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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안나푸르나 대표 김영훈
글 김문부 기자 2015-09-01 |   지면 발행 ( 2015년 9월호 - 전체 보기 )




오디오 애호가 탐방을 자주 다니면서 터득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인터뷰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기사 콘셉트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 전 촬영을 먼저 하고, 레이아웃을 잡아가면서 몇몇 제품들을 눈여겨본다. 대충 매칭되어 있는 시스템만 보더라도,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어떤 제품에 주력하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몇 가지 제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디오랙을 가득 채운 바쿤의 제품들과 택트 스탠드 위에 올려진 커다란 스펜더 스피커. 음악을 몇 소절 듣기도 전부터 왠지 좋은 사운드가 나올 것 같은 조합이다. 음악, 책, 그리고 오디오로 자신의 인생을 요약하는, 출판사 안나푸르나의 대표, 김영훈 씨의 집을 방문했다.
안나프루나는 우리에게 본지 필자로도 활약 중인 최윤욱 저자의 <LP와 턴테이블, 아날로그 오디오의 모든 것>의 출판사로 잘 알려 있는데, 소규모 출판사이지만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폴 메카트니>, <영국인 재발견> 같은 베스트셀러들을 선보이며 화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어릴 적부터 그는 오디오보다 음악에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늘 음악과 함께 했던 아버지와 삼촌의 영향으로, 전축에서는 항상 판이 돌아가고 있었다. 레드 제플린의 4집 앨범, 비지스의 ‘Saturday Night Fever’ 등 그때를 기억하는 선율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도 용돈을 받으면 LP 가게로 달려가곤 했는데, 그때의 음반들이 지금도 장식장 속에 자리 잡고 있을 정도로 소중하다. 그렇게 LP를 하나둘 쌓아갈 때쯤, 라디오에서는 김기덕 진행으로 <콤팩트 디스크쇼>라는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당시 CD로 몇 곡의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그때의 음질은 지금으로서 도저히 상상조차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던 것.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CD의 시대가 찾아왔다. 개인적인 큰 결심으로 알바를 하고, 동네 대리점에서 첫 CD 플레이어로 해태의 제품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의 아트 록 그룹인 누오바 에라의 <L'Ultimo Viaggio>. 처음으로 산 CD로 기억된다. LP를 한창 들을 때도, 하드 록, 프로그레시브 록을 즐겨 들었는데, CD에서도 비슷한 장르들로 출발했다고 한다. 물론 이후에는 재즈, 스탠더드 음악, 클래식들로 장르들을 넓혀갔지만….


