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ftsmen Solit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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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ftsmen Solitaire
  • 김기인
  • 승인 2015.08.01 00:00
  • 2015년 8월호 (51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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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츠맨이라는 진공관 앰프 회사는 생소하다. 가끔 사운드크래프트라는 진공관 앰프 제조사의 제품은 눈에 띄었으나, 이 앰프는 정말 필자로서도 생소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도 충실해 필자가 약 20여 년을 소장해 오던 터였다. 그리고 솔리테어라는 모델명도 너무도 마음에 들고, 시적 분위기까지 돋우는 바가 있었다. 이른바 장인들의 고독한 카드놀이쯤으로 해석되는 이 제품은 50년대 말쯤 생산품으로, 진공관 모노 인티앰프다.
처음 이 앰프 한 짝을 구했을 때만 해도 뭐 노력하면 나머지 한 짝도 구해 완성된 스테레오 시스템으로 세팅하는 것은 시간문제겠지 했건만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도대체 동일 제품의 모노 인티앰프는 정보조차도 입수할 수 없었다. 몇 번 처분할까도 생각했지만 그 내용이 너무 충실해 내칠 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이사 다니면서 정도 든 터라 10년 이후부터는 순 정으로 필자의 오디오 장식장 한 구석에서 오디오 다방의 마담처럼 자리하며 필자의 얼굴만 바라보고 고독한 심정을 하소연한 모노 앰프였다.

15년쯤 지나자 이제는 짐스러워 아예 창고로 옮겼지만, 어느 날 창고 속에서 울먹이며 녹스는 부품들이 꿈속에 나타나 다시 장식장 내부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물론 짝을 맞추리라는 생각은 이미 잊은 지 오래인 상태에서 말이다.
그러다 20년이 지난 지난주 청계천을 걷다 길거리 초라한 노점에서 모노 튜너와 함께 역시 외롭게 놓인 솔리테어 한 짝을 발견했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야말로 기쁨이 머리끝까지 솟아올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심정으로 주인에게 가격을 물어봤다. 필자 입장에서는 튜너가 필요 없는지라 모노 인티앰프만 구매하겠다고 하니 함께만 판매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가격을 묻자 너무나 저렴하게 제시해 선뜻 지불하고 차에 실었다. 결국 짝을 맞추네 라고 외치며 신에게 감사 기도까지 마친 상태였다.
집으로 운반해 두 기계를 동시에 뜯어 나란히 놓고 내부를 살폈다. 시리얼 넘버도 몇 번 차이 나지 않아 모든 부품이 동일했다. 더구나 전원을 넣어 보니 험 하나 없이 즉시 완벽한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가 소지하고 있던 모노 앰프는 이미 완벽하게 수리해 놓은 터라 쉽게 스테레오 구성의 음악 감상이 가능해져 소리를 들어 본다. 한 마디로 무색무취의 순수하고도 정갈한 뒷맛을 풍기는 두툼한 사운드다. 모델명같이 음색이 밝지는 않으며, 매 순간 순간 숙연한 자세로 음장을 펼쳐 나가는 것이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탄노이보다는 알텍에 상성이 좋으며, A-5에서도 그리 강하다는 느낌 없이 수더분한 보컬 디테일과 현의 질감을 살려 주고 있었다.

단 하나 문제점은 로우 필터와 하이 필터 스위치의 접점 이상으로 노이즈가 뜨는 것이었는데, 내부에서 접점을 바이패스 하도록 연결하니 명료하고도 질감이 살아나는 음색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피셔 리시버의 테이프 모니터 스위치를 바이패스 하는 것과 같은 음질 향상을 즉시 느낄 수 있었다.
솔리테어의 관 구성은 프리단에 6U8과 12AX7 각 1개, 포노단에 12AX7 1개이며, 드라이브단에는 6SL7 1개, 출력관으로 6L6 2개가 사용되었고, 정류관으로 5V4를 장착하고 있다. 내부에는 프리단과 파워단을 중간 섀시로 구획지어 놓았고, 최단거리 배선 원칙으로 프리단 입력이 중앙 프리단 섀시 하부로 들어가게 설계되었다. 이는 순전히 음질을 위한 배려인데, 사용 면에서는 불편한 바가 있다.
내부를 보면 정말 장인의 제품이라는 느낌이 확연하다. 커플링 콘덴서는 스프라그 범블비, 굿올 촛농, 블랙켓 등을 선별해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 이렇게 다양한 메이커의 커플링 콘덴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음질적인 동기에서 진행된 발상이라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저항도 여러 가지 타입을 선별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배선을 최소화해 파트 투 파트로 부품을 단자에 직접 납땜한 회로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생산된 지가 60여 년이 지난 제품이 아직까지도 거의 완벽한 기능을 행한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두 대를 나란히 놓으니 시각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부룩의 인티앰프가 생각나는 디자인이며, 음색도 비슷한 바가 있다. 최근 들어 필자를 감동시킨 인티앰프 세트로, 기다림의 미학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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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8월호 - 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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