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eq Olympus Tellus

소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

엥트레크 케이블은 국내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엥트레크 마니아를 자청하는 이들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엥트레크 케이블은 필자가 이미 몇 번 시청한 바 있지만, 대부분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음질뿐만 아니라 외관 또한 그랬는데, 점선이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면 피복의 끝에 나무로 된 커넥터가 달려 있다. 그야말로 환경 친화적인 소재로 요즘 사람들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욱 이끌어 내는 제품이다.
이렇게 특이한 모습의 제품들을 개발한 이는 스웨덴의 페르-오를로프 프리베르크(Per-Olof Friberg)이다. 프리베르크는 1980년대 말부터 농사를 지으면서 농기계를 개량해 왔고, 한편으론 음질 개선을 위한 ‘Vibration Eaters’를 스웨덴에서 제조해서 판매해 왔다. 이렇게 음질 개선에 대한 노하우는 각종 특허를 갖는 오디오 랙, 진동 댐퍼, 아이솔레이션 트라이포드 등으로 축적되어 엥트레크의 독특한 케이블, 전원 장치 개발로 이어졌다. 케이블 역시 신호 전송 도중에 발생하는 진동에 대한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에 시청한 엥트레크의 올림퍼스 텔루스(Olympus Tellus)는 외형이 나무 소재로 되어 있고 나무 고유의 무늬가 그대로 살아 있어 첫눈에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 나무로 된 묵직한 사각형의 박스가 바로 엥트레크가 특허 받은 접지 박스이다. 특히 이 제품이 여러 접지 박스 중에서 가장 큰 플래그십 제품으로 상당한 크기와 무게를 자랑한다. 40×20×50(cm, WHD) 크기에 무게는 46kg이나 된다. 이 접지 박스에는 기본적으로 어사 커퍼라는 접지 케이블이 포함되어 있는데, 접지 박스와 연결한 이 케이블을 전기 콘센트에 연결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엥트레크의 접지 케이블을 이 접지 박스에 연결해서 사용하면 되는데, 이번 시청에서는 어사 아폴로 SⅡ 접지 케이블(스페이드-바나나)을 올림퍼스 텔루스 접지 박스에 연결한 뒤 스피커의 - 단자에 연결한 후 그 성능을 평가해 보았다.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들어 보았다. 엥트레크의 올림퍼스 텔루스 접지 박스와 콘센트, 그리고 스피커가 연결되자 전체적으로 해상도가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는 접지 전기를 말끔히 처리해 맑은 소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배음을 더 순도 높게 재생하기에 피아노의 소리가 더 부드럽고 명료하게 들린 것이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의 앞부분을 들었다. 첼로와 바이올린의 음색이 더욱 부드럽고 촉촉하게 들린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에서 이 접지 박스를 연결했을 때는 반주 악기인 저음 현악기가 더 생생하고 에너지가 느껴진다. 조수미의 목소리도 더 맑고 명료하게 들린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제4악장 합창 부분에서는 전체적으로 음향 무대가 훨씬 더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솔로 가수와 합창단의 목소리도 더 자연스럽고 명료하게 들린다.

엥트레크 올림퍼스 텔루스 접지 박스는 겉보기에 커다란 나무 궤짝처럼 보이고, 큰 덩치에 접지 케이블까지 주렁주렁 연결되어 있어서 어찌 보면 꽤 거추장스럽게 보인다. 이제 오디오마다 접지 케이블까지 다 연결할 정도로 음악 감상이 이렇게 복잡해져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일단 올림퍼스 텔루스 접지 박스를 사용해 보면 음질이 많이 좋아짐을 누구나 금방 실감할 것이다. 특히 접지부가 부실하게 설계된 기기일수록 이 접지 박스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음질 개선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고 할 정도로 음질 개선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새로운 음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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