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SR225e
상태바
Grado SR225e
  • 월간오디오
  • 승인 2015.10.01 00:00
  • 2015년 10월호 (519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라도, 3세대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가다

이전에는 헤드폰의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고역은 이런 성향이고, 저역은 이런 느낌, 보컬에서 장점, 힙합에 특화 같은 말들이 손쉽게 흘러나왔다. 브랜드 마다 나름의 사운드적 개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분위기였던 것. 덕분에 자신이 좋아하는 성향에 맞춰, 가격대와 브랜드만 선택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좀 묘해졌다. 장점으로 내세우던 개성들이 조금은 무던해지고, 대부분 ‘플랫한’, 혹은 ‘밸런스 있는’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재미있게도 ‘고역이 강조되는’, ‘저역이 부각되는’, ‘V자 형태의 대역’이라면 왠지 단점인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음악 문화가 바뀐 것도 이런 흐름을 주도한 것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전 시대의 특출한 개성들이 더 그리워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결코 굽히지 않는 몇몇 브랜드가 있다. 그 중에서도 ‘록·메탈’ 하면 이들의 이름을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로 미국의 그라도이다.
앞서 그라도를 변함없는 제조사로 소개했는데, 사실 사운드나 외관에서 조금씩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 세대에는 ‘i’를 붙인 업그레이드 모델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모델명 뒤에 ‘e’를 붙여, 3세대의 리뉴얼 모델을 출시했는데, 사운드적으로는 제법 큰 변화들이 감지된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프리스티지 시리즈의 간판 모델 중 하나인 SR225e를 소개한다.

제품을 처음 받자마자 패키지가 의외로 근사하게 바뀌었다. 물론 패션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패키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전 와이셔츠 박스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에서는 제법 벗어나 있는 인상이다. 무심한 듯한 그라도이지만, 나름 여론은 신경 쓰고 있는 듯하다. 물론 박스 내부의 스펀지는 여전하다.
프리스티지 시리즈 특유의 클래식한 디자인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외관상으로는 이전 모델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구분하지 못할 수 있는데, 하우징에 ‘e’ 마크가 정식으로 붙었다는 것은 나름 큰 변화이다. 참고로 이전 버전에는 ‘i’ 마크조차 붙어 있지 않았다.
e 시리즈에서의 개선점에 대해 제조사에서는 상세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몇몇 정보를 종합해보면 신 설계의 하우징과 다이어프램, 보이스코일 및 케이블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SR225e에서는 UHPLC(Ultra High Purity Long Crystal) 무산소 구리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보이스코일뿐만 아니라 케이블에도 적용되어 있다. 이어 패드는 좀더 커졌다고 하는데, 전작과 직접 비교해 보지 않아서 정확한 크기는 설명하기 어렵다. 유닛은 40mm, 주파수 응답은 20Hz-22kHz, 임피던스는 32Ω, 감도는 98dB로 전작과 스펙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전작에 대한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집중한다. 우선 처음으로 드는 생각. 조금은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진 느낌을 갖게 한다. 에이징 때문인가 생각하더라도, 딱딱하고 경질의 느낌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이어프램, 보이스코일, 케이블 등을 교체하며, 요즘의 사운드 트렌드에 한 발 다가간 듯한 면모까지 어느 정도 엿보인다. 전작과 1:1 비교는 아니었지만, 사운드의 변화는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차갑고 날카로웠던 소리가 진공관을 한 번쯤 거친, 따뜻한 질감으로 변화된 것이다. 얼핏 알렉산드로를 듣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이 나쁘진 않다. 그라도 특유의 음악적 개성은 아직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극한까지 올렸던 포인트를 몇 단계 줄이고, 좀더 좋은 밸런스를 포용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덕분에 이제는 메탈이나 록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끈끈한 무대의 재즈나 질감 가득한 현악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한계점을 확실히 깨부숴버렸다. 물론 금속성 가득한 장르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80~90년대 헤비메탈에서 2000년대 그런지나 브릿팝으로 넘어가는 시점처럼, 좀더 대중적인 관점에서 포용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일 것이다. SR225e를 들어본 바로는 ‘록은 그라도’라는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오픈형의 광활함과 특유의 금속성 질감은 그라도 아니면 이렇게까지 재현할 수 없다.

그라도의 명성만 믿고 전작의 강렬함에 부담스러웠다면, 이번 제품은 꼭 한 번 다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 새롭게 제시해주는 개성적인(?) 밸런스가 꽤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라도는 새로운 세대의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매번 사운드적 변화를 조금씩 이끌어간다. 처음에는 이전 버전을 그리워하게 만들다가도, 결국에는 다시 최신 버전으로 자연스레 포섭시킨다. 한때는 날렵함의 강철 타건을 보여주다가, 노년에 들어서는 조금 느려졌지만 한층 원숙해진 강렬함을 보여주는 피아니스트처럼, 오랜 내공의 고급스러운 사운드가 농익어 있다. 카리스마는 잃지 않고 말이다. 한층 더 고급스러운 사운드로 리뉴얼된 새로운 e 시리즈가 어떤 반응을 이끌어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32만원   유닛 타입 다이내믹, 오픈형   임피던스 32Ω 
음압 99.8dB   주파수 응답 20Hz-22kHz

519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10월호 - 519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