 아직까지 사용자가 많다. 결국 Type Ⅴ는 V-15의 마지막 주자이며 최종 완성품으로 기억될 것이며, 슈어 카트리지 정점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MM 카트리지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V-15 Type Ⅴ라고 말할 수 있겠다.

V-MR은 초기에 미국에서 생산되었지만 후기 제품은 멕시코제도 있다. 모든 슈어의 카트리지가 그렇지만 멕시코제보다 미국 생산품이 정교하고 소리도 좋다. 물론 현재 거래 가격도 미국 제품이 높다. 카트리지 본체가 미제인 것보다는 바늘이 미제인 쪽이 사운드가 좋고, 초기 제작품들(번개 표)이 제품의 완성도 면에서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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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11월호 - 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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