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y SE-1 300B Single-Ended Power Amplif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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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y SE-1 300B Single-Ended Power Amplifier
  • 김기인
  • 승인 2015.07.01 00:00
  • 2015년 7월호 (51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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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마니아에게 300B는 진공관의 기본으로, 항상 고향처럼 존재하는 향수 어린 관이다. 모든 클래식 음악을 섭렵하고 결국 돌아가는 곳이 바흐 음악이듯, 또한 모든 진공관 앰프를 섭렵하고 돌아가는 곳도 300B 앰프다. 300B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고 또한 가장 완성도 높은 사운드의 거봉이 바로 300B 싱글 앰프인데,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본 앰프 W.E. 91B가 바로 300B 싱글이며, 86이 300B P.P. 파워 앰프다. 잘 알다시피 91B가 1억원 대를 넘어서는 고가의 앰프이다 보니 갖고 싶은 마음이야 하늘같지만 웬만한 봉급쟁이 경제력으로는 그저 꿈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를 카피한 국산 제품에서부터 이웃 일본의 복제품을 비롯해 중국산 짝퉁까지 실로 다양한 91B 레플리카가 존재해 왔다.
그리고 그를 넘어서 새롭게 개량된 저가의 300B 싱글 앰프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90년도 중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된 소리를 들려주었던 것이 바로 미국 캐리 사의 SE-1 싱글 엔디드 파워 앰프다. 출하 당시 세트론 300B 관과 텅솔 6SL7의 미제 관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었는데, 후기로 가면서 미국 생산 신관 W.E. 300B와 레플리카 텅솔 6SL7로 바뀌어 간 기억이 난다. SE-1은 스테레오 모델로, 간단하게 드라이브관 6SL7과 출력관 300B 각 1개씩으로 각 채널을 구성하는 극히 단순한 싱글 스테레오 파워 앰프였다. 물론 파워 트랜스와 출력 트랜스는 캐리가 직접 감은 것이고, 섀시도 비교적 심플해 고가품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섀시 양면에 원목 손잡이를 부착해 멋을 낸 것이 전부다. 그리고 내부 부품들은 모두 하드와이어링 방식으로 결속하는 구형 진공관 앰프의 회로 기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즉, 가장 단순한 회로로 300B 싱글의 맛을 최대한 추구한다는 것이 이 앰프의 모토다. 그러나 SE-1에 어떤 관을 꽂느냐에 따라 그 음색이나 깊이는 대단히 큰 폭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아서 비교적 충실하게 회로를 구성했다고 판단했다.

모든 300B 앰프들에 있어 300B 관의 퀄러티는 그 앰프의 퀄러티를 좌우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 점도 충실한 회로와 출력 트랜스가 전재되어야만 가능한 것이기에 SE-1의 충실도에 우선 신뢰가 갔다. 구형 W.E. 각인 300B의 경우 개당 400만원을 호가하고, 프린팅 관의 경우도 개당 200만원을 넘어선다. 상태에 따라서 관 값이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인 시세로는 그렇다. 후기 리바이벌 W.E. 신관의 경우도 최근 공장 이전에 따른 가동 중지로 개당 40만원 정도 하던 것이 100만원을 넘어섰고, 새롭게 생산된 체코나 중국, 러시아제 300B의 경우도 10~60만원 사이에서 실로 다양한 품질의 관이 수입·판매되고 있다.
당연히 SE-1에 구관 W.E. 300B를 장착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신관 W.E. 300B를 장착하기에도 부담이 가서 원래 꽂혀 있던 세트론 300B와 중국제 및 러시아제 300B 관을 번갈아 장착해서 음질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세트론 300B는 미국관으로, 내부 구조는 W.E.와 동일하다. 전반적 사운드 역시 W.E.와 비슷하지만 고역의 뻗침이 덜하고 중역의 온화함이 날렵하며 뿌듯한 느낌이 모자란다. 그러나 전반적 음질은 그렇게 나무랄 데가 없고, 오히려 W.E. 신관에 비해서는 투명도가 더 높아 경쾌한 뒷맛의 여운을 남기는 특징이 있다. 물론 이 세트론 300B 역시 최근 들어서는 구하기 쉽지 않으며, 가격 역시 만만치가 않아 개당 70만원 내외에서 거래된다.
세트론 300B와 비슷한 사운드를 내는 관은 골든 드래곤 300B로 슈광의 선별관인데, 중국제 관치고는 밸런스도 좋고 고역의 뻗침이나 경쾌함에 부족함이 없지만 무언가 조여 주는 긴장감은 떨어졌다.
다음은 다국적 기업인 푸스반느(Psvane)의 300B를 장착해 보았다. 푸스반느 300B는 소위 먹관 300B이며, 베이스를 알루미늄으로 감싸고 접속 핀을 모두 금도금해서 시각적인 화려함이 돋보였다. 내부 구조는 역시 일반적인 중국산 300B와 유사했지만 소리는 전혀 달랐다. 주파수 대역이 저역 쪽으로 치우치며 유하고 볼륨감이 있는데 반해 고역 쪽의 뻗침이 월등히 떨어진다. 부드럽고 양감 있는 저역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섬세한 고역이라는 측면에서는 모자란다.

마지막으로 최근 생산된 캐리의 300B를 장착해 본다. 이 관은 베이스가 사기이며 역시 핀이 금도금되어 있다. 플레이트에는 스몰 펀칭이 되어 있는 특징이 있고,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들다. 옆에 캐리 마크가 있어 선별관임을 나타내 주는데, 모든 면에서 중립적 음질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역은 깊이 있고 온화하며 힘이 있어 박력이 넘쳤다. 캐리 수입사 가격으로는 일반 중국산의 2배 정도의 가격에 판매해 푸스반느 300B 가격과 엇비슷했다.
결국 골든 드래곤 300B관이 가장 저렴했지만 사운드 측면에서는 가장 앞선다는 느낌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SE-1이었지만 300B 싱글 앰프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웬만한 스피커는 무난하게 울릴 수 있는 저력과 음색은 모처럼 고향을 느끼게 하는 따뜻함이 있어 좋았다. 최근 들어 300B 관이 저렴해져 누구라도 300B 싱글 정도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앰프가 되었다. 오디오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 300B에 전전긍긍했던 옛날 생각이 나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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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7월호 -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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