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R사의 천재적 디자이너 에드가 빌쳐는 앰프와 턴테이블, 스피커에 이르는 오디오 전 분야에서 그만의 독특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비교적 저렴한 가정 오디오 시스템을 구사하면서도 디자인 및 사운드 측면에서 오디오 사에 길이 남는 명작들을 수없이 내놓았다. AR 시스템은 고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자신의 오디오 재생기로 사용할 만큼 명성이 있었으며, 미국의 유명한 재즈 뮤지션들 역시 스스로의 오디오 시스템으로 서슴없이 선택한 매력기이다. 또한 그리 모델 변경을 시도하지 않은 AR 리시버와 인티앰프, XA 턴테이블과 AR-1, 2, 3, 4, 5, 6 스피커 시스템은 아직도 현역기로 뛰고 있을 만큼 내구성도 좋고, 특유의 음색이 지닌 끌림으로 인해 계속해서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형편이다.
AR이란 이름은 유명한 AR-1 스피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초대형 플로어 시스템이 하이파이 스피커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을 때로, 1/20의 크기도 안 되는 적은 용적의 어쿠스틱 서스펜션(Acoustic-Suspension) 스피커로 도전장을 내고 당당히 경쟁 대열에 들어섰다. 당시만 해도 스피커 내부를 글라스 울의 흡음재로 채운 밀폐형 스피커는 새로운 것으로, 독특한 음색과 막강한 성능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R-1은 완전 밀폐한 인클로저 내부에 막대한 양의 흡음재를 채워 후면에 돌아다니는 반사파를 흡음해 제거하는 동시에 우퍼 콘지에 강한 제동력을 걸어 우퍼의 진동을 제어하며 사운드를 방사한다. 그리고 38-1000Hz까지는 12인치 우퍼가 담당하고, 1000-13000Hz까지의 상위 중·고역은 그 유명한 W.E. 또는 알텍의 755A 풀레인지 유닛의 후면 개방형 구조가 담당하도록 설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스피커였다. AR-1의 사운드는 현재에 와서도 마니아가 많을 정도로 사운드가 좋다. 비교적 작은 출력의 진공관 앰프로도 드라이브가 가능해서 진공관 앰프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AR-1의 성공에 힘입어 그 다음 제품으로 개발된 것이 AR-2이며, 연이어 명기 AR-3이 발표된다. 이 3가지 모델의 이름에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 AR-1이 풀레인지 개념의 변형을 뜻하는 모델 No.1이며, 2는 2웨이 시스템, 3은 3웨이 시스템을 뜻하는 구조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계속해서 4와 5, 6을 신제품으로 생산해 내는데, 이때부터는 이름이 구조적 의미보다는 연이은 신작 시리즈를 뜻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름이 ‘알파벳 + 숫자’의 단순한 모델명은 원제품의 초기 모델을 뜻하며, 후속적으로 뒤에 알파벳이 더 붙으면서 개량 모델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국내의 실정에서는 개량 모델보다는 원래의 초창기 모델이 인기가 좋은데, 말하자면 3a보다는 3이, 2x나 2ax보다는 2나 2a이, 4x보다는 4가 인기가 더 좋다. AR-1은 개량 모델이 없으며, 다만 우퍼만 장착한 1W가 있는데, 1과는 다른 기능의 스피커로 저역만 재생한다.
특히 개량 모델이 되면서 스피커 유닛의 자기 회로를 알니코에서 페라이트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았다. 잘 알다시피 알니코 자석의 재료인 코발트가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기하급수적으로 가격이 오르자 대체 자석으로 페라이트를 사용해서 원가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자기 회로가 알니코에서 페라이트로 바뀌면서 소리의 품격은 급격히 떨어지고, 음악성도 덩달아 다운되었다.
최근 들어 인기가 급상승한 AR 스피커는 바로 2와 2a다. 개량 모델인 2x나 2ax는 페라이트로 인기가 떨어지는데, 이는 3a의 경우도 페라이트 모델이어서 알니코 버전인 3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2는 주파수 특성이 42Hz-14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7500Hz의 2웨이 서스펜션 스피커다. 초기 과도기에는 2ax나 2x의 경우 우퍼가 알니코형이 있는데, 3a의 경우도 이런 현상은 동일하다. 기존 유닛을 소모하고 신형 페라이트 유닛을 장착해야 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마니아들은 동일 모델이면 알니코 우퍼가 장착된 과도기 스피커를 선호한다. 2는 알니코 10인치 우퍼와 4인치 젠센 콘 중·고역 유닛 2개를 중앙에 각을 두고 장착했다. 중·고역 젠센 콘 유닛 콘지 뒷면에 강하게 석면을 채워 넣어 콘지 움직임을 제동하고 있는데, 이 석면의 양을 조절하면 음색도 크게 변한다. 2는 중·고역 질감이 좋고 사실적인 사운드를 재생하는데, 10W 정도의 진공관 앰프로도 무난히 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