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스피커가 일반화되면 오디오 시장도 상당히 정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저렴한 소출력 앰프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고가의 하이엔드 앰프에서 벗어나 오디오 생태계가 한 번 뒤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그 기폭제가 혼 스피커로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는 가지고 있다.
지난 호에 동사의 같은 모델 중에서 막내 모델인 소형기 오르페오 스피커를 들었다. 그리고 감탄했다. 감탄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냉소만이 횡행하는 현실 속에서 감탄의 대상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나 다름없다. 오디오가 됐건 무엇이 됐건 말이다. 감탄하는 것도 그럴 만한 정신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박수를 칠 수 있고, 때로는 기립 박수도 서슴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건강한 국가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시청기는 지난 호에 소개한 오르페오의 위 모델인데, 소형기인 오르페오처럼 18cm짜리 혼에 트위터가 내장되어 있고, 이것이 2kHz 이상을 커버한다. 당연히 음의 중·고역이 혼을 통해 방출된다. 그리고 혼과 엇비슷한 크기의 우퍼가 하나로, 구성은 오르페오와 동일하지만 인클로저 크기가 큰 톨보이 스타일이며, 90년대에 처음 나왔던 제품들과는 미세하게 달라서 S2로 명칭도 달라졌다.
톨보이 스타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 당연히 저역이 증가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형기에 비하여 다소 느긋한 성향으로 달라졌다. 그러나 중·저역 이상은 소형기와 대등하기 때문에 그쪽이 더 빈약하고 이쪽은 풍요롭다는 것과는 다른 차이이다. 저역의 차이라는 것은 사실 미미해 굳이 수치를 거론한다는 것도 어렵다. 간결한 것을 좋아한다면 소형기를, 조금 더 여유 있는 저역이 필요하다면 이쪽을, 그런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이 메이커는 1987년에 설립되었고, 90년대에 들어와 합판으로 만든 구형의 혼을 개발해 오데온 스피커 라인을 발표했는데 그 당시 굉장한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새롭게 버전업해서 재등장하니 즐겁다. 이 제작사는 독일에 있으며, 지금도 독일의 대표적인 혼 스피커 전문 생산 업체로 알려져 있다. 목재 혼을 제작하는 것이 까다로워 별로 대량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보급이 여유롭지는 않지만, 유럽이나 러시아 쪽에서 유명세를 날리고 있기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그래서 오데온에게 자극을 받아 혼 타입 제품이 몇 군데에서 제작되고 있지만 아직 오데온의 명성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참고로 오데온(Odeon)이라는 명칭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 극장(오데옹)의 이름이기도 하고, 그보다 더 앞서서는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 있었던 극장 명칭이기도 하다.
혼 스피커가 일반화되면 오디오 시장도 상당히 정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저렴한 소출력 앰프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고가의 하이엔드 앰프에서 벗어나 오디오 생태계가 한 번 뒤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그 기폭제가 혼 스피커로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는 가지고 있다. 사실 스피커를 이것저것 쓰다 보면 한 번쯤은 혼 제품을 거치기 마련인데, 그러다가 혹시 더 좋지 않을까 싶어 이동하게 되고, 그런 분의 십중팔구는 혼 타입이 더 좋았다고 뒤늦게 탄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지금은 소출력에다가 가격도 저렴한 싱글 진공관 앰프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으니 혼 스피커를 사용하기 가장 좋은 호시절이 아닐까?
트위터를 목재 혼으로 감싼 이 모델은 임피던스 8Ω, 감도가 91dB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소출력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된다. 바닥에 작은 덕트가 있으며, 크기에 비해 인클로저는 다소 육중하다. 저역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형기는 통 울림을 활용하지만, 이런 사이즈부터는 저역을 오히려 제어하기 위해 두껍게 통을 짜기 때문이다. 저역은 43Hz부터 시작하니 이 사이즈로서는 상당히 낮은 편. 그리고 제품의 됨됨이를 나타내기 위해 후면에 작업자의 친필 사인과 출고 번호가 적혀 있는 것도 단순한 것 같지만 드물게 보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혼 스타일로 상당히 고가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혼을 만드는 목재를 희귀 목으로 수 가공을 한 점 때문이고, 또 혼에 특수 재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제품의 혼은 그냥 합판을 정밀 가공한 기계 공정의 제품이다. 그래서 가격이 비교적 저가에 속한다. 일반적인 혼을 쓰느냐, 고가의 희귀 목으로 된 혼을 쓰느냐는 구매자의 취향이니 참견할 바가 아니다. 다만 소리의 영향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스피커를 이번 호 시청기인 트라포메틱의 익스페리언스 2 인티앰프(300B 싱글 앰프)와 매칭한다. 지난 호에는 오르페오를 같은 메이커의 EL34를 한 알씩을 사용한 아리에스 인티앰프와 매칭해서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익스페리언스 2의 출력은 역시 8W로 A급 싱글이다.
이 스피커는 해외에서도 소출력의 진공관 앰프와 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역시 행운의 소리가 나왔다(이번 호 시청기인 앰프 기사 참조 요망). 똑같은 표현이다. 오디오의 복권이라고 생각이 든다. 다만 300B의 특성상 밀도감은 EL34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순수한 맛은 이쪽이 더 상질이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그런데 나와 주는 소리는 이보다 10배쯤 비싼 매칭에서도 쉽사리 찾아보기 힘든 수준. 이런 행복을 맛본다면 고가의 오디오에 대한 미련이 가실 것이다. 워낙 헛된 욕심을 가진 사람이 많긴 하지만.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740만원 구성 2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7cm, 트위터 2.5cm(혼 18cm) 재생주파수대역 43Hz-21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000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1dB 크기(WHD) 26×106×38cm
무게 25kg
