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B Alpha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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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B Alpha B1
  • 김남
  • 승인 2015.10.01 00:00
  • 2015년 10월호 (51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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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이 풍부하고 만듦새도 견실한 입문자를 위한 스피커

언제부터인가 스피커를 리뷰할 때 항상 색다른 방식을 써 보려고 노력한다. 말하자면 기존의 상식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들어 보고 싶다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이란 무엇일까? 단순하다. 고가의 스피커에는 그에 걸맞은 고가의 분리형 앰프를, 그리고 저가의 스피커에는 저가의 인티앰프를…. 왜 이런 방식이 고정화되다시피 했는지 모르겠지만 현존 모든 리뷰 기사들이 그런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긴 주머니를 절약해 보려고 저가 스피커 한 기종을 들여놓은 사람에게 앰프는 분리형의 고가 제품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도 안 맞는 일이긴 하다. 그래도 저가형 스피커라고 할지라도 내포하고 있는 가용 실력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80년대의 기억이다. 영국제의 보급형 스피커를 저 출력의 인티앰프에 물려 튜너를 주로 듣고 있었는데, 메인 시스템을 마련한 터라 거추장스럽기도 해서 단골 숍에 모두 처분을 하고 말았다. 숍에서 차를 보내 가지러 오기로 한 날 새벽, 연결을 해제하다가 문득 갓 들여놓았던 매킨토시의 분리형 앰프에 연결해 봤다. 송별식 같은 느낌으로. 새벽의 라디오에서는 국악 시간이라 창이 한 가락 뽑아져 나오는데 그 순간 전율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 일찍이 오디오로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처연하고 리얼한 소리가 흘러 나왔기 때문이었다. 오디오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그 뒤로 다시는 그런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는 그 뒤로 스피커보다는 앰프가 2배쯤 더 중요하다는 학설의 신봉자가 되었다. 좋은 앰프에 물리면 저가 스피커에서도 훌륭한 소리가 나온다. 비록 음색이나 고역이 다소 다를지언정 소리 자체는 A급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하다. 어떤 하이엔드의 스피커일망정 저가의 인티앰프 정도로 물리면 제 소리의 절반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1:2의 비율로 앰프를 더 중요시하라고 권유하는 것이 입버릇이 되고 말았다. 화려한 스피커만을 칭송하는 것은 그야말로 허례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예산이 충분하다면 고가의 앰프에 고가의 스피커를 추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저예산인 보통의 경우라면 1:2의 비율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오디오 구입에서 낭비를 최소화하는 첩경이 되기도 할 것이다.

승용차의 경우만 해도 큰 차를 선호하는 대표적인 민족이 우리나라, 대만, 중국이다. 그러한 기질 탓으로 오디오도 영향을 받아 스피커 우선주의가 고착화되다시피 하고 있지만, 이런 관행도 이제는 조금씩 정상화가 되었으면 한다. 오디오에서도 실용주의가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인들은 왜 그렇게 경차를 좋아하는가? 교수고 의사고 변호사고 배우고 간에 일단은 소형차가 기본이다. 최근 신문의 한 인터뷰 기사를 보니 세계적인 유명 배우 소피 마르소를 인터뷰하러 갔는데 시간이 되자 독일의 대중차인 소형 골프를 손수 운전하고 오더라 라고 써 놨다. 우리나라 기자도 상당히 놀랐던 모양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승용차나 오디오 기기 역시 실속 기기가 최상. 요즈음 가격대로서도 저가에 속하는 본 시청기를 보고 있자니 불현듯 그런 생각들이 부단히 떠오른다. 미니 사이즈 스피커는 결국 경차 같은 것인가? 유럽이나 캐나다, 심지어 미국까지 망라하더라도 스피커 중에서 가장 많은 보급을 자랑하는 것은 이런 몇 백 달러짜리의 소형기이다.

오랜 대중 기기의 전문 메이커인 PSB에는 몇 종류의 시리즈가 있지만 이 시청기는 그중 가장 기본적인 알파 시리즈의 제품이며, AV 시스템에서도 보통의 방이라면 메인 스피커로 사용해도 능력이 충분한 수준이다. 컴퓨터와 연결하는 PC 파이 제품으로도 최적의 사이즈와 가격이다. 그리고 감도가 높아서 파워도 10W 정도만 되면 별 저항이 없다.
이 스피커는 특별한 장점을 내세우는 그런 제품이 아니다. 다만 요즈음 젊은 세대가 가격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이 특징이고 가장 큰 장점인 것이다. 이번 호 시청기인 NAD와 물려서 들었다(그 시청기 참조 요망). 솔직하고 낯가림이 없는 소리이며 잠재력이 풍부하고 만듦새도 견실하다.
이 스피커의 네트워크를 풀어서 무극성 전해 콘덴서 대신 몇 만원 투자해 문도르프의 저가격대인 제품인 오디오파일러(M-Cap)로 바꾸고 선재도 교체하니 중역의 윤기와 개방감 등이 얼굴에 미소가 감돌만큼 변모했다는 그런 체험담도 있다. 그런 정도의 개조면 암만 초심자라고 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소리 수준이 단박 2, 3배 더 올라간다고 하니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이런 가격대의 스피커들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 그리고 재미가 아니겠는가. 

수입원 제이원코리아 (02)706-5436   가격 29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3.3cm, 트위터 1.9cm 알루미늄 돔   재생주파수대역 65Hz-21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000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1dB/2.83V/m   권장 앰프 출력 10-90W 
크기(WHD) 17.8×29.9×24.7cm   무게 4.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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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10월호 - 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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