음반을 사고, 음악을 듣는 것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참 즐거웠다고 추억한다. 당시 집에 있던 전축은 얼마나 음악을 들었는지, 모든 부분이 다 닳아버렸을 정도. 중·고등학교 때도 해적판, 라이선스를 가리지 않고, 돈이 생길 때마다 음반 구입에 열중했다. 학교를 다닐 때는 키스 랠프 이후의 르네상스 앨범들에 그렇게 빠졌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CD에 조금만 늦게 빠지고, 그때 LP를 더 구입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가진다고 한다. 가격이 한참 올라버리고, 이제는 구하기조차 힘든 가요 음반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당시 1000원에 구입한 음반이 지금은 수십만원 이상이 되어버린 것도 있다.
그렇게 음반과 음악의 재미에 푹 빠진 시절, 직장이 생기고, 돈이 차츰 모이고, 본격적인 오디오에 대한 갈망이 시작되었다. 99년으로 기억되는데, 코플랜드의 CTA-401을 첫 앰프로 정했다. 진공관 앰프의 따뜻하고, 무난한 느낌이 꽤 마음에 들었던 것. 매칭 스피커는 로이드의 더블렛이라는 제품이었는데, 작고 슬림한 크기에, 디자인 역시 만족스러웠다. 그에게는 재미있는 버릇이 있는데, 자신의 제품들을 오디오 숍에 직접 들고 가서 매칭해본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제품들의 매칭에서, 어떤 제품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도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실제 로이드의 더블렛을 고른 것도 숍에 들고 가기에 부담되지 않았다는 말도 웃으며 언급한다. 처음 제품들을 무겁게 집에 들고 오며, 잠을 잊어버릴 정도로, 음악을 들었는데, 그때의 그 소리가 지금의 기준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그때의 감동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당시 리키 리 존스, 레인보우, 글렌 굴드 참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즐겁게 들었다고 묘한 미소를 보낸다.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담담하게 소리를 전하는 성격, 그 덕분에 코플랜드로 참 오랫동안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진공관을 무려 3번이나 교체했을 정도니, 그 기간이 참으로 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진공관 사운드에 조금씩 무뎌갈 때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진공관의 예열 시간도 나름 부담이 되어, 진공관 앰프는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당시 인기 있었던 크렐의 인티앰프에 관심을 가졌고, 다음 앰프로 이 제품을 들이게 되었다. 스피커도 그레이드를 높여, 프로악의 D18을 매칭 스피커로 선택했는데, 소문만큼 꽤 멋진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특히 프로악 특유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끌렸는데, 지금도 스피커 선택에 있어 이런 면모는 꽤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렇게 프로악의 매력에 빠지면서, 자연히 매칭이 좋다는 네임의 제품에 눈길이 갔다. 부랴부랴 네임의 슈퍼네이트와 하이캡 조합을 들어보았는데, 소문대로 만족도는 확실했다. 특히 올라운드 성향으로, 다양한 음악을 듣게 하는 매력은 크게 기억에 남았다. 덕분에 지인들에게도 네임의 제품들을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영국의 유명 스피커들을 모두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베스의 P3ESR까지 들여놓게 된다. 공간적인 한계 덕분에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스펜더로 이어진 발판이 되기도 했다. 오디오 취미를 가지면서 느낀 것은,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자신의 공간 및 크기에 맞지 않거나, 스피커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기기의 가치나 성능은 현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오디오 시스템을 작은 방에 설치해두었는데, 전혀 소리가 나오질 않아 지금의 거실에 세팅하게 되었다. 참고로 스피커 위치 조절만으로도, 케이블 교체 못지않은 효과가 나온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렇게 네임의 제품에 적응될 때쯤, 지인이 앰프 하나만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탄노이를 쓰고 있었는데, 탄노이와 매칭할 만한 제품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네임과 레벤이 생각났기에, 아는 오디오 숍에서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옆에 보이던 바쿤의 제품에 자꾸 눈길이 갔다. 별 기대 없이 바쿤의 SCA-7511 MK3을 매칭해서 들었던 것인데, 그 첫 소리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지인의 제품을 구해주러 갔다가, 자신이 빠져드는 묘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네임의 슈퍼네이트 2가 출시되었으니,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선뜻 바쿤의 PRE-5410 MK3과 AMP-5521을 구매해버렸다. 이왕 바꾸는 것, 최상급기로 가자는 욕심도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대만족. 어느덧 바쿤 전도사가 되어버릴 정도로, 이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졌다. 바쿤 유저들이 왜 그렇게 거듭 들어보라 강조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할까. 덕분에 마크 레빈슨과 같은 대형 앰프에, 아큐톤 유닛이 겹겹이 장착된 대형 스피커에 대한 꿈이 조금은 미뤄졌다.


