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Audio T-2000 MK2
상태바
Allnic Audio T-2000 MK2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5.04.01 00:00
  • 2015년 4월호 (513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연 올닉이구나! 탄성의 신제품을 만나다

레드 제플린의 ‘All My Love’를 듣는다. 킥 드럼의 펀치력에서 존 본햄이 환생한 것 같고, 배후를 감싸는 신디사이저의 신비한 음향은 곡에 더욱 깊이를 더해준다. 보컬의 능수능란한 표현력, 기타 애드리브의 신경질적인 느낌 등이 어우러지면 더 이상 메모를 쓸 수 없다. 이제부터 음악을 즐기면 되니까.

리뷰를 위해 올닉의 신작 T-2000의 전원을 넣고, CD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가벼운 탄성이 나왔다. ‘역시 올닉이구나’ 싶었다. 과연 오디오에서 내공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고, 그것은 결코 시간만 갖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기술력과 음에 대한 철학이 개재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본 기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들려줬다.
최근 올닉이 주로 사용하는 출력관은 KT150이다. 그간 여러 관을 사용하면서 내린 최종 결론이고, 실제로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이것을 트라이오드 혹은 펜토드 모드로 전환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를 쓰면 3극관 특유의 투명하면서 디테일한 음을 즐길 수 있고, 후자를 쓰면 보다 강력한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을 체험하게 된다. 아마 매칭되는 스피커의 성격에 따라 이 옵션이 결정될 것이다. 아무튼 하나의 앰프로 두 가지 개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장점이라 본다.
본 기의 출력은 8Ω에 채널당 80W. 사실 진공관 파워로 70W라면 생각보다 훨씬 구동력이 뛰어나다. 어지간한 스피커는 말 그대로 갖고 논다. 그러나 단순히 힘으로만 미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해상력과 다이내믹스를 갖추고 있어서, 이 부분이 큰 장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한편 본 기에서 제일 주목할 것은, 앰프를 구성할 때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 즉 오로지 두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입력단과 증폭단. 즉, 입력된 신호를 바로 증폭한다는, 아주 심플한 개념이다. 물론 이런 미니멀한 결론에 다가가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본 기의 최대 미덕이 있다. 무엇보다 신호 경로가 짧을수록 스피드가 올라가고, 중간에 일체 걸리적거리는 게 없어서 왜곡에서도 자유롭다. 이 싱싱하고, 투명한 음의 배경에는 이런 기술적 성취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본 기의 진공관 구성을 보면, 6485에서 입력된 신호가 D3a 드라이빙 관을 거쳐서 KT150으로 증폭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이 과정에서 D3a는 3극관 모드로 동작하며, 5KΩ의 로드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것은 20mA라는 전류를 통하게 만든다. 통상 12AU7이나 12BH7을 쓰면 47KΩ의 로드에 2~3mA의 전류밖에 걸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하면 얼마나 큰 이점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노이즈를 대폭 낮추고, 왜곡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출력 트랜스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통상 이런 트랜스를 만들 때, 2차 권선을 4, 8, 16Ω으로 나눠서 구성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매칭 스피커에 맞게 Ω을 결정해서 쓰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매칭되는 Ω의 2차 권선만 작동하고, 나머지는 아이들 상태로 놔둔다는 것이다. 만일 4Ω을 선택하면 8Ω과 16Ω은 노는 식이다. 둘째는 그 아이들 상태라는 게 그냥 죽어 있는 게 아니라 슬그머니 나쁜 전자파를 방출하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이게 어떻게든 음에 간섭하는 것이다. 바로 올닉은 이 부분을 개선해서, 어떤 Ω을 선택하든 출력 트랜스 전부가 동작하도록 제작했다. 그에 따른 이점은 두말하면 잔소리.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상단 양쪽에 배치한 아날로그 미터다. 이것은 출력관의 바이어스 상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각각 좌우 채널을 담당한다. 사실 이 바이어스 조정은 진공관 앰프를 사용할 때 꼭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이게 별도의 감시 회로를 통해 미터기로 나타나는 만큼, 상당히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펜오디오의 신작 레벨 3을 사용했고, 소스기기는 뮤지컬 피델리티의 M6SCD. 우선 카라얀 지휘, 무터와 요요 마 등이 함께 한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를 듣는다. 초동부터 감이 다르다. 확실한 해상력과 구동력이 펜오디오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올려놓는다. 긴박하게 악단이 움직이고, 차례로 솔로가 등장하는 드라마틱한 순간이 너무 생생해서 가슴이 뛸 정도다.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뒤메이와 피레스가 함께 한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 두 악기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유연하면서 환각적인 음색을 가진 바이올린이 전면에 부각된 가운데, 그 주변을 은은히 피아노가 감싼다. 부드러우면서 사려 깊은 터치에 긴 잔향. 이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을 감고 조용히 음악에 침잠하는 것뿐이다.
마지막으로 전혀 반대 분위기의 레드 제플린의 ‘All My Love’를 듣는다. 킥 드럼의 펀치력에서 존 본햄이 환생한 것 같고, 배후를 감싸는 신디사이저의 신비한 음향은 곡에 더욱 깊이를 더해준다. 보컬의 능수능란한 표현력, 기타 애드리브의 신경질적인 느낌 등이 어우러지면 더 이상 메모를 쓸 수 없다. 이제부터 음악을 즐기면 되니까.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850만원   사용 진공관 KT150×4, D3a×4, 6485×2   실효 출력 80W 
주파수 응답 20Hz-20kHz   전압 게인 +35dB   입력 임피던스 10KΩ   입력 감도 400mV 
댐핑 팩터 7   디스토션 0.2%   크기(WHD) 43×24×43cm   무게 40kg

513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4월호 - 513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