그가 바쿤에 빠지게 된 이유는 꽤 간단하다. 그 어떤 제품보다 왜곡이 적고,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오디오보다 음악을 더 좋아한다는 그에게 이 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엔지니어가 녹음한 그 원래의 소리, 그것을 바쿤에서 느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바쿤의 DAC-9730을 추가하고, EQA-5620 MK3 포노 앰프까지 구성하게 되었다. SATRI 회로, 회로의 정밀성, 많은 정보량 등 바쿤을 이야기하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역시 ‘원음을 향한 충실한 재생’이 가장 와 닿는다고 이야기한다. 평범한 카피 문구일지도 모르지만, 바쿤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라는 것이다.
녹음된 그대로의 사운드를 전하는 것도 바쿤에 빠지게 된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바쿤 덕분에 옛날 음반들을 제법 꺼내보는데, 그 당시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들을 심심치 않게 잡아낼 수 있다. 마치 리마스터링된 음반을 새로 듣는 기분이랄까. 바쿤은 정말 직접 청음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스펜더 SP100R2을 들여놓게 된 것도 바쿤 덕분인데, 출력의 부족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구동력을 보여주었다. 집을 방문하는 지인들도 스펜더에서 이런 자연스러운 통울림과 소리를 경험할 수 있냐고 탄복하기도 했다. 물론 스펜더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의 하이엔드 제품들과도 견주어도 될 만큼 멋진 변화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네오복스 케이블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국산 제품임에도 뛰어난 실력에 놀랍기만 하다. 연결하자마자 시스템 전체의 사운드를 업그레이드시킬 정도로 큰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 무엇보다 소리가 깨끗해진다는 인상인데, 이 정도 가격으로 이렇게까지 고급기의 품격을 보여준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사실이다. 덕분에 주력 시스템에는 네오복스의 케이블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참고로 그는 국산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제작자와 유저들 사이의 피드백이 좋다는 것이다. 국내 오디오 시스템의 실정을 잘 알고 거기에 맞는 대안을 주는 것은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가격 역시 수입품에 비해 저렴하다.


재미있게도 음반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오디오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고, 오디오에 주력하는 사람들은 또 고음질 오디오파일 음반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오디오 취미에 빠져 있지만, 역시 그 취미의 본질을 음악에 있다. 지금도 새로운 오디오를 구입했을 때보다 숨겨진 새로운 명반을 발견했을 때가 더 즐겁다고 한다. 오디오는 그 음악적 감동을 증폭시켜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LP는 3500장, CD는 8000장으로 많은 음반들을 수집하고 있지만, 아직도 추가해야 할 아이템들이 많다고….
주위의 지인들이 어떻게 오디오를 시작하고,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하는지 물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하는 이야기는 예산을 너무 과하게 잡지 말고, 현찰로 부담할 수 있는 정도에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오디오를 가격 때문에 막연히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산을 부담스럽게 책정하지만 않는다면, 적당한 가격에도 충분히 즐거운 오디오 취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의 생각으로는 300만원 정도 예산을 잡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스피커 100만원, 인티앰프 100만원, 소스기기 100만원 정도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어떤 취미든 돈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느 정도 타협만 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최고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음악 덕분에 오디오를 구입했지만, 또 오디오 덕분에 더욱 다양한 장르의 음반들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자신의 음악적 성향 자체가 바뀌어지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록만 듣다가도 클래식, 재즈 등으로 레퍼토리를 늘려가고, 또 다시 록을 듣게 되고, 스탠더드 곡들을 찾게 되고…, 이런 사이클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음악을 들어왔지만, 또 더 길게 남은 시간 동안 오디오와 음악이 함께 할 것이다.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스펜더 SP100R2  프리앰프 바쿤 프로덕츠 PRE-5410 MK3  파워 앰프 바쿤 프로덕츠 AMP-5521
D/A 컨버터 바쿤 프로덕츠 DAC-9730  SACD 플레이어 에소테릭 X-05  블루레이 플레이어 오포 BDP-103
네트워크 플레이어 마란츠 NA7004  턴테이블 웰템퍼드 클래식, AR-XA
카트리지 오토폰 MC30 슈퍼, 테크니카 모노  포노EQ 바쿤 프로덕츠 EQA-5620 MK3, 그래험 스리 솔로
전원장치 모세 오디오 M-60, 스와니 오디오 3680  스피커 케이블 네오복스 오이스트라흐 MK2
인터 케이블 네오복스 오이스트라흐 MK2, 크리스털 케이블 크리스털커넥트 마이크로 다이아몬드 RCA
파워 케이블 네오복스 타르타니, 킴버 케이블 PK14, 오야이데, 오디언스, JPS  액세서리 택트 컬럼 스탠드, 이퀴톱-S

<Monthly